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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호남에 인물이 없다… ‘제2의 이정현ㆍ정운천’ 안 보이는 미래통합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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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개 지역구 공천 신청 2명뿐… 김무성 차출론까지

여당 프리미엄 잃고 5ㆍ18 폄훼 징계 회피 호남표 깎아
한국일보

새누리당 이정현 후보가 2016년 4월 13일 오후 전남 순천시 조례동 새누리당 이정현 후보 선거사무소에서 당선이 확실시 되자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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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ㆍ보수 대통합 정당을 표방한 미래통합당(통합당)이 4ㆍ15 총선을 앞두고 호남 지역 인물난에 허덕이고 있다. 지난 6일 마감된 지역구 후보 1차 공천 신청에서 통합당의 호남 출마 희망자는 28개 지역구를 통틀어 2명에 불과했다. 광주, 전북엔 전무했고, 전남 목포와 여수에 1명씩이었다. 4년 전 20대 총선에선 새누리당(통합당 전신)의 호남 공천 신청자가 31명에 달했고, 지역구 26곳에서 후보를 냈다.

이에 따라 이번 총선에서 ‘제2의 이정현ㆍ정운천’이 나올 가능성은 희박하다. 옛 새로운보수당에서 미래한국당(비례대표 위성정당)으로 최근 이적한 정운천 의원은 20대 총선에서 20년 만에 보수 정당 간판으로 전북(전주을)에서 당선됐다. 이정현 무소속 의원은 2014년 전남 순천ㆍ곡성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통합당 전신) 후보로 당선된 뒤 20대 총선에서 지역구 재선(전남 순천)에 성공했다. 두 사람은 ‘영ㆍ호남 지역주의 청산’의 상징이었지만, 조만간 호남을 떠난다. 정 의원은 21대 국회에서 비례대표가 될 가능성이 크고, 이 의원은 서울 출마를 준비 중이다.

통합당이 ‘영남 정당’으로 회귀하는 것이 의도적인 건 아니다. ‘여당 프리미엄’을 잃은 탓이 크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에서 통합당은 집권 여당으로서 호남 지역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지역 개발 사업을 약속했다. 더구나 이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었고, 정 의원은 이명박 정부에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을 지내 ‘말발’이 더 먹혔다.
한국일보

2016년 4월 13일 오후 전북 전주시 완산구 정운천 새누리당 완산을 후보 사무실에서 정운천 후보가 우세를 보이는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를 보고 하트를 그려보이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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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의원은 18일 통화에서 “새누리당이 집권당일 당시엔 호남 주민들에게 지역 발전에 대한 기대감을 줄 수 있었다”며 “그런 분위기 속에 호남에서 정치를 하려는 새누리당 도전자도 많았다”고 돌아봤다. 통합당 관계자는 “낙선 이후 공공기관장 자리 등으로 보상해 줄 것을 기대하며 공천을 신청한 인사도 더러 있었다”고 말했다.

‘호남 험지화’에 대한 통합당 책임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대선주자 시절 호남에 적극 구애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청와대에 입성한 이후, 통합당의 ‘호남 사랑’은 상당 부분 식었다. 5ㆍ18 민주화운동 폄훼 논란을 부른 김진태, 이종명, 김순례 의원에 대한 징계를 회피하거나, 나경원 의원이 원내대표 시절 “문재인 정권은 광주일고 정권”이라고 발언하는 등 지도부가 지역 감정을 자극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호남 공천에 대한 통합당의 고심은 깊어지고 있다. 불출마를 선언한 김무성 의원의 호남 총선 차출론도 이런 배경에서 나왔다. 당 관계자는“통합을 내걸고 출범한 정당이 호남 지역에 제대로 후보도 못 내는 것은 부담이라 마땅한 인물을 물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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