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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이슈 세계 금리 흐름

이주열 “1분기 마이너스 성장할 수도” 5조 풀고, 금리 동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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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 대출 늘려 TK에 집중 지원

올해 성장률 2.1%로 0.2%P 하향

외국인 이탈 우려에 금리 안 낮춰

코로나 장기화 땐 인하 뜻 비쳐

중앙일보

한국은행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27일 열린 이주열 총재의 통화정책 방향 기자 간담회를 유튜브를 통해 진행했다. 한 기자가 휴대전화로 이 총재의 모습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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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의 선택은 ‘위기감 속의 신중한 행보’였다. 현재 경기 상황에 대한 한은의 판단은 엄중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1분기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그런데도 금리인하라는 대응 카드를 바로 꺼내진 않았다. 자칫 집값 거품을 부추기는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다고 봐서다. 금리가 낮아지면 원화값이 하락(환율은 상승)해 외국인 투자자의 이탈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점도 한은의 고민이었다.

한국은행은 27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 수준(연 1.25%)에서 동결했다.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2.1%로 수정했다. 지난해 11월에 내놓은 전망치(2.3%)보다 0.2%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특히 올 상반기 성장률은 1.1%(전년 동기 대비)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이환석 한은 조사국장은 “예단이 쉽지 않지만 단기적으로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하다”며 “1분기 성장률이 지난해 1분기(전 분기 대비 -0.4%)에 못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을 위해 5조원의 자금을 각 은행에 제공하기로 했다. 금융중개지원대출의 한도를 기존의 25조원에서 30조원으로 늘리는 방식이다. 한도 증액분 중 4조원은 지방에 배정하되 대구·경북 지역에 집중적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은행들은 다음 달 9일부터 한은 지원금에 자체 자금을 보태 총 10조원을 중소기업에 빌려줄 예정이다. 지원 대상은 도소매·음식·숙박·여행·운수업이나 중국과 수출입 거래에서 어려움을 겪는 중소 제조업체다. 이 총재는 “현시점에선 취약 부문을 선별적으로 지원하는 미시적 정책이 보다 효과적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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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 시기별 2020년 성장률 전망.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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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은 올해 경기에 대해 상반기엔 부진하고 하반기엔 회복하는 ‘상저하고’를 예상했다. 하반기 성장률 전망치는 2.6%(전년 동기 대비)를 제시했다. 지난해 11월에 발표한 전망치(2.2%)보다 0.4%포인트 높다. 정규일 한은 부총재보는 “감염 사태가 진정된 이후 민간 소비와 수출이 부진에서 벗어나면서 성장 흐름이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오는 4월 금통위에서 금리를 내릴 가능성은 열어뒀다. 그는 “기준금리 인하 여부는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할 것인지 좀 더 면밀하게 보면서 결정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으로선 이미 역대 최저인 기준금리를 더 내리면 풀린 돈이 투자 확대로 이어지지 않고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갈 수 있다는 게 고민이다. 이 총재는 “가계대출 증가세가 여전히 높고 부동산 대책 이후에도 주택가격 안정을 확신하지 못하는 만큼 아직은 금융안정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기준금리(연 1.5~1.75%)가 한국보다 높은 ‘금리역전’이 발생한 것도 한은엔 부담이다.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낮춘 것과 달리 이번에는 금리인하에 신중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증시는 27일에도 대부분 하락했다. 일본 도쿄 증시의 닛케이지수는 2.13% 하락하며 4개월 만에 2만2000선이 무너졌다. 한국의 코스피 지수는 장 초반 상승세를 보였지만 금리동결 소식이 나오자 하락세로 돌아섰다. 결국 전날보다 21.88포인트(1.05%) 내린 2054.89로 마감했다. 지난해 10월 이후 4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주정완 경제에디터, 장원석·정용환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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