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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착한기업' 다시 태어나는 두 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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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사회적 가치' 주주·고객·협력사 등 행복 추구 최우선

포스코 '제철보국' 경영철학 50년 만에 '기업시민'으로 바꿔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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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황윤주 기자] "이 옷은 사지 마세요." "멸종을 마주하다."

비영리기구의 슬로건이 아니다. 글로벌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의 캠페인이다. 파타고니아는 옷을 하나라도 더 팔기 위한 마케팅 대신 환경보호 캠페인을 치열하게 펼치는 브랜드로 유명하다. 경영 철학에 공감하는 소비자들의 지지를 받으며 파타고니아는 북미 시장에서 아웃도어 브랜드 2위에 올랐다.


국내 기업들도 사회 문제를 말하기 시작했다. 이유는 명확하다. 소비자들이 '착한 기업'을 원하기 때문이다. 가장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곳은 SK그룹이다. 최태원 SK 회장은 '사회적 가치'를 경영 철학으로 삼고 정관에 반영했다. SK그룹 고위 관계자는 "최 회장은 임원들에게 옛날 방식의 비즈니스 모델을 고집하면 살아남기 어렵다고 강조한다"며 "소비자와 사회가 반사회적인 기업에 등을 돌리는 지금의 경영 환경에서 사회적 가치가 최우선 돼야 한다는 게 최 회장의 판단이다"고 설명했다.


최 회장이 지난해 직원들을 대상으로 '행복 토크'를 진행한 것도 같은 배경에서다. 단 최 회장이 말하는 '행복'은 우리가 알고 있는 개념과 결이 다르다.


SK그룹 관계자는 "최 회장이 강조하는 '행복'은 일을 통해 직원이 경제적으로 보상 받고, SK의 비즈니스가 성장하는 것"이라며 "나아가 SK 주주와 고객, 협력사 등 SK의 이해관계자들도 SK의 비즈니스를 통해 만족감(배당, 착한 소비, 상생 등)을 얻는 것을 말한다"고 설명했다. "행복 추구의 전제 조건은 이해관계자들의 행복"이라는 최 회장의 발언은 이런 맥락에서 나왔다.


포스코도 50년 만에 경영 철학을 '제철보국'에서 '기업시민'으로 바꾸고 비즈니스와 연결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기업시민은 이윤 추구에 매몰된 전통적 의미의 기업에서 벗어나 공익 증진과 책임의식을 내면화한 기업을 의미한다. 포스코 관계자는 "경영 환경이 예전과 달라졌다"며 "일방향적 측면에서 기업의 역할을 제시하는 것을 넘어 기업과 이해관계자가 '더불어 함께 발전하는' 가치에 초점을 둬야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소비자의 구매 패턴은 물론 투자기관의 투자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지난달 회사 수익의 25%를 차지하는 석탄생산기업 등 환경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기업의 주식을 2020년대 중반까지 처분하겠다고 밝혔다. '착한 기업'이 아니면 투자를 받기 어려운 상황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변화는 곳곳에서 나타났다. 포스코는 민간 기업 최초로 공사 계약에 '하도급 상생 결제'를 도입했다. 이는 구매기업이 하도급 대금을 예치계좌를 통해 2차 협력사에 직접 지급함으로써 협력사의 대금회수를 보장하는 제도이다. 포스코 그룹사는 기업시민실도 설치했다. 이를 통해 올해는 구체적인 기업시민 활동 성과를 내겠다는 방침이다.



황윤주 기자 h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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