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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비즈톡톡] "LG-SK 싸움, 남 얘기 아니야"… '인력 유출' 공포에 떠는 화학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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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GS칼텍스·S-Oil 등 정유사, 화학 설비 증설
"2~3년 뒤 증설 완료되면 화학업체→정유사 대규모 이직 예상"

LG화학(051910)SK이노베이션(096770)이 미국에서 벌인 전기차 배터리 소송전이 마무리된 가운데 화학업계에서 "이번 다툼이 남 얘기가 아니다"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어떤 사연일까요.

LG화학이 미 국제무역위원회(ITC)에 SK이노베이션을 제소하며 불거진 양측의 공방은 20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LG화학 전지사업본부의 연구개발·생산·품질관리 등 전 분야에서 76명의 핵심인력이 SK이노베이션으로 이동하면서 갈등이 시작됐지요.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에 "영업비밀, 기술정보 유출 가능성이 높은 인력 채용을 중단하라"며 두 차례 내용증명을 보냈지만 인력 이동이 지속되자 미국 법원에 제소했습니다. 오랜 기간 끝에 LG화학이 승기를 잡았지만 두 기업 모두 적지 않은 비용을 치러야 했습니다.

두 회사의 싸움을 본 화학업체들은 고민에 빠졌습니다. 최근 정유업체들이 화학 분야에 공격적인 투자에 나섰기 때문입니다. 원유를 나프타, 휘발유, 경유, 중유 등으로 정제한 뒤 나프타 등을 석유화학업체에 판매해왔던 정유업체가 직접 석유화학 중간 제품으로 반가공하거나 아니면 석유화학 제조 기법을 이용해 고부가가치 석유제품을 만들겠다고 나선 것입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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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칼텍스는 전남 여수 제2공장 인근에 2조7000억원을 투자해 올레핀 생산시설을 확충하기로 했습니다. 지난해 착공해 2021년 상업 가동이 목표입니다. ‘탈(脫)석유’를 외치고 있는 세계 최대 석유기업 아람코는 자회사 S-Oil(010950)을 통해 화학 분야로 사업을 확대하겠다며 지난해 7조원 투자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SK이노베이션 역시 화학 사업의 패키징∙오토모티브 분야 다운스트림을 확장하겠다는 방침이지요.

정유업체들이 화학제품 생산 시설을 확대한다는 것은 해당 인력 수요가 그만큼 늘어난다는 의미입니다. 한 화학 업체 관계자는 "정유업체가 새로 지은 다운스트림 설비를 가동할 전문 인력이 필요하다"며 "2~3년 뒤 대량의 설비 증설이 완료되면, 화학업체에서 정유업체로 대규모 인력 이동이 예상된다"고 걱정했습니다.

또 다른 화학 업체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화학업체보다 정유업체의 연봉이 높고, 기타 복지 여건도 좋기 때문에 이직 요인이 많고, 정유업체와 화학업체의 생산시설은 같은 산업단지에 몰려 있는 경우가 많아 근로자 입장에서 이직 리스크도 크지 않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지난 2017년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에 대해 인력을 빼간다고 주장할 당시 SK이노베이션은 "낮은 처우에 실망한 자발적인 이직"이라고 했지요.

정유, 화학 업체의 특성상 설비 운영에 필요한 인력은 수십명 수준입니다. 해당 업무는 인력의 숙련도가 중요하기 때문에 설비를 완성하고 본격 가동에 들어가려면 경력직 몸값이 높아질 수밖에 없지요.

기업에 전문 인력은 자산과 마찬가지입니다. 가뜩이나 중국 공급 확대와 경쟁 심화로 어려움을 겪는 화학 업체들은 자산인 인력 유출도 우려해야 하는 처지가 됐습니다.

연선옥 기자(actor@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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