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한국당 입당·지역구 출마. [사진 출처 = 연합뉴스] |
"한·미 군사훈련에 북한은 왜 그렇게 예민하게 반발하는가" 이 질문에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대사관 공사의 설명은 이렇다. "북한 군부는 한미 합동훈련이 진행될 때마다 어쩔 수 없이 대응훈련을 해야 한다. 그럴 때마다 감당하기 힘든 군수 물자가 소모된다. 한미 합동훈련은 그 존재만으로도 북한 전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다." 태 공사가 쓴 책 '3층 서기실의 암호'에 나오는 구절이다.
2016년 가족과 함께 망명한 태영호 전 공사가 자유한국당 소속으로 4·15 총선 지역구 후보로 출마하겠다고 11일 선언했다. "북한에서 내려온 선원 2명을 유·무죄가 확정되기도 전에 우리 정부가 북한으로 강제 송환한데 큰 좌절을 느껴 출마를 결심하게 됐다"고 했다.
그의 출마는 여러가지 의미와 상징성을 갖는다. 우선 탈북자가 대한민국 국회의원이 되기 위해 총선에 지역구 후보로 나서는 것이 처음이다. 그가 한국에서 국민대표로 정치활동을 펼친다면 북한 주민들에게 전달되는 메시지는 참으로 다양할 것이다.
태 전 공사는 1997년 망명한 황장엽 전 노동당비서 이후 북한에서 탈북한 최고위층이다.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거치면서 황장엽 전 비서는 상당기간 입을 닫고 고립된 채 살았지만 한반도 주변 정세가 요동치는 요즈음 태 전 공사까지 입을 닫고 살아선 안된다.
"무조건 퍼주기가 아니라 현실적인 정책을 낼 것"이라고 태 전 공사는 출마 소감을 밝혔다. 그는 남북정상회담과 미북정상회담으로 비핵화 낙관론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질 때에도 "김정은이 결코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냉정을 유지했다. 남과 북의 사정을 두루 잘 아는 그가 한국의 통일·안보에 많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문재인 정부에 북한전문가, 통일전문가가 수두룩하다. 그런데 비핵화 협상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알 길이 없고 남북대화도 삐걱거리는 소리가 요란하다. 그 와중에 현정부가 북한에 구걸하듯 내미는 구애의 손짓은 애처롭다 못해 국민의 자존심까지 깔아뭉개는 지경이다.
'공산주의를 책으로 배운 사람들은 열렬한 공산주의자가 되고 몸으로 겪어본 사람들은 철저한 반공주의자가 된다'고 했다. 태 전 공사는 북한 세습독재의 잔혹성과 모순을 경험하고 그 경험을 책으로 쓴 사람이다. 그가 공산주의·사회주의를 책상머리에서 책으로 배운 사람들과 뜨겁게 '맞장 토론'을 벌이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기대된다. 그 토론에서 드러날 '강남좌파'의 진면목도 어떤 모양새일지 궁금하다. 태영호 전 공사는 4월 총선의 뜨거운 카드다.
[최경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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