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수사 논란에 진실공방·신상털기·선정보도 등 부작용 개선 목소리도
(제주=연합뉴스) 변지철 기자 = 대한민국을 충격과 논란에 휩싸이게 한 고유정 사건이 일단락됐다.
전 남편과 의붓아들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고유정(37)이 20일 1심 재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지난해 6월 1일 고씨가 긴급체포되며 사건이 세상에 알려진 지 265일, 고씨가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진 지 235일 만이다.
고유정이 전남편을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유기한 데 이어 의붓아들까지 살해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보도를 접한 전 국민은 충격에 빠졌다.
이 사건은 잔혹한 범행, 성폭행 진실공방, 거짓말, 부실수사, 신상공개 등 각종 선정적인 요소를 갖춰 사람들의 높은 관심을 모았다.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마치 양파껍질이 벗겨지듯 계속해서 충격적인 새 증거들이 쏟아져 나와 연일 주요 뉴스로 보도됐다.
특히 혈연·지연으로 얽힌 제주와 같은 좁은 지역사회에서 사건의 파문이 매우 컸다.
제주에서는 처음으로 경찰이 여성 범죄자의 신상을 공개하면서 고씨는 물론 가족 등 주변인에 대한 '신상털기'가 횡행했다.
좁은 지역사회에서 고씨 가족에 대한 비난이 이어지면서 '현대판 연좌제'라는 말까지 나왔다.
커뮤니티나 뉴스 댓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근거 없는 소문이 급속도로 퍼졌다.
제주의 한 렌터카 회사는 '고유정 가족의 회사가 A렌터카로 이름을 바꿔 영업한다'는 잘못된 정보로 막대한 피해를 봤다고 호소했다.
고씨의 전 남자친구가 실종돼 대학 동기들이 경찰에 실종 신고했다는 소문까지 나돌았으나 모두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대학 화학과 측은 "고씨가 우리 학과 출신이 아니다"라고 밝혔고, 경찰에서도 2001년부터 2017년까지 도내 남성 실종자에 대해 전수조사했지만, 고씨와 관련된 실종자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고유정의 범행을 두고 선정적인 면을 부각해 자극적으로 다룬 언론사들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시민사회단체를 통해 제기됐다.
피의자의 얼굴을 공개할 때 '머그샷'(mug shot·범죄자 인상착의 기록 사진)을 활용하는 방안도 논란이 됐다.
고씨처럼 피의자가 긴 머리를 이용해 얼굴을 가릴 경우(일명 '커튼 머리')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경찰이 도입 여부를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범죄자의 '인권'과 사회 안전에 필요한 '공익', '알 권리'라는 가치가 충돌하면서 국내에도 머그샷 공개 제도가 도입될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고씨에 대한 엄중 처벌을 촉구하는 집회도 제주에서 열렸다.
온라인 커뮤니티 카페인 '제주어멍' 회원들은 자발적으로 여러 차례 집회를 열어 "변명과 거짓 증언으로 일관하는 고유정에게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무엇보다 경찰의 부실수사가 도마 위에 올랐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고유정 사건과 관련해 실종수사 초동조치 미흡, 범행현장 보존 미흡, 압수수색 당시 졸피뎀 미확보 문제 등 부실수사 논란이 제기되자 경찰청 차원에서 진상조사를 벌였다.
진상조사팀은 당시 수사팀이 '전 남편이 자신을 성폭행하려 했다'는 고유정의 거짓 진술에 속아 시신유기를 막지 못하는 등 시간을 허비했다고 판단했다.
경찰은 이 같은 사례가 반복하지 않도록 실종 수사 매뉴얼을 개선하는 등 시스템을 보완하기로 했다.
이외에도 고유정 사건과 같은 강력범죄가 제주 관광의 불안요소로 작용하기도 했다.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2018 지역 안전지수 조사 결과 제주는 전국 광역자치단체 중 유일하게 '범죄'와 '생활안전' 분야에서 최하위인 5등급을 받았다.
제주에서는 2012년 7월 발생한 '올레길 살인사건', 2016년 9월 '중국인 관광객들에 의한 음식점 주인 집단폭행 사건', 2018년 2월 '게스트하우스 살인사건' 등 관광객과 관련한 강력범죄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제주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확산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bjc@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거센 비난 받으며 호송차 탑승하는 고유정 |
전 남편과 의붓아들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고유정(37)이 20일 1심 재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지난해 6월 1일 고씨가 긴급체포되며 사건이 세상에 알려진 지 265일, 고씨가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진 지 235일 만이다.
고유정이 전남편을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유기한 데 이어 의붓아들까지 살해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보도를 접한 전 국민은 충격에 빠졌다.
이 사건은 잔혹한 범행, 성폭행 진실공방, 거짓말, 부실수사, 신상공개 등 각종 선정적인 요소를 갖춰 사람들의 높은 관심을 모았다.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마치 양파껍질이 벗겨지듯 계속해서 충격적인 새 증거들이 쏟아져 나와 연일 주요 뉴스로 보도됐다.
[그래픽] 전 남편 살해 고유정 사건 일지 |
이 과정에서 각종 부작용이 속출했다.
특히 혈연·지연으로 얽힌 제주와 같은 좁은 지역사회에서 사건의 파문이 매우 컸다.
제주에서는 처음으로 경찰이 여성 범죄자의 신상을 공개하면서 고씨는 물론 가족 등 주변인에 대한 '신상털기'가 횡행했다.
좁은 지역사회에서 고씨 가족에 대한 비난이 이어지면서 '현대판 연좌제'라는 말까지 나왔다.
고씨와 연관 없는 애꿎은 피해자들이 나오기도 했다.
커뮤니티나 뉴스 댓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근거 없는 소문이 급속도로 퍼졌다.
제주의 한 렌터카 회사는 '고유정 가족의 회사가 A렌터카로 이름을 바꿔 영업한다'는 잘못된 정보로 막대한 피해를 봤다고 호소했다.
고유정 엄중 처벌 촉구 집회 |
또 고씨가 도내 모 대학교 화학과 출신으로, 전공 지식을 범행에 이용했다는 이야기가 나돌기도 했다.
고씨의 전 남자친구가 실종돼 대학 동기들이 경찰에 실종 신고했다는 소문까지 나돌았으나 모두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대학 화학과 측은 "고씨가 우리 학과 출신이 아니다"라고 밝혔고, 경찰에서도 2001년부터 2017년까지 도내 남성 실종자에 대해 전수조사했지만, 고씨와 관련된 실종자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고유정의 범행을 두고 선정적인 면을 부각해 자극적으로 다룬 언론사들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시민사회단체를 통해 제기됐다.
과도한 보도경쟁이 오히려 근거 없는 소문이 확산하도록 부추겼다는 것이다.
피의자의 얼굴을 공개할 때 '머그샷'(mug shot·범죄자 인상착의 기록 사진)을 활용하는 방안도 논란이 됐다.
얼굴 가린 채 이송되는 고유정 |
고씨처럼 피의자가 긴 머리를 이용해 얼굴을 가릴 경우(일명 '커튼 머리')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경찰이 도입 여부를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범죄자의 '인권'과 사회 안전에 필요한 '공익', '알 권리'라는 가치가 충돌하면서 국내에도 머그샷 공개 제도가 도입될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고씨에 대한 엄중 처벌을 촉구하는 집회도 제주에서 열렸다.
온라인 커뮤니티 카페인 '제주어멍' 회원들은 자발적으로 여러 차례 집회를 열어 "변명과 거짓 증언으로 일관하는 고유정에게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무엇보다 경찰의 부실수사가 도마 위에 올랐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고유정 사건과 관련해 실종수사 초동조치 미흡, 범행현장 보존 미흡, 압수수색 당시 졸피뎀 미확보 문제 등 부실수사 논란이 제기되자 경찰청 차원에서 진상조사를 벌였다.
"고유정 수사,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 |
진상조사팀은 당시 수사팀이 '전 남편이 자신을 성폭행하려 했다'는 고유정의 거짓 진술에 속아 시신유기를 막지 못하는 등 시간을 허비했다고 판단했다.
경찰은 이 같은 사례가 반복하지 않도록 실종 수사 매뉴얼을 개선하는 등 시스템을 보완하기로 했다.
이외에도 고유정 사건과 같은 강력범죄가 제주 관광의 불안요소로 작용하기도 했다.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2018 지역 안전지수 조사 결과 제주는 전국 광역자치단체 중 유일하게 '범죄'와 '생활안전' 분야에서 최하위인 5등급을 받았다.
제주에서는 2012년 7월 발생한 '올레길 살인사건', 2016년 9월 '중국인 관광객들에 의한 음식점 주인 집단폭행 사건', 2018년 2월 '게스트하우스 살인사건' 등 관광객과 관련한 강력범죄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제주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확산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무기징역 선고받고 모습 드러낸 고유정 |
bjc@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