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률 고공행진 '이태원 클라쓰'
원작 작가가 대본작업···위상 높아져
웹툰작가 상위 20위 연평균소득 17억
이말년·기안84 등 방송가 종횡무진
글로벌 시장서도 K웹툰 인기 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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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방영을 시작한 JTBC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의 성장세가 매섭다. 서울 이태원으로 배경으로 청춘들의 창업 스토리를 다룬 드라마는 시청률 조사기관 닐슨코리아 전국시청률 기준 4%로 첫 화를 시작해 5회차 만에 시청률 10%를 돌파하며 매주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고 있다. 지난해 JTBC 최고 인기 드라마였던 ‘SKY 캐슬’보다 빠른 속도다.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의 힘의 원천은 누적 조회수 2억6,000만을 넘기며 이미 인기를 입증한 동명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뒀다는 점이다. 사실 웹툰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는 이미 하나의 장르가 된 지 오래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KBS ‘조선열애뎐 녹두전’, 넷플릭스 ‘좋아하면 울리는’, tvN ‘쌉니다 천리마마트’, OCN ‘타인은 지옥이다’, MBC ‘아이템’ 등 웹툰의 탄탄한 스토리를 기반으로 한 드라마가 방송사를 불문하고 안방극장을 휘저었다. 그럼에도 ‘이태원 클라쓰’가 더욱 이목을 끈 이유는 웹툰이 단순 원작에 그치는 것을 넘어, 원작자인 조광진 작가가 직접 대본 작업까지 맡았기 때문이다. 웹툰의 인기와 함께 달라진 웹툰 작가의 위상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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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그리면 굶는다’는 옛말=2000년대 중반 웹툰이 태동할 당시만 하더라도 웹툰 작가들에 대한 처우는 열악했다. 네이버에서 ‘마음의 소리’로 14년째 연재를 이어오며 연평균 10억 이상의 수익을 거두고 있는 조석 작가는 지난 2015년 처음 웹툰 시장에 진입했을 때를 회상하며 낮은 원고료로 부동산 사이트와 네이버 중 어느 플랫폼에서 연재를 시작할지 고민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복학왕’ 등으로 인기몰이를 하며 최근 46억원에 이르는 건물을 사 화제가 된 기안84(김희민) 작가도 오랜 세월 홍대 반지하에서 동료 작가들과 합숙 생활을 한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만화를 그리면 굶는다는 것은 이미 옛말이다. 네이버는 지난해 자사 플랫폼 전체 연재 작가의 62%가 연평균 1억원 이상의 수익을 올렸으며, 그중 상위 20위 작가의 평균 수익은 약 17억5,000만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신인 작가의 평균 수익도 1억6,000만원을 기록했다. 2013년 후발주자로 웹툰 시장을 발을 들인 레진코믹스도 자사 플랫폼에서 독점 연재를 하는 신인작가에게 주 1회 연재 기준 연 2,400만원 이상을 지급하던 최저소득보장제도를 지난 2018년 3,120만원으로 인상했다. 레진코믹스에 따르면 2017년에는 한 작품으로만 4억8,000원 이상의 수익을 올린 작가 외에도 37명의 작가가 연평균 1억원 이상의 수익을 올렸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19 만화·웹툰 작가실태 기초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한해 동안 작품을 연재한 웹툰작가의 평균 수익은 연간 4,824만원으로 절반 이상의 작가가 3,000만원 이상을 벌어들인 것으로 집계됐다.
소득수준만 오른 것이 아니다. 최근 몇몇 웹툰 작가들은 연예인 못지않은 위상을 누리기 시작했다. 기안84를 비롯해 ‘이말년씨리즈’로 인기를 끈 이말년(이병건), 영화 ‘신과함께’ 원작자로 유명세를 탄 주호민 등 다수의 작가가 TV 예능 프로그램에 초청돼 대중의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지난 2014년 ‘폐인의 세계’ ‘찌질의 역사’ 등을 연재한 김풍(김정환)작가가 JTBC ‘냉장고를 부탁해’ 고정 출연한 것을 시작으로 2016년 MBC ‘무한도전’에 ‘미생’의 윤태호, ‘전자오락수호대’의 가스파드(전용식), ‘삼국지톡’의 무적핑크(변지민) 작가가 연이어 방송을 통해 독자들과 소통했다. 김성수 문화평론가는 “과거 출판만화 시절에는 열악한 유통망 속에 몇몇 대가를 제외하면 만화 작가가 창작자보다 노동자로 인식됐다”며 “원천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들에 대한 인식이 변하며 과거 출판만화 대가들이 누렸던 인기가 더 많은 작가들에게서 재현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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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규모 1조원···한류 잇는 K웹툰=웹툰 생태계 확장에 앞장서는 것은 국내 양대 웹툰 플랫폼인 네이버와 카카오다. 최근 3년을 비교해 보면 2017년 대비 두 배 이상의 작품 수를 소화하고 있으며, 지적저작권(IP) 활용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미 윤태호 작가의 ‘이끼’, 강풀 작가의 ‘이웃사람’, 양우석 작가의 ‘강철비’ 등 카카오 웹툰이 영화화됐고, 네이버 웹툰은 자회사 스튜디오N을 통해 ‘머니게임’ 등 웹툰 작품의 영화화를 준비 중이다. 이런 흐름 속에 기존 출판만화 시장을 이끌던 ‘용비불패’의 문정후, ‘공포의 외인구단’의 이현세, ‘타짜’의 허영만 등 걸출한 작가들도 독자와 발맞춰 웹툰 시장에 진입했고, 출판만화에 익숙하던 3040대 독자들도 웹툰 시장으로 속속 유입돼 독자 저변이 넓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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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탄해진 웹툰 생태계를 바탕으로 해외에서의 성과도 올라가고 있다. 구글플레이 만화카테고리에서 가장 높은 수익을 기록하고 있는 네이버웹툰(라인웹툰)은 지난해 10월 기준 일본과 대만에서 한국 작품이 전체 작품의 60%를 차지했으며, 태국에서도 한국 작품 수가 40%를 차지했다. 일본 앱스토어의 북 카테고리 1위를 기록한 카카오의 일본 웹툰 서비스 ‘픽코마’에서는 지난해 한국 웹툰 ‘나 혼자만 레벨업’이 종합 순위 1위를 차지했고, ‘버림받은 황비’ ‘황제의 외동딸’ ‘그녀가 공작저로 가야 했던 사정’ 등 다수의 작품이 20위권에 올랐다.
K웹툰이 해외에서 사랑받으면서 해외에서 국내 작가들의 인지도도 올라가고 있다. 지난해 12월 태국에서 열린 라인 웹툰 퀴즈쇼 ‘게임 오브 툰스’에는 3,000여명의 한국 웹툰 팬이 행사에 참여하기도 했다. 한국 웹툰작가 4명이 참석한 이 행사의 온라인 예선 참가자 수는 41만명을 넘는다. K팝, K영화에 이어 K웹툰이 한류를 이을 차기 주자란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한국은 출판만화 시장이 빨리 붕괴 돼 출판만화 시장이 계속 이어져 온 외국보다 빨리 디지털 전환을 할 수 있었다”며 “디지털 플랫폼에 맞춘 컷 구성 등 기술적인 부분 외에 드라마화가 이어지는 탄탄한 스토리가 뒷받침돼 선점 효과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한민구기자 1min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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