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현재 오는 주일예배를 예정대로 올린다는 내용 등을 담고 있는 서울 영락교회의 ‘목회서신’ 일부. 영락교회 홈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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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진자가 2000명을 넘어선 상황에서도 일부 개신교회들이 신자가 가장 많이 모이는 주일예배를 고수,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개신교 안팎에서는 예배를 통한 집단감염 등을 우려하고 있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주일예배냐”며 진정 국민과 성도들의 안전을 생각한다면 주일예배의 잠정 중단이나 온라인·가정 예배로 전환해야 한다넌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는 28일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코로나19 관련 종교계를 향한 긴급 호소문’ 발표를 통해 “코로나19 집단 감염과 사태의 장기화를 막기위해 당분간 종교집회를 자제해 주시기를 간곡히 호소드린다”고 재차 당부했다. 일부에선 미사와 법회를 사상 처음으로 전면 중단한 천주교와 불교 조계종, 원불교 등 다른 종교들과 비교하며 공익적 역할을 무시하는 일부 교회의 독단적 배타성을 지적하기도 한다.
■잇단 전환 속 일부 교회는 ‘강행’
서울 여의도순복음교회가 28일 당초 방침을 바꿔 주일예배를 온라인 에배로 전환한다는 내용의 공지문. 여의도순복음교회 홈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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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온누리교회의 온라인 주일예배 안내 공지문. 온누리교회 홈페이지. |
서울의 대형교회를 비롯해 주요 교회 상당수가 “국민들과 성도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기존 방침을 접고 주일예배를 온라인 예배으로 전환했다.
서울의 대표적 대형교회인 여의도순복음교회·사랑의교회·새에덴교회 등은 다가오는 주일예배(3월 1일)를 비롯해 모든 예배를 인터넷·유튜브 등 온라인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이에 앞서 서울의 온누리교회나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소망교회·명성교회를 비롯해 새문안·덕수·도림·금란·삼일·서대문·오륜·잠실 교회 등과 경기도의 인천 주안장로교회 등도 온라인 예배로 대체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총회는 지난 26일 3월 1일·8일 주일예배를 가정·온라인 예배로 드릴 수 있다고 권고했다.
그러나 서울의 영락교회 등 일부 교회는 이날 현재 여전히 오프라인 주일예배를 고수하고 있다. 영락교회는 홈페이지에 올려놓은 김운성 목사와 당회원 일동 명의의 ‘목회서신’을 통해 “주일 낮 예배는 1~5부 예배를 정상적으로 드린다”며 “코로나19와 관련해 임시 당회(25일)에서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서울 영락교회의 ‘목회서신’ 내용의 일부. 영락교회 홈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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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서신은 결정 배경에 대해 ‘기본적으로 예배는 유지되어야 한다’ ‘한번 중단된 예배는 쉽게 재개되기 힘들다’ ‘예배중단이 길어지면 교회공동체가 와해되거나 회복이 힘들 정도로 약화될 것이다’라는 세 가지 이유를 들었다. 목회서신은 예배 유지와 관련, “지금까지 교회가 예배를 중단한 경우는 없었다”며 “예배 중단은 교회의 첫째 본질을 회피하는 것이며 또한 생명처럼 소중한 예배가 가볍게 여겨질 위험이 있어 교육적으로도 매우 좋지 못하다”고 설명했다.
주일예배를 온라인으로 대체한 한 대형교회 목사는 “천주교나 불교와 달리 개교회주의 특성상 일사분란한 조치, 교회의 현 상황을 집계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며 “영락교회처럼 전국적으로 보면 오프라인 주일예배를 여전히 고수하는 곳도 꽤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 영락교회의 ‘목회서신’ 내용의 일부. 영락교회 홈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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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들이 평일예배나 새벽기도회, 각종 교회 내 모임은 자제하면서도 정작 신자들이 가장 많이 모여 집단감염 위험성이 높은 오프라인 주일예배를 고수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주일예배가 예배들 중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기 때문이다. 대형교회 목사는 “주일예배 특수성 외에도 영락교회가 예배 유지 이유로 들었듯 교회공동체의 결속력 약화 우려 등도 한 요인”이라고 밝혔다. 개신교 시민단체에 속한 한 목사는 “사실 교회들, 특히 중소형교회의 경우 주일예배 헌금도 중요하다”며 “주일예배가 한 번만 중단돼도 월 예산의 25%가 사라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목사는 “하지만 온라인을 통한 헌금이나 가정에서 헌금을 드린 뒤 다음번 예배에서의 봉헌으로도 가능하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민·성도들을 위한 결단 당부
일부 교회의 오프라인 주일예배 강행과 관련, 시민사회계는 물론 개신교 내부에서도 “진정으로 국민들, 성도들의 건강과 안전을 생각한다면 과감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며 “도대체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예배 강행”이냐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박양우 장관이 28일 서울정부청사에서 ‘코로나19 관련 종교계를 향한 긴급 호소문’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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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체육관광부 박양우 장관은 종교계를 향한 긴급 호소문에서 “온 국민이 어려움을 겪고 있고, 지역의 집단감염이 가시화하면서 국민들의 안전과 건강에 대한 불안감이 더욱 커진 지금이야말로 국민 모두의 안전을 위해 모든 종교계의 신중한 판단과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박 장관은 호소에 앞서 조계종 등 불교계와 천주교계가 모든 법회와 미사를 중단하고 개신교의 많은 교회가 주일예배 등을 온라인으로 대체하는 등 종교계의 적극적 참여에 감사의 뜻을 표했다.
주일예배 ‘강행’은 대다수 개신교인들의 여론과도 맞지 않다.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한목협) 등이 27일 발표한 ‘코로나19 관련 개신교인 대상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현재 교회에 출석하고 있는 개신교인의 71%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주일 예배의 중단에 찬성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주일 대예배 중단 의견’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71%가 ‘찬성’하고 ‘반대’는 24%에 불과했다. 한목협은 “신앙 깊이에 따라 4단계로 나눠 찬반 정도를 분석한 결과 모든 신앙층에서 찬성 비율이 높았다”며 “초심자로 볼 수 있는 ‘기독교 입문층’은 찬성 88%·반대 7%, 신앙이 가장 깊은 ‘그리스도 중심층’에서도 찬성 57%·반대 39%였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는 회원교단장 명의의 담화문에서 “종교적 예식의 전통을 지키는 일은 소중하지만 교회가 공동체를 더 위험에 빠뜨리거나 코로나19 확산 진원지가 돼서는 절대 안될 것”이라며 “국민들이 고통에 빠진 시기에 우리의 신앙형식이 세상을 더 위험하게 만든다면, 그것은 우리의 집단적 이기심이지 이 세상을 향하신 생명의 하나님의 뜻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도 “각 교단 지도 아래 개별교회의 당회가 이번 주일예배를 잠정 중단하는 것을 고려해달라”고 밝혔다.
양진일 가향공동체 목사는 이날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의 웹진 <좋은나무>에 실은 ‘코로나19와 주일예배’란 주제의 글에서 “엄중한 오늘 이 때야 말로 우리가 진정 이웃 사랑을 실천해야 할 때가 아니겠는가”라며 “몇주간 전체 예배를 드리지 않는다고 신앙이 흔들릴 것을 걱정한다면 그동안 신앙교육을 어떻게 행해 왔는지, 일상의 삶이 예배가 될 수 있도록 얼마나 교인들을 제대로 도와왔는지를 돌아보아야 한다. 신천지와 예수님의 교회가 무엇이 다른지를 보여주어야 할 때”라고 밝혔다.
총신대 김희석 교수도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코로나19 사태와 주일예배’라는 글에서 신학적으로 “주일은 구약의 안식일 제도가 완성된 신약시대에 지키는 교회의 제도로 신학적·신앙적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고, 주일을 지키기위해 교회에 모여 예배를 드린다”며 “그러나 ‘예배당 건물에 모이는 예배’가 유일한 예배가 아니라 우리가 드리는 개인·소그룹·가정 예배 등의 신앙적 행위도 넓은 의미의 예배”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코로나19가 더 이상 교회 주변 지역사회 감염으로 확대되지 않도록 예배와 모임을 최소화하고 선제적 조치로 주일예배를 영상예배·가정예배로 대체하는 ‘임시적 특별 조치’는 예배 회피나 말씀에 대한 불복종이 아니라 비상상황에 대한 신앙의 적극적 실천”이라고 밝혔다.
개신교계 시민단체 관계자는 “이달 초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 실시한 ‘2020년 한국 교회의 사회적 신뢰도 여론조사’결과, 개신교가 종교별 신뢰도에서 가톨릭·불교보다 낮았고, 응답잡의 10명 중 6명은 ‘한국 교회’와 ‘목사’ ‘기독교인의 말과 행동’을 신뢰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일부 목회자가 교회의 공공성이나 사회적 역할을 무시하고 국민들과 괴리된 독단적 행태가 개신교 신뢰도 하락의 큰 요인임을 알아야 한다”고 밝혔다.
도재기 선임기자 jaek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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