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탄핵을 촉구한다고 한 청와대 국민청원이 27일 참여인원 100만명을 넘겼다. [청와대 국민청원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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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의 탄핵을 촉구한다’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27일 낮 12시쯤 참여 인원 100만명을 넘겼다. 지난 25일 오후 답변기준인 20만 명을 넘긴 지 이틀 만에 80만 명 이상이 가세한 것이다. 지난 4일 올라온 해당 청원은 “중국 모든 지역을 입국 금지했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을 우리나라 대통령이라 생각하기 어렵다”며 코로나19 관련 대응을 문제 삼았다.
청와대 국민청원은 2017년 문재인 대통령 취임 100일을 맞아 문을 열었다. “국민이 물으면 정부가 답한다”는 모토로 미국 오바마 행정부가 시작한 ‘위더피플(We the people)’을 참고했다. 당초 취지와 달리 “사회 통합보단 갈등과 혐오와 폭로만 부추긴다”는 비판이 이어졌지만, 여권은 “촛불 정신을 이어받은 직접 민주주의의 본보기”라며 청와대 국민청원을 유지해왔다.
논란에도 청와대 국민청원이 지속되자 일각에선 “여당 지지층의 확성기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마저 나왔다. 실제 정치 이슈와 관련해선 친여적 성격의 청원에 쏠림이 강했다. 역대 가장 많은 참여인원이 든 국민청원은 지난해 4월 무려 183만명이 동의한 ‘자유한국당 해산’이었다. 이밖에 조국 법무부 장관 반드시 임명(75만7730명), 고(故) 장자연 사건 전면 재수사(73만8566명), 윤석열 검찰총장 처벌(48만1076명) 청원 등에도 많은 이들이 참여했다.
역대 최다 청와대 국민청원.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
문재인 대통령 탄핵 청원 100만 돌파는 여태 청와대 국민청원의 성격과 180도 다른 이례적 현상이다. “국민청원의 역습”이라는 진단이 나오는 이유다. 현 집권세력을 공격하는 청원에 100만명 이상이 동참한 것도, 역대 청와대 국민청원 10위 안에 든 것도 처음이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청와대 게시판이라는 특성상 국민청원엔 여태 진보, 그중에서도 친문 핵심지지층이 자주 찾으며 그들의 놀이터가 돼 온 게 사실”이라며 “그 반대 현상은 민심 이반의 바로미터로 해석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보수의 학습효과’라는 분석도 한다. 즉 온라인상 ‘숫자 싸움’에서 밀렸던 보수 지지층이 최근 실시간 검색어 대결에서도 우위를 점하는 등 진보의 공략법을 그대로 따라 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임동욱 한국교통대 교수는 “문재인 정권에 반대하는 이들은 청와대 게시판에 들어가는 것 자체를 꺼렸는데, 상대진영의 심장이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을 점령했다는 것은 단순한 해프닝으로 볼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님을 응원합니다' 청원에 대한 반응도 뜨겁다. 청원자는 26일 신천지로 인해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속도로 불어나고 있다는 점과 함께 "국민 건강을 위해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각 부처 모든 분이 바이러스 퇴치에 힘을 쏟는다"며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대통령은 오직 국민의 안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수많은 가짜뉴스가 대통령과 질병관리본부, 부처를 힘들게 하지만 수많은 국민은 문 대통령을 믿고 응원하고 있다"고 적었다. 문 대통령 탄핵에 대한 맞불 청원으로 27일 오후 5시30분 기준 66만명을 기록중이다.
양 진영간의 청원 대결은 지난해 두차례 있었다. 4월엔 한국당 해산 청원(183만명)이 확산되자 더불어민주당 해산 청원(33만명)이 등장했고, 8월엔 조국 전 장관의 임용 반대 청원(30만명)에 이어 임용 찬성 청원(75만명)이 나왔다.
이재묵 한국외대 교수는 “과도한 숫자 싸움이 일상화가 되면, 중우정치로 전락할 위험이 크다"고 진단했다.
한영익ㆍ김홍범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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