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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정상들, 장기예산 놓고 균열…이틀째 협상도 교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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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서유럽·남동유럽 회원국 입장차 계속…"합의 못하고 추후 다시 논의 가능성"

연합뉴스

샤를 미셸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왼쪽 가운데)이 EU 특별정상회의 이틀째날인 21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헝가리, 체코, 폴란드, 슬로바키아 정상들과 만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브뤼셀=연합뉴스) 김정은 특파원 =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 정상들이 21일(현지시간) EU 장기 예산안을 놓고 이틀째 논의를 이어갔으나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EU 회원국 정상들은 전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특별 정상회의를 열어 EU의 2021~2027년 장기 예산안을 놓고 밤사이 마라톤협상을 벌였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이날 이틀째 회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그러나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이 교착상태를 깰 방법을 찾기 위해 이날 오전부터 회원국 그룹별로 논의를 벌이고 있는 가운데 당초 오전 11시에 예정됐던 특별 정상회의는 계속 늦춰지며 합의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다년도재정운용계획'(MFF)으로 불리는 EU의 장기 예산안은 EU의 주요 정책과 지원 프로그램, EU 행정 등에 쓰이는 7개년에 걸친 EU 공동체 예산 계획이다.

이는 회원국 전체의 만장일치 승인과 유럽의회의 동의가 필요해 매번 합의가 쉽지 않았으나 이번에는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에 따른 재원 공백으로 어느 때보다 어려운 협상이 되고 있다.

AP, AFP 통신 등에 따르면 브렉시트로 인해 향후 7년간의 MFF에 생기는 재원 공백은 600억∼750억 유로(약 77조∼96조원)가량으로, 이를 어떻게 벌충할 것인가에서부터 각 회원국이 얼마씩 낼 것인가와 예산 규모, 지출의 우선순위 등을 두고 회원국 간 이해관계가 엇갈리면서 마찰이 빚어지고 있다.

특히 더 많은 재원을 부담하는 부유한 북서유럽 국가와 EU 장기 예산 지원을 받는 상대적으로 가난한 남동부 유럽 국가는 첨예한 입장차를 드러내고 있다.

이 때문에 EU 정상들은 이번 회의에서 합의가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를 거의 하지 않고 있다고 dpa 통신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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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P=연합뉴스 자료사진]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는 이날 "우리가 합의에 이를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내달에 두 번째 정상회의가 필요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클라우스 요하니스 루마니아 대통령도 "우리 대부분은 매우 낙관적이지 않다"고 밝혔다. 산나 마린 핀란드 총리 역시 상황이 "매우 어려워 보인다"고 했다.

기존의 방식대로라면 브렉시트 재원 공백은 주로 독일, 덴마크, 스웨덴, 오스트리아, 네덜란드가 메우게 된다. 하지만 이들 나라는 더 내기를 원하지 않고 있으며, 보다 공정한 책임 분담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들 국가는 EU 회원국 축소를 장기 예산에도 반영해 예산 총규모가 EU 전 회원국 국민총소득(GNI)의 1%를 넘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이는 유럽의회가 제시한 1.3%는 물론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가 제안한 1.1%보다도 낮은 것으로, 예산 규모 축소를 의미한다.

반대로 EU의 개발 지원을 받는 스페인, 불가리아, 헝가리, 폴란드 등 국가는 예산이 삭감되는 데 반대하고 있다.

미셸 의장은 이 같은 회원국들의 입장을 반영해 회의에 앞서 장기 예산 규모 상한선을 1.074%, 1조1천억 유로(약 1천410조7천억원) 규모로 제안했지만, 이를 전적으로 지지하는 회원국은 없는 상태다.

올해 말까지 장기 예산안에 합의하지 못하면 EU 지원에 의존하는 기업과 연구소 등에는 큰 타격이 될 수 있다.

AFP 통신은 이번 정상회의가 합의 없이 끝날 수 있으며 이 경우 추후 다시 회의를 소집해야 한다고 전했다.

안드레이 바비스 체코 총리는 이날 회의가 어떤 의미가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면서 만약 부유한 나라들이 움직일 준비가 안 돼 있다면 "우리는 논의할 것이 없다"고 말했다.

k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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