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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이슈 로봇이 온다

"굿바이 보험아줌마"…로봇 설계사 시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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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전혜영 기자] 수년 전만 해도 보험업계에서 인슈어테크(보험+기술)라고 하면 고객상담 등의 단순 업무에 인공지능(AI)기반의 ‘챗봇’을 활용하는 정도로 인식됐다. ‘로봇 설계사’가 등장해 기존 설계사들을 대체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는 먼 미래의 얘기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빅데이터, AI, 블록체인 등 정보통신기술(ICT)과 융합을 통한 인슈어테크가 빠르게 자리를 잡고 있다. 상품과 서비스, 영업·마케팅은 물론 업무와 조직관리까지 곳곳에 인슈어테크가 확대되는 추세다.


인수심사·보험금 지급 '척척'…로봇설계사 시대 '눈앞'


보험회사들은 챗봇을 활용한 단순한 고개상담에 그쳤던 데서 지금은 언더라이팅(인수심사), 완전판매 모니터링, 보험금 지급까지 보험 계약 전 과정에 AI 기술을 폭넓게 적용한다.

삼성화재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장기 AI 계약심사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기존에는 계약자에게 가벼운 질병 이력만 있어도 심사자가 하나씩 확인해 승인을 내야 했기 때문에 보험 가입 시 대기 시간이 길었다. 하지만 AI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심사자의 별도 확인 없이 가입할 수 있게 됐다. 기존에 승인한 유형을 AI가 학습해 전산심사만으로 가입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교보생명도 보험계약 청약서를 분석해 AI 언더라이터가 자동승낙하는 ‘자연어 학습기반 머신러닝 시스템’을 도입했다.

현대해상은 ‘음성봇’이 보험계약대출과 완전판매모니터링 업무를 수행한다. 음성합성 기술을 활용해 실제 상담사 수준의 음성봇이 고객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주고받으며 업무를 처리하는 것이 특징이다.

보험금 지급도 AI 시스템이 ‘척척’해 낸다. 한화생명은 ‘클레임 AI자동심사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AI 시스템이 스스로 보험금 지급여부를 결정하고 심사도 한다. 전체 보험금 청구건의 약 50%를 처리하고 있다. 한화생명은 이를 통해 5년간 100억원 이상의 비용이 절감될 것으로 예상한다. KB손해보험은 병원 내 무인기계(키오스크)를 활용해 실손보험금 간편청구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보험사기 예방에도 AI가 동원된다. ABL생명은 AI 기능이 탑재된 보험사기 예측시스템을 자체 개발했다. 현재 보험금 청구가 많고 손해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실손보험금에 우선 적용한 상태다. 점차 모든 사고보험금으로 범위를 확대할 예정이다. 이 시스템을 도입한 후 심사자가 독자적으로 판단한 것보다 보험사기 예측률이 약 두 배 가량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DB손해보험은 연내 ‘AI 로봇텔러’를 통해 암, 운전자 보험 등을 24시간 계약 체결 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맞춤형 헬스케어 서비스 '봇물'…조직관리도 'OK'


인슈어테크의 ‘꽃’으로 불리는 헬스케어 서비스도 나날이 진화하고 있다. 신한생명은 고객이 섭취한 음식의 영양소 분석은 물론 영양 상태에 따른 적합한 간식이나 추가 식단 정보까지 제공하는 건강 식단 제안 서비스를 시행 중이다.

AIA생명은 SK C&C, SK텔레콤과 함께 건강습관 개선 프로그램인 ‘AIA 바이탈리티’를 운영하고 있다. 일정 목표 걸음 수를 달성하거나 금연 등의 목표 달성 시 보상을 제공한다.

메트라이프생명은 스마트폰 카메라를 이용해 혈압 등 혈관건강을 예측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오렌지라이프생명은 ‘암예후관리서비스·질환예측서비스’를 내놨다.

업무와 조직관리에도 인슈어테크가 깊숙이 자리잡았다. 대표적인 것이 RPA(로봇 프로세스 자동화)다. RPA는 사람이 컴퓨터로 하는 단순·반복 업무를 로봇을 통해 자동화하는 시스템이다.

RPA 로봇은 업무 담당자들이 정한 규칙과 스케줄로 주말, 심야에 상관없이 △전자문서관리 △자료수집 △모니터링 △지수업데이트 등의 반복 작업을 수행한다. 업무 담당자들은 RPA를 통해 단순, 반복적인 업무에서 벗어나 창의적인 업무에 집중할 수 있다. 삼성생명은 지난해 기준 임직원 단순 업무 107개에 RPA를 적용해 4만8800시간 이 절감되는 효과를 봤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국내 인슈어테크는 다른 핀테크 영역에 비해 투자가 부진했지만 각종 규제 완화와 간편하고 편리한 보험에 대한 고객 수요에 발맞춰 앞으로 빠르게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전혜영 기자 mfutur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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