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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30 (일)

[연합시론] 현직 부장판사의 '대통령 하야 요구' 부적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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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현직 부장판사가 문재인 대통령 하야를 요구하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가 삭제해 파문이 일었다. 김동진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게시글은 정부의 민주주의 후퇴와 법치주의 훼손을 근거로 내세워 "헌법 질서를 수호할 의지와 능력이 없다고 판단되므로 대통령직에서 하야하기를 요구한다"고 썼다. 그는 인터넷에 글이 퍼져 논란이 커지자 게시한 것을 후회한다며 삭제한 것으로 일부 언론에 소개됐다. 현직 부장판사의 전례 없는 행위는 자못 충격적이다. 정치인도, 학자도, 평론가도 아닌 사법부 소속 고위 공직자가 정부를 비판하는 데에서 나아가 국정최고책임자에게 하야를 요구했다는 점에서다. 그것도 초연결 사회에서 더는 사적인 공간이기 어려운 SNS를 매체로 주장을 펴 공론의 장에 확산하게 한 것은 공직자로서 부적절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 그가 혹여 삼권분립 원리의 민주공화정에서 행정부와 동일선에 있는 사법부의 한 독립된 법관이 이 정도 주장도 못 펴느냐고 생각했다면 그건 위험하다. 대통령은 국민이 직선으로 뽑은 행정부(administration) 수반이자 정부(government) 대표여서 헌법도 내란 또는 외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곤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않게 규정하고 있고 탄핵소추와 심판 절차도 엄격하게 못 박고 있지 않은가. 의회와 더불어 국민을 대표하는 국정최고책임자의 진퇴는 임면 공직자의 입에서 그런 식으로 공개 주장될 성질의 것은 아니다.

문제의 글에서 김 부장판사는 문 정부의 성공을 기원했지만 실망 끝에 지지를 거두기로 했다며 "권력의 핵심이 저지른 조국 사태"와 조 전 민정수석에게 "마음의 빚" 등을 거론한 문 대통령의 언행을 천착했다.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음모론적 설계를 감행하고 실천한 장본인이 조 전 수석이고 이를 문 대통령이 알거나 모르거나 감싸고 도는 현실은 비헌법적 상황이라는 논지였다. 이런 주장은 그 자체로 다툼의 여지가 많다. 조국 일가 비리 의혹뿐 아니라 유재수 감찰무마 의혹,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 등은 모두 검찰 수사 등으로 윤곽이 드러나 있긴 하지만 사법부 판단이 남아 있다. 수사로 이미 밝혀진 여러 사안이 심각하고 위중하다 해도 정치적으로 매듭지어질 성격이 아니라면 사법적 절차를 기다리는 인내가 요구된다. 검찰 수사가 과도했다는 비평이 여전한 것을 간과하기도 어렵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들을 다루며 의도했든, 안 했든 검사들이 정치행위자처럼 기능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검사들이 검찰 개혁에 힘 싣는 정부를 거북하게 여겨 저항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도 마찬가지다.

평소 헌법정신을 강조하는 김 부장판사는 무엇보다 헌법 제66조가 기술하고 있는 "대통령은 헌법을 수호할 책무를 진다"에 주목한 것 같다. 자신이 보건대 문 대통령은 그렇지 않으니 물러나는 것이 맞는다는 논리적 귀결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그것은 하지만 그 자신만의 논법에 기반을 둔 개인 판단일 뿐임도 분명하다. 자기 신분에 관한 신중한 고려 없이 공개적으로 그런 생각을 밝힌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그는 가장 가깝게는 지난달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윤석열 검찰총장 견제 인사에 대해 "헌법정신에 배치된다"고 비판한 바 있다. 앞서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에는 원세훈 선거개입 혐의 무죄를 선고한 1심 재판부를 향해 '지록위마'라는 비판 글을 올렸다가 품위 훼손 등의 이유로 징계까지 받았다. 이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한 항소심 재판부 판결에 동의할 수 없다고 밝히는 등 정권과 관계없이 자신이 합리적이라고 믿는 견해를 비판적으로 피력했다. 이번 글 게시 역시 연장선이라면 다른 사사로운 무엇이 개입되진 않았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그런 만큼 모든 문제를 떠나 문 대통령 자신이나 집권 세력은 그가 글에서 전개한 서사를 뼈아프게 받아들이고 왜 이런 상황에까지 이르렀는지를 성찰하고 분발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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