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FO 김상현 전무를 새 사내이사로 선임
정몽구(사진) 현대차(005380)그룹 회장이 현대자동차 등기이사를 연임하지 않기로 했다. 다만 현대차그룹 회장직은 그대로 유지해 기존과 동일하게 중요한 경영판단은 직접 내릴 예정이다.
정 회장은 지난 1999년부터 21년 동안 맡아왔던 현대차 이사회 의장직도 내려놓고 현대차 미등기임원과 현대모비스(012330) 등기이사직만 유지하게 됐다. 후임 이사회 의장은 주주총회 후 선출할 예정으로 정 회장의 아들인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맡을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현대차는 19일 이사회를 열어 오는 3월로 사내이사 임기가 만료되는 정 회장을 대신해 현대차의 최고재무책임자(CFO)인 김상현 현대차 재경본부장 전무를 신규 이사로 선임하기로 했다. 다음달 19일 정기주주총회에서 안건이 통과되면 현대차 사내이사진은 정 수석부회장, 이원희 사장, 하언태 사장, 알버트 비어만 사장, 김 전무로 구성된다. 사내이사진 중 유일한 오너가인 정 수석부회장 체제가 한층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는 “수익성 개선 추진과 대규모 투자계획에 따른 이사회의 재무적 의사결정 기능 강화를 위해 CFO를 등기임원으로 선임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사회는 이날 정관변경을 통해 사업목적에 모빌리티 등 기타 이동수단과 전동화 차량 등 충전사업을 추가하기로 했다. 정 수석부회장이 공을 들여온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목적기반모빌리티(PBV) 등 미래 모빌리티 솔루션 사업을 본격화하기 위해서다. 아울러 올해 주총부터 전자투표제를 도입하기로 했으며 이사 보수 한도는 지난해와 같은 135억원으로 책정했다. 또 올해로 3년의 첫 임기가 끝나는 사외이사 최은수 변호사를 재선임했다. /김민형기자 kmh204@sedaily.com
현대차가 급변하는 자동차 시장환경 속에서 미래 자동차 시대를 지향하는 새로운 경영체제 구축에 돌입했다. 특히 전기차·수소차·모빌리티 등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의 변신을 시도하고 있는 정의선 총괄 수석부회장 체제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정몽구 회장이 현대자동차의 미등기임원과 현대모비스 등기이사를 유지하면서 기존 회장 업무를 수행하기로 한 것은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건립 등 굵직한 투자와 경영적 판단에 대한 책임 경영을 이어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분석된다. 아울러 현대모비스를 중심으로 한 현대차그룹 전체의 지배구조 개편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19일 정 회장이 이사회에서 미등기임원으로 물러났지만 기존 현대차의 경영체계에는 큰 변화가 없다. 정 회장은 이미 지난 2년간 이사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80대에 접어들면서 사실상 공식 행보는 거의 하지 않고 있다. 그 사이 아들인 정 수석부회장이 2018년 9월 수석부회장으로 승진했고 지난해 주주총회에서는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대표이사를 맡으며 경영 전반에 나섰다.
정 수석부회장은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을 강조하며 현대차의 체질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도심항공모빌리티 등 새로운 사업 진출은 물론 유럽에서의 전기충전 인프라 구축, 우버와의 제휴를 통한 미래 모빌리티 시장 대비, 미국 앱티브사에 대규모 투자를 통한 자율주행 기술 확보 등 숨 가쁘게 사업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이사회가 정관변경을 통해 사업목적에 모빌리티 등 기타 이동수단과 전동화 차량 등의 충전 사업을 추가하기로 한 것도 이 같은 정 수석부회장의 경영방향을 지원하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현대차는 이미 지난해 말 개최한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전동화 △자율주행 △커넥티비티 △모빌리티 △인공지능(AI) △로보틱스 △개인용비행체(PAV) △신에너지 분야 등 미래사업 역량 확보를 위해 오는 2025년까지 20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은 사실상 정 수석부회장 체제로 미래를 대비하고 있다”며 “정 회장의 이번 결단으로 정 수석부회장이 추진하고 있는 그룹의 방향성에 대해 더욱 힘을 실어주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규 사내이사로 최고재무책임자(CFO)인 김상현 전무를 선임한 점도 미래차 시장을 대비하기 위한 포석이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미래차 시장을 선도하려면 전기·수소차 기술과 인프라 등에 대한 투자는 물론 글로벌 기업들과의 제휴 역시 타이밍이 생명이다. 동시에 대규모 투자가 집행돼야 하는 만큼 기존 내연기관 중심의 사업에서 비용절감 등을 통해 수익성을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현재의 사업에서 수익을 내 미래사업에 투자하는 선순환 구조가 갖춰지지 않는다면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 역시 CFO를 사내이사에 선임한 것에 대해 “수익성 개선을 추진하고 대규모 투자계획에 따른 이사회의 재무적 의사결정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CFO를 등기임원에 선임했다”며 “미래 분야 투자를 통한 지속 성장을 이어가기 위해 수익성 최우선 경영을 강화하겠다는 의지의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정 수석부회장이 이사회 의장을 맡을지는 아직은 미지수다. 정 회장이 그룹의 회장으로서 경영을 이어갈 계획인데다 최근 기업들이 지배구조 투명화를 위해 이사회와 경영진 분리를 속속 도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알버트 비어만 사장이 이사회 의장을 맡을 수도 있다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한편 올해 주총을 계기로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선 작업이 다시 본격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발목을 잡았던 엘리엇펀드가 지분을 팔고 나가 장애물이 없어진데다 이번 이사회를 통해 정 수석부회장 체제가 더욱 공고해졌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 회장이 현대모비스의 등기임원을 유지하기로 한 것은 지난해 현대차그룹이 추진했던 현대모비스 분할 후 현대글로비스(086280)와의 합병을 통한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추진력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민형기자 kmh204@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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