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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2 (금)

이슈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코로나 정쟁 악용하는 野 쩨쩨…與, 비례정당 만들면 슬픈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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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담 = 송성훈 정치부 부장대우

매일경제

9년 만에 현실정치 무대로 돌아온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가 서울 부암동에 있는 여시재 사무실 앞마당에서 최근 정치 상황과 국가 미래 설계에 대한 소신을 밝히고 있다.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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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 만에 현실정치 무대로 돌아왔지만 정치 감각은 여전했다. 오히려 그간 민간 싱크탱크에 몸담으면서 특유의 '꾀돌이' 같은 정책 구상 능력은 더 배가된 듯했다. 지난해 말 사면·복권 이후 최근 더불어민주당 공동 선거대책위원장으로 임명되면서 21대 총선 정국 전면에 등장한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 얘기다.

매일경제는 지난달 26일 서울 종로구 부암동에 위치한 여시재 사무실에서 이 전 지사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때만 해도 "당에서 출마 요구가 갈수록 거세진다"면서 "조만간 의견을 정리해 발표하겠다"고 했던 이 전 지사는 2일 춘천에 있는 강원도당에서 원주갑 출마를 공식 선언한다. 다음은 일문일답.

―총선을 앞두고 정권 심판론과 야당 심판론이 충돌하고 있다.

▷이번 총선은 정권 심판도, 야당 심판도 아니다. 사상 최악의 20대 국회 심판이다. 야당은 정권 심판이라는 프레임 뒤에 숨어 싸우려 하지 말고 각자 정당하게 평가받아야 한다. 정권 평가는 얼마 뒤 대선에서 제대로 할 수 있다.

―총선 결과는 어떻게 내다보나.

▷코로나19 사태에 누가 더 헌신적이고 정확한 해법을 제시하느냐, 어느 당이 보다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느냐, 여기서 국민이 미래를 맡길 표를 줄 세력을 판단할 것이다. 고통받는 국민 앞에서 누가 실수하는지 기다리고 정쟁에 이용하려는 게 너무 보기 싫고 쩨쩨해 보인다.

―국민 분열과 갈등이 심각하다.

▷분열된 땅 위에는 새집을 지을 수 없다. 공동의 목표를 찾기 위한 노력을 먼저 해야 한다. 지금 대한민국이 가장 큰 위기인 게 청사진이 없다는 점이다. 산업화와 민주화 이후 어디로 가야 할지 방향을 못 잡고 있다. 목표가 없으니 분열이 생긴다. 그런데 미래 청사진을 제대로 설계하고 있는 곳도 거의 없다.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1년마다 교체되고, 한국개발연구원(KDI)과 같은 국책연구소는 정부 용역에만 바쁘다.

―정책을 들어보면 보수적인 것 같다.

▷이데올로기는 중요하지 않다. 누가 더 합리적이고 적합한 솔루션을 제시할 수 있는지가 훨씬 중요하다. 그런 측면에서 제 주장은 보수적이면서도 진보적이다. 기본적으로 진보적인 목적을 추구하지만 이를 달성하는 수단에서는 다양한 정책을 배합할 수 있다. 미국 루스벨트 대통령은 대공황 극복 과정에서 대규모 정부 개입을 통해 자본주의 질서를 새롭게 만들었고, 중국 덩샤오핑은 개혁개방 정책을 통해 국가의 부를 키워냈다. 주의·주장이 아니라 문제해결 능력의 정확성·적시성이 중요하다.

―직접 제안해 선거대책위원회에 정책직구추진위원회를 만들었다.

▷정책 소비자인 국민 스스로 원하는 정책을 직접구입(직구)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작업에 관심이 많다. 아이디어가 있는 개인이 법안을 만들고 일정 규모 이상 국민이 동의해주면 국회의원이 그 법안을 구입하는 방식이다. 이 플랫폼에 이른바 '전 국민 지식참고서'를 도입해 국민 전문성을 높일 수 있다. 네이버와 다음이 지금 국민에게 참고서 역할을 하고 있는데 이를 인공지능(AI) 기반으로 대폭 업그레이드하는 것이다. 네이버와 다음이 진화해 국회, 대학, 연구소, 사법부 등에 흩어져 있는 자료가 공유되면 국민이 보다 정교하게 정책이나 법안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민주당 내에서 비례위성정당 창당에 대한 목소리가 크다.

▷좋은 취지에서 선거법을 개혁했는데 미래통합당이 변칙적인 방법으로 비례정당을 만든 것은 너무 슬픈 일이다. 물론 그게 당장은 통합당에 유리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민주당이 똑같은 길을 가는 건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본다. 이렇게 말하니 어떤 사람은 철이 없다고 한다. 선거는 무조건 이겨야 한다며. 하지만 현명한 선택을 해줄 국민을 믿고 다른 방법을 찾아봐야 한다.

―총선 이후 개헌 전망은.

▷권력의 크기만큼 지도자 생각의 크기도 다를 수 있다. 한국은 5년 단임제인데, 4년 중임제로 개헌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다만 우리 목표가 무엇인지부터 정해야 한다. 그러고 난 뒤 그 목표에 어떤 제도가 더 적합한지도 생각해 내각제를 할지 아니면 대통령중심제를 유지할지 결정할 수도 있다.

―조국 정국을 거치면서 당내 건전한 비판이 사라진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건 여야 정치권에서 전반적으로 제기되는 문제인 것 같다. 개인적으로도 이런 부분은 앞으로 정치인이 극복해야 할 숙제라고 생각한다. 극단적인 것은 우리 사회를 병들게 한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내부에 다양한 목소리가 존재해야 건강한 조직이다.

―강원도 선거를 총괄하는데 전략은.

▷강원도 8개 의석 중 야당이 7석이고 여당은 1석에 불과하다. 민주당에 험지다. 너무나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이번 선거를 통해 강원도를 여야가 경쟁할 수 있는 운동장으로 만들어 달라고 호소할 계획이다.

▶▶ He is…

△1965년 강원 평창 출생 △원주고 △연세대 법학 △국회의원 노무현 보좌관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17~18대 국회의원 △강원도지사 △재단법인 여시재 원장

[정리 = 손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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