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미래당이 세 갈래로 갈라졌다. "총선이 오긴 왔나보다"라는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국민들의 선택은 어느 길로 향할까. /이새롬·이선화·배정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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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만에 또 '이합집산'...유권자 선택 '궁금'
[더팩트|문혜현 기자] "총선이 오긴 왔나 보다."
최근 취재진 사이에서 들려오는 이야기다. 아닌 게 아니라 야권에선 총선을 65일 앞두고 보수·진보·중도 세력들이 각각 통합 및 신당 창당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재미있는 건(?) 이들 각각 논의 주체 안엔 '바른미래당'이 꼭 엮여 있단 거다. 범보수통합논의에도, 국민당에도, 호남 기반 정당 연합에도 바른미래당은 주요 논의자로 들어가있다.
바른미래당은 2018년 2월 13일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이 합당해 만들어졌다. 각각 보수와 진보에 뿌리를 두고 생겨났지만 중도개혁의 틀 안에 개혁적 보수와 합리적 진보가 공존한다는 기치 아래 일종의 '정치 실험'에 돌입했다.
실제 보수 출신 인사와 진보 출신 인사가 섞여 주목받았던 바른미래당은 지방선거 120일 전 창당하고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결과는 참담했고, 그 책임을 지고 안철수 인재영입위원장과 유승민·박주선 공동위원장은 사퇴했다. 이후 김동철 비대위원장이 나서 당 재건 작업에 들어갔다.
그렇게 한 해가 흐르고, 작년 초 의원 워크숍 때만 해도 이들의 관계는 '돈독'했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한 취재진은 "의원들이 하도 많이 의견을 내서 기자들이 자리를 뜨지 못할 정도"였다고 회상했다. 그는 "서로 가깝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며 "워낙 이야기가 길어지다 보니 원래 하룻밤 자고가려 했던 사람들도 이틀 있다가 가고, 뒤풀이에서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고 기억했다.
이후 바른미래당은 일년 가까이 긴 내홍을 겪었다. 매번 주제는 같았다. "자유한국당과 통합하려고 한다", "민주평화당과 통합하려고 한다"는 주장과 설전, 비난과 다툼이 내용만 바뀐 채 이어졌다.
결국 바른미래당은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이끄는 '국민당'과 손학규 대표가 추진 중인 '호남신당통합', 유승민 의원의 결단으로 논의되는 '보수대통합'으로 갈라졌다.
바른미래당은 각각의 길로 갈라져 유권자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어느 길이 '발길을 부르는 길'이 될지 주목된다. /더팩트 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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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먼 길을 돌아 다시 원래 방향으로 돌아온 듯 모두들 '그럴 줄 알았다'고 말한다. 실험은 끝났고, 참여했던 이들은 모두 '있어야 할 자리' 혹은 '살 길'을 찾아 떠났다.
"총선이 오긴 왔나보다"란 목소리는 이처럼 '살 길'을 도모하는 정치권의 특성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나쁘게 말하면 '이합집산', 좋게 말하면 '혁신·통합·쇄신'으로 불리는 현 상황에 유권자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뚜껑을 열어볼 일만 남았다.
'가지 않은 길'이란 시가 있다. 두 갈래 길에서 결정을 내린 화자는 "그것이 내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다"고 말한다. 선택하고 선택을 받는 정치권이 어떤 길을 걸을지, 어떤 길이 되어 발길을 부를지 지켜볼 일이다.
'가지 않은 길'_로버트 프로스트
단풍 든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습니다.
몸이 하나니 두 길을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까워하며, 한참을 서서
멀리 끝까지 바라다보았습니다.
그리고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똑같이 아름답고,아마 더 걸어야 될 길이라 생각했지요.
풀이 무성하고 발길을 부르는 듯했으니까요.
그 길도 걷다 보면 지나간 자취가 두 길을 거의 같도록 하겠지만요.
그날 아침 두 길은 똑같이 놓여 있었고
낙엽 위로는 아무런 발자국도 없었습니다.
아, 나는 한쪽 길은 훗날을 위해 남겨 놓았습니다!
길이란 이어져 있어 계속 가야만 한다는 걸 알기에
다시 돌아올 수 없을 거라 여기면서요
오랜 세월이 지난 후 어디에선가
나는 한숨지으며 이야기할 것입니다.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고, 나는-
사람들이 적게 간 길을 택했다고
그리고 그것이 내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다고.
moon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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