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감독당국에 대한 외부의 비판은 숙명입니다. 와치독의 저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과 임원, 국ㆍ실장들이 18일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올드보이(OB) 모임 회장인 임주재 전 부원장보가 후배들을 상대로 강의에 나섰기 때문입니다. 올해 첫 강의 주제는 '외부에서 바라본 금감원'. 시기와 주제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최근 금감원은 파생결합펀드(DLF), 라임자산운용 사태로 감독 부실, 권한 남용 등 '책임론'이 부각되며 뭇매를 맞고 있습니다. 조직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지는 때에 대선배의 고견(高見)을 듣는 자리가 마련된 셈입니다.
임 전 부원장보도 현재 후배들이 느낄 자괴감(?)을 알고 있을 터. 하지만 그는 위로와 격려 보다는 '쓴소리'를 택했습니다. 금감원 임직원들은 자신이 부속품이라고 생각하지만 밖에서 보면 금감원의 권한이 막강하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권한을 신중히 행사해야 한다고 당부했습니다. 금감원에 대한 비판은 숙명이라는 점도 언급했습니다. DLF 중징계 이후 금융회사의 반발, 비판에 시달리고 있는 터라 '와치독의 저주'라는 표현에 많은 간부들이 고개를 끄덕였다고 합니다.
지금 금감원은 어느 때보다 분위기가 뒤숭숭합니다. 우리은행은 DLF 제재에 불복, 법적 방어권 행사를 예고했습니다. 제재 효력 무력화를 막을 길이 없고 비판 여론 또한 거세 조직의 사기도 많이 떨어졌습니다. 제재가 적절했는지 여부는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제재 효력이 관철되지 못할 가능성도 높습니다. 다만, 금감원은 권한과 판단 아래 할 일을 했다는 게 중요합니다. 이제 공은 금감원의 손을 떠났습니다. 투자자냐, 금융회사냐가 다를 뿐 어떤 선택이든 비판은 피할 수 없습니다. 금감원은 묵묵히 할 일을 해나가면 됩니다.
칼 쓰는 직업은 견제받고 비판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 칼이 금융지주 지배구조를 뒤흔드는 사안이라면 더욱 그렇겠죠. 견제와 비판이 있어야만 금융 권력기관인 금감원이 자만하지 않게 됩니다. 금감원은 '힘들고 보상 못받는 곳(thankless job)' 이라고 합니다. 제재가 세면 '월권', 약하면 '봐주기'라고 지적받습니다. 평소엔 시장친화적 감독을 요구받다가 사고가 터지면 감독 부재를 질타받는 것도 사실입니다. 어쩔 수 없는 숙명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금융시장의 시스템 리스크를 막고 금융질서를 바로잡는 '최후의 보루'는 금감원입니다. 와치독의 저주에 걸린 금감원 임직원들이 다시 심기일전 하기를 기대해봅니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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