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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아파트 이름 바꾸기 열풍… “엠코 대신 힐스테이트, 행당 대신 서울숲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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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개명(改名)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펫 네임(Pet Name·애칭)’을 단 신축 아파트 가격이 고공비행을 하자 구축 아파트도 새로 펫 네임을 붙이는 양상이다. ‘효창’을 ‘용산’으로, ‘신정’을 ‘목동’으로 바꾸는 등 몸값이 높은 지역으로 단지명을 변신하는 것도 주요 흐름이다.

조선비즈

2018년 10월 위례신도시 ‘위례 부영사랑으로’는 ‘위례더힐55’로 단지명을 바꿨다. 공사 관계자들이 기존 단지명인 ‘부영사랑으로’ 글씨 위에 ‘위례더힐55’를 도색하고 있다. /독자 제공



19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서울 마포구 염리동 마포자이3차 소유주들은 단지명을 ‘마포 자이 더 센트리지(Centridge)’로 바꾸기로 하고 절차를 밟고 있다. 단지명 뒤에 ‘몇 차’라는 숫자를 넣은 것이 흔하고 낡아 보인다는 판단에서다. 소유주들이 검토한 다른 개명 후보들은 ‘마포 센트럴 자이’, ‘마포 아트 자이’ 등 모두 펫 네임을 붙인 유형이었다.

과거 아파트 단지명은 지역과 건설사 사명(社名)으로 구성됐다. ‘압구정 현대1차(1976년)’, ‘대치 쌍용1차(1983년)’ 등이다. 2000년부턴 브랜드가 중시돼 지역명 뒤에 브랜드가 붙었다. ‘역삼 푸르지오(2006년)’, ‘대치 아이파크(2008년)’ 등이다.

이후 건설사들이 차별화 전략을 앞세우며 ‘방배 롯데캐슬 아르떼(2013년)’, ‘이촌 래미안 첼리투스(2015년)’ 등 펫 네임 단지가 여럿 생겼고, 최근 분양하거나 분양을 앞둔 단지는 펫 네임 없는 단지를 찾기가 더 어려울 정도다. ‘반포 디에이치 라클라스(2021년)’, ‘반포 래미안 원베일리(2023년)’ 등도 마찬가지다.

맨 앞에 붙는 지역명을 바꿔 몸값 상승을 노리는 것도 주요 개명 흐름이다. ‘행당 삼부아파트’는 ‘서울숲 삼부아파트’로, ‘신정뉴타운 아이파크위브’도 ‘목동 센트럴 아이파크위브’로 최근 각각 개명했다. 서울 용산구 ‘효창파크 KCC스위첸’은 ‘용산 KCC’로 단지명 변경을 추진 중이다. 광명주택이 시공한 인천 서구 ‘광명 메이루즈’는 ‘청라 메이루즈 커낼파크뷰’로 이름을 바꿨고, ‘장안 태영 데시앙’은 2017년 이 이름으로 분양했지만, 입주 직전인 지난해 ‘동대문 더퍼스트 데시앙’으로 이름을 바꿨다.

상위 브랜드로 갈아타는 움직임도 많다. ‘홍제원 아이파크’는 최근 ‘홍제 센트럴 아이파크’로 개명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일부 단지에만 ‘센트럴 아이파크’를 붙이는 고급화 전략을 써왔다. ‘김천혁신도시 현대엠코타운’은 ‘엠코타운’을 떼고 ‘힐스테이트’로 개명을 추진 중이다. 엠코타운은 현대엔지니어링이 쓰던 단지명인데, 이 회사는 2014년부터 엠코타운을 단종하고 현대건설의 힐스테이트를 브랜드로 쓰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나 공공임대아파트 위주로 사업을 하는 부영의 아파트 소유주들은 사명이나 브랜드를 아예 없애는 방향으로 개명을 진행한다. 경기 시흥시 ‘LH은계브리즈힐’은 ‘은계브리즈힐’로, 인천 ‘서창LH11단지’는 ‘서창베라체’로 각각 단지명에서 LH를 지웠다.

다산신도시 ‘부영그린타운’과 나주혁신도시 ‘빛가랑사랑으로 부영1단지’는 ‘부영’을 떼고 펫 네임을 다는 방향으로 개명을 추진 중이다. 부영그린타운 1~5단지 입주자대표회의는 "그간 부영의 부실시공과 임대아파트 이미지 등으로 인해 우리 아파트가 저평가를 받아왔다"면서 "아파트 가치 정상화를 바라는 여론에 부응해 아파트 명칭변경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했다.

단지명을 바꾸기 위해서는 소유자 75% 이상이 참여해 집회 결의를 하거나 80% 이상이 서면으로 동의해야 한다. 시공사가 해당 단지 아파트 브랜드를 소유하고 있어 시공사로부터 변경허가 사용승낙서를 받아야 한다. 이미 상표권이 등록된 명칭으로는 바꿀 수 없다.

고성민 기자(kurtg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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