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말대금 선입금 요구 등 판매 사기 유의해야
“☆s10+ ㅅㅋㅂㅇ 79욕 무부. 24개월 선약으로 43징 받아 62.6에 졸업했네요.”
분명히 한국어인데, 외계어를 나열해놓은 듯한 이 문장. 휴대폰 불법보조금과 관련해 각종 커뮤니티에서 쓰이는 은어들의 집합체다.
위 문장을 해석하자면, “갤럭시 S10+ SK텔레콤으로 번호이동해서 7만9000원 요금제로 부가서비스 없이, 24개월 선택약정으로 43만원 불법보조금 받아 총 62만6000원에 휴대폰 구입했네요”라는 뜻이다.
갤럭시Z폴드, 갤럭시S20 등 신규폰 출시가 늘면서 불법보조금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스마트폰 시장에선 “제값주고 사면 호갱(호구와 고객의 합성어)”이라는 말도 나올 정도다.
▶“현아? 표인봉? 징?”…끊임없이 진화하는 불법보조금 은어=휴대폰 불법보조금의 변천사를 보려면 ‘뽐뿌’를 봐야한다. 뽐뿌는 지난 2005년에 설립된 온라인 커뮤니티로, 국내 최대 규모의 스마트폰 정보 공유 사이트로 알려져있다. 하루에만 수백건의 스마트폰 관련 게시글이 올라온다.
가장 기본적인 불법보조금 은어는 이동통신사를 의미하는 자음이다. ㅅㅋ, ㅋㅌ, ㄹㄱ는 각각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를 뜻한다.
여기에 기기변동과 번호이동을 뜻하는 ㄱㅂ, ㅂㅇ가 합쳐진다. 예를 들어 ㅋㅌㄱㅂ은 KT로 기기변동한다는 의미다.
유명 연예인 이름을 이용한 불법보조금 은어도 있다. 현금 완납을 뜻하는 ‘ㅎㅇ’, ‘현아’는 할부가 아닌 현금으로 한번에 완납하는 것을 의미한다.
‘ㅍㅇㅂ’, ‘표인봉’은 구매 후 일정 금액을 현금으로 돌려주는 페이백을 뜻한다. 최근에는 꽃다발, 차비 등으로 변형돼 쓰이기도 한다.
현장에서 기기값 일부를 바로 할인해주는 불법보조금을 뜻하는 용어는 ‘징’이다. 징은 매장에서 가격을 말하지 않고 진동으로 보조금을 알려주는 것에서 유래했다.
판매자는 말 대신 진동이나 계산기로 대답한다. 매장에서는 가격을 절대 말하지 않는 것이 일종의 규칙이다. 녹음 등의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43징’은 짧은 진동 4번, 다시 3번, 그리고 긴 진동 4번이 울리는 것을 의미한다. 총 43만원의 보조금을 지원해주겠다는 일종의 암호다.
징과 같은 불법보조금은 선택약정인 요금제할인과 중복이 가능하다. 공식적으로 공시지원금을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43만원의 불법보조금을 받았어도, 추가적으로 기본요금의 25%를 할인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호갱 탈출? 싼 만큼 위험도 크다…사기·먹튀 유의해야=위와 같은 은어를 습득해 아주 좋은 가격에 휴대폰을 구매했다면, 호갱(호구와 고객의 합성어)을 피한 걸까?
가격이 싼 만큼 위험부담도 큰 법. 불법보조금 지급을 약속하고 종적을 감추는 이른바 ‘먹튀’ 사례도 빈번하다. 구매 후 일정금액을 돌려주겠다고 해놓고 이행하지 않는 것이다.
대리점에서 신분증까지 보관하고 개통을 기약없이 미룬다거나 단말대금 선입금을 요구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피해에도 소비자들은 보호받을 수 없다. 말 그대로 ‘불법’으로 받은 지원금이기 때문이다. 보조금 지급에 대한 계약서도 없고, 대리점에서 정확한 가격을 얘기한 증거도 없다.
불법보조금으로 인한 폐해는 계속되고 있지만, 당국의 제재는 아직 요원한 상황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2018년 12월부터 ‘이동통신 서비스 및 단말장치 온라인 판매 가이드라인’ 을 제정해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뽐뿌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불법보조금 대리점을 찾는 글은 여전히 계속 업로드되고 있다.
또 지난 2014년부터 지난해 8월 말까지 방통위가 진행한 불법보조금 관련 현장 단속은 19건에 불과했다. 실효성에 대해 비판받을 수밖에 없다.
통신사들은 휴대폰 구입 전 사기 위험에 대해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시지원금을 훨씬 웃돌거나 과도한 페이백을 제시하는 경우 판매 사기인지 의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삼성전자의 갤럭시S20 시리즈 출시를 앞두고 통신 3사는 사전예약 판매 기간을 1주일로 줄이는데 합의하기도 했다. 사전예약 기간이 길어지는 만큼 보조금 경쟁도 치열해져 불법보조금이 횡행하기 때문이다.
통신3사가 모여 자체적으로 맺은 이번 합의가 과도한 불법보조금 지급을 막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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