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이를 활용하기가 결코 쉽지 않다. 땅 속 깊이 파다가 큰 바위를 잘못 건드리면, 지진이 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베넬 2를 드릴로 파는 작업은 탄산염이 가득 스며든 토양층 위에 거의 다다랐을 때 멈췄다. 작업을 중단한 이유는 온천공 바닥면 온도가 너무 뜨거워서 엔지니어가 시추 장비를 잡을 수 없어서 였다.
2020년 2월 둘째 주 지구 물리학 연구 학회지에 등재된 논문에 따르면, 온천공 베넬 2를 지진 없이 시추할 수 있다고 한다. 리카르도 미네토(Riccardo Minetto) 제네바대 연구자 겸 논문 공동저자에 의하면, "베넬 2 사례는 지열 에너지를 얻기 위해 온천공에 구멍을 내 얻는 긍정적인 효과들이 있다"는 점을 드러냈다.
베넬 2 온천공은 중부 이태리 랄데렐로 트라발레(Larderello-Travale) 지열대에 구멍을 낸 시추공 중 하나다. 이 곳은 지열을 전기로 변환한 세계 최초의 장소다. 유럽계 에너지 회사와 연구소들은 2015년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이 컨소시엄은 지열대에서 더 많은 에너지를 추출할 수 있는 지 파악하기 위해서 데스크램블(Descramble) 프로젝트를 발족했다. 프로젝트의 목적은 지열대 표면 밑에 있는 초임계 유체를 활용하는 것이었다. 데스크램블 팀이 초임계 유체를 최초로 찾아낸 건 아니었다.
유럽에서 활동하는 지구과학자들은 시추가 진행되는 중 랄데랠로 트라발레 지열대 인근에 극도로 민감한 지진계를 놓고 지진이 일어나는 지 관찰했다. 비록 리카르도 미네토 연구자는 초임계 유체를 추출하는 것과 지진은 관련이 없다고 말했으나, 과거 온천공에서 큰 지진이 발생했다.
국내에서는 포항지열발전소가 지난 2017년 11월 지진을 촉발한 사례가 있다.[사진=DREW ANGERER/GETTY IMAGE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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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는 포항지열발전소가 지난 2017년 11월 지진을 촉발한 사례가 있다. 포항지진과 지열발전의 연관성을 1년여간 연구한 포항지진 정부조사연구단은 2019년 3월 20일 "지열발전을 위해 굴착한 지열정에 주입한 고압의 물에 의해 포항지진이 촉발됐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지열발전은 지하의 고온층에서 열수나 증기의 형태로 열을 받아들여 발전하는 방식을 일컫는다. 지열은 지표면에서부터 수 ㎞ 깊이의 고온의 물이나 바위(마그마)가 가지고 있는 에너지이다. 발전 방식에 따라 수백 m에서 수 ㎞ 깊이의 우물을 파기도 한다. 우물에서 고온의 증기를 얻으면 이를 터빈이 있는 곳으로 유도한다. 터빈을 고속으로 회전시켜서 이와 연결된 발전기로 전기를 만든다.
온천공은 지진의 위험이 없다고 하더라도 몇 가지 약점이 있다. 수잔 페티(Susan Petty) 열암 에너지 연구기관(Hot Rock Energy Research Organisation) 회장이자 지열 에너지 회사인 '알타 락 에너지(Alta Rock Energy)' 공동창업자는 "초임계 유체는 부식을 일으키고 시추하고자 하는 바위를 녹인다"며 "초임계 유체가 매설된 온천공에 의존하기 보다는 '개량된 지열 시스템'을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많은 양의 뜨거운 물과 증기를 찾는데 따르는 어려움은 전 지구적으로 지열발전을 제한했다. 그러나 개량된 지열 시스템 또한 온천공과 마찬가지로 기술적 어려움과 지진의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제프리 비엘리키 오하이오주립대 '에너지 지속가능성 연구소(Energy Sustainability Research Laboratory)' 연구소장은 "지열발전은 마케팅 문제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에너지원을 얻을 수 있는 풍력이나 태양광에 비해 우선 순위에서 밀리는 실정이다.
한편, 美 에너지부는 2월초 지열에너지 발전을 연구하는 국책 연구기관 포지(FORGE∙ Frontier Observatory for Research in Geothermal Energy)에 활성화 기금 2500만 달러를 배정하겠다고 발표했다. 한국에서는 2017년 11월 예상치 못한 포항지진이 발생하고 지진 이후 지열발전소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대된 상황이다. 관련 연구 재개는 신재생 청정에너지 다양성 확보와 안전한 에너지원 확대 차원에서 필요하다는 견해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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