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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1 (토)

[신간] 대한민국 철학사·지리산 덕산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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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와 장자는 이렇게 말했다

(서울 = 연합뉴스) 추왕훈 기자 = ▲ 대한민국 철학사 = 유대칠 지음.

이 땅에서 우리말, 우리글로 역사의 주체인 우리가 우리 삶과 고난에 대해 고민하고 사유한 결과물이 한국철학이라고 정의한다.

저자의 견해에 따르면 정약종이 한글로 쓴 '주교요지'와 같은 서학(西學) 서를 통해 백정과 노비도 더불어 '우리'로 존재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사상을 만나 평등의 희망을 품게 된 것이 한국철학의 '회임'을 고한 사건이다. 민중의 치열한 주체적 고민에서 나온 수운 최재우의 한글 사상서 '용담유사'는 한국철학의 '출산'을 알렸다.

책은 이처럼 한국 철학이 탄생하기까지 배경을 살펴본 다음 재야철학으로 김범부, 대학 내 철학으로 박종홍·김형효, 그리고 재야와 대학 사이의 철학으로 안호상, 민중을 위한 철학으로 이관용을 꼽으면서 이들의 사상을 짚어가며 한국철학의 계보를 정리한다.

이어 '뜻을 가진 한국철학'으로 윤동주, 류영모, 문익환, 장일순, 권정생, 함석헌 등을 알아보고 우리 철학의 지나온 길에 대한 반성을 통해 지향해야 할 방향이 무엇인지를 고민한다.

저자는 "이제 철학은 더욱더 치열하게 민중에게 달려가 민중과 더불어 있어야 한다. 그리고 민중과 더불어 우리가 되어 '우리'의 철학, 대한민국 철학을 일구어내야 한다. 그 대한민국 철학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라고 썼다.

이상북스. 600쪽. 3만2천원.

연합뉴스


▲ 지리산 덕산동 = 최석기 지음.

퇴계 이황과 더불어 조선 유학의 거봉이 된 남명 조식(1501~1572)이 말년에 은거한 지리산 덕산동 일대 남명의 유적을 소재 삼아 그의 학문과 사상을 재조명한다.

남명은 사화로 어지러울 때 세상을 등지는 대신 현실 정치에서 한 발짝 뒤로 물러서서 바라보고자 1562년 지리산 천왕봉이 보이는 진주 덕산으로 이주해 정사를 짓고 '산천재(山天齋)'라 이름 지었다.

주역의 대축괘의 괘사에 '강건하고 독실하고 빛나게 해서 날마다 그 덕을 새롭게 한다(剛健篤實輝光 日新其德)'라고 한 문구처럼 공부를 통해 날마다 자신의 덕을 새롭게 향상하고자 한 것이 남명의 뜻이었다.

남명이 말하는 도학자 상은 권력에 아부하지 않고 흑을 흑이라 하고 백을 백이라 하는 사람이며 또한 성찰·극치를 통한 실천에 철저한 사람이다. 그는 낮고 쉬운 것부터 배우지 않고 어려운 것만 추구하는 것을 매우 부정적으로 보았으며 손으로 비질하고 물 뿌리는 것도 모르면서 천리를 말하는 것에 대해 심각히 우려했다.

저자는 사진작가 김종길과 함께 남명의 사후 도학의 성지가 된 덕산동의 도구대, 백운동, 입덕문, 탁영대, 고마정, 산천재, 남명묘소, 덕천서원, 세심정, 취성정, 송객정, 면상촌 등 그의 자취가 서린 유적지들과 이 일대의 맑고 깨끗한 자연을 사진으로 담았다.

지앤유. 412쪽. 1만8천원.

연합뉴스


▲ = 양승권 지음.

2천년이 넘는 시간과 동서양이라는 공간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니체와 장자의 사상은 '일란성 쌍둥이'처럼 유사하다.

노장철학과 니체의 상관성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저자는 두 철학자의 사상을 '니힐리즘(허무주의)'이라는 키워드로 묶는다. 니힐리즘은 개인에 간섭하는 절대적 가치체계에 대항하는 자세로, 니체와 장자 또한 절대적 가치를 거부하며 자유인으로 살았다.

저자는 니체의 주요 철학 개념에는 동양철학의 개념이 짙게 녹아들어 있다고 본다. 동양철학에 대한 그의 관심은 이미 고등학교 때부터 싹트기 시작했고 특히 인도의 '업'이나 '윤회사상'이 '영원회귀' 개념에 지대한 영향을 줬다고 한다.

장자 또한 모든 현상이 생장과 소멸을 영원히 반복한다고 봤다. 삶은 죽음의 시작이고 죽음은 삶의 시작이라는 장자의 사유는 니체의 영원회귀와 일맥상통한다.

저자는 두 철학자의 사상적 공통분모를 수많은 아포리즘(aphorism·깊은 진리를 간결하게 표현한 말)을 예로 들어 설명한다.

니체는 "모든 것은 가고 또 돌아온다. 존재의 수레바퀴는 영원히 돌고 돈다. 모든 것은 죽고 또다시 피어난다. 존재의 세월은 영원히 흐른다. 모든 것은 꺾이며 다시 이어나간다. 영원히 똑같은 존재의 집이 세워진다. 모든 것은 헤어지며 모든 것은 다시 만나 인사한다"(자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고 썼고 장자는 2천 년 앞서 "생명은 형체가 없는 작용에서 싹터 나오고 죽음은 이 형체가 없는 작용으로 다시 돌아간다. 처음과 끝은 마치 둥근 고리와도 같이 서로 영원히 되풀이되어 그 끝을 알 수 없다"(전자방)고 했다.

페이퍼로드. 264면. 1만5천800원.

연합뉴스


cwhy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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