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예금금리 인하 본격화…4개월 눈치보기 '끝'

시중은행들이 본격적으로 예·적금 금리 인하에 나섰습니다.

지난해 10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이후에도 예대율 규제와 고객 이탈에 대한 우려 등으로 수신금리 인하를 미뤘던 은행들이 약 4개월 만에 인하에 나선 것입니다.

은행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다음달 21일부터 '신한 주거래 미래설계통장'과 '신한 주거래 S20통장'의 우대 이율을 연 최고 1.50%에서 1.25%로 변경할 예정입니다.

저축예금의 기본이율은 연 0.20%에서 0.10%로 0.10%포인트 인하합니다.

IBK기업은행은 'IBK플러스저축예금' 금액에 따라 연 0.10∼0.90%로 적용하던 금리를 지난 21일부터 0.10∼0.70%로, 최대 0.20%포인트 낮췄습니다.

'IBK플러스기업자유예금'의 금리는 0.10%포인트씩 내렸습니다.

우리은행은 지난 10일부터 'WON 예금'과 '위비정기예금' 금리를 내렸습니다.

가입 기간에 따라 연 0.50∼0.95%로 제공하던 WON 예금 금리는 0.50∼0.87%로 낮췄습니다.

위비정기예금 기본금리는 1.40%에서 1.10%로 0.30%포인트 내렸습니다.

KB국민은행도 같은 날부터 '국민수퍼정기예금 단위기간금리연동형'(1∼6개월) 상품 금리를 0.70∼1.10%에서 0.60∼1.00%로, 'KB국민UP정기예금' 상품 금리를 1.35∼1.50%에서 연 1.10∼1.30%로 낮췄습니다.

다만 두 상품은 가입자가 많지 않은 상품으로, 국민은행은 본격적인 금리 인하는 아니라고 설명했습니다.

하나은행은 검토 중입니다.

이 은행 관계자는 "예금금리 조정 시기와 폭을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NH농협은행은 지난해 12월 예금금리를 최대 0.25%포인트 내렸습니다.

10월 한은 기준금리 인하 이후 주요 은행 중 첫 인하였습니다.

농협은행을 제외한 예금금리 인하 조치는 기준금리 인하 이후 약 4개월 만입니다.

통상 은행들이 기준금리 인하 이후 2주 안팎의 시차를 두고 예금금리를 내렸던 것에 비춰보면 극히 이례적으로 '늦은' 조치입니다.

은행 입장에서는 예금금리를 내리는 게 비용 측면에서 유리한데도 선뜻 움직이지 못했던 것은 다른 은행에 고객을 뺏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습니다.

올해부터 시행된 신예대율(예수금 대비 대출금 비율) 규제에 맞춰 예금을 적극적으로 확보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10월 말부터는 은행 간 플랫폼의 벽을 허무는 '오픈뱅킹' 서비스가 시작되면서 고객 지키기 싸움은 치열해졌고, 눈치싸움 기간도 길어졌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각 은행은 예대율 규제 기준인 100%에 비해 여유 있게 관리되고 있습니다.

치열했던 오픈뱅킹 유치전도 진정되는 모습입니다.

여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한은이 내일 열릴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으면서, 선제적으로 예금금리를 낮췄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먼저 나섰다가는 여론의 뭇매를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지만, 이제는 수익성 측면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고 예대율 관리 측면에서도 여유가 생겼다"며 "기준금리가 추가 인하된다면 예금금리 조정 속도는 더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유영규 기자(ykyou@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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