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신탁제도 전면 개편에 나선다. 정부가 신탁제도 개편을 중단한 지 3년 만의 재추진이다. 고령화가 가속되는 상황에서 국민들의 노후 대비 자산관리수단으로 신탁이 최적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금융위는 '전문신탁업'을 신설하는 등 고령자들에게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구상이다.
금융위는 19일 신탁제도 전면 개선 등의 내용을 담은 2020년 상세 업무계획을 공개했다. 국민들의 노후 대비와 생활 안정을 위해 신탁제도가 '종합자산관리제도'로서 제대로 기능할 수 있도록 유도하겠다는 것이 취지다.
금융위 관계자는 "신탁제도는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는 자산관리수단이지만 국내에서는 특정 금융상품을 판매하는 수단으로만 활용돼 왔다"며 "중장기적으로 신탁업법 제정까지 검토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우선 수탁이 가능한 재산 범위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현재는 금전·부동산 등 '적극재산'만 수탁이 가능했지만, 앞으로는 부채 성격의 자산인 '소극재산'과 담보권 등도 수탁이 가능하게 범위를 넓힌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부채를 포함해 예금, 대출, 부동산 등 재산 모두에 대한 효과적인 관리가 가능해진다.
이와 함께 진입 규제 정비에도 나선다. 금융위는 특정 부문별로 금융회사 인가를 내어주는 '스몰 라이선스'를 활용해 전문신탁업을 신설할 계획이다.
금융위가 3년 만에 신탁제도 개편 재추진에 나섰지만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이후 사후약방문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또 기획재정부·법무부 등 관련 부처와의 협의, 신탁업 확대를 반대하는 증권사의 반발 등 실제 시행까지는 산 넘어 산이란 지적이다.
DLF 원금 손실 사태가 발생한 이후 곧바로 금융당국이 신탁 규제에 나선 것도 은행권 반발을 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DLF라는 특정 상품의 불완전판매 문제를 전체 신탁 시장 규제로 확대 해석하면서 은행권의 수익 구조에 빨간불이 들어왔다"고 말했다.
4대 금융지주(신한·KB·하나·우리금융)가 지난해 신탁사업으로 거둬들인 수수료 이익은 1조3626억원으로 전년(1조1945억원) 대비 14.1% 늘어났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올해 3월부터 금융사별로 정해진 한도 내에서 신탁 계약을 취급하게 한다는 입장이어서 올해 신탁사업은 역성장이 예고되고 있다. 이에 따라 신탁제도를 개편하더라도 규제는 여전히 지속될 것으로 보여 기대할 게 별로 없을 것이란 예상까지 나오고 있다.
[문일호 기자 / 최승진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