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통신사 인터넷 가입하면 B통신사 자동해지
사은품·위약금까지...도 넘는 해지방어 원성 높아
결합해지 간소화 7월께 시행...이통3사 셈법 복잡
이통사 과녁, '집토끼'에서 '산토끼'로
해지 방어보다 '가입자 뺏어오기' 유치전쟁 치열해질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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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 김기택(가명·40세)씨는 집 IPTV가 자주 끊기고 속도도 들쭉날쭉해 인터넷 회선을 바꾸기로 하고 콜센터에 전화를 걸었다. "해지하고 싶다"는 말이 끝나기 무섭게 '회유'인지 '협박'인지 모를 설득이 시작됐다. 계약 유지 시 케시백과 사은품 혜택, 해지 시 위약금 폭탄에 대한 복잡한 설명이 이어졌다. 김 씨는 수십통의 전화 끝에 해지를 포기했다. 그는 "애초에 요금이나 싸게 해주지, 튕기는 사람한테 혜택을 더 주겠다고 하고, 위약금으로 협박하니 시달리다 못해 그냥 참고 쓰기로 했다"면서 "왜 담배보다 인터넷을 끊기가 더 어렵다고 하는지 알 것 같았다"고 토로했다.
과도한 해지 방어 마케팅에 대한 이용자의 원성이 높아지자 정부가 대책을 내놨다. 예컨대 A통신사로 인터넷을 가입하면, 기존에 썼던 B통신사 콜센터에 전화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해지가 되도록 한 것이다. 결국 통신사는 해지 방어보다 가입자를 뺏어오는 유치 전쟁이 더욱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가입자 1명 확보에 민감한 이통사들이 '집토끼 지키기(해지방어)'보다 '산토끼 잡아오기(가입자 뺏어오기)'에 집중할 것이란 전망이다.
◆'집토끼' 이동할까 = 11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이통3사는 오는 7월 방송통신위원회가 도입하는 '결합해지 간소화' 정책을 놓고 셈법 계산이 복잡하다. 당장 유선가입자가 가장 많은 KT가 '집토끼 이탈'을 막는데 신경쓰고 2, 3위인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산토끼 잡아오기'가 본격화될 것이란 전망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인터넷과 IPTV 시장은 포화시장인데 앞으론 해지방어가 어려워지니 1위 사업자인 KT가 가입자 사수에 민감해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인터넷은 무선전화와 달리 3년약정에 위약금 승계도 되지 않아 옮기는 고객이 한정적이었다"면서 "해지 방어가 사라지면 이동하는 고객의 모수가 많아질 것"이라고 했다.
현재 초고속인터넷과 IPTV에서 가장 많은 가입자를 유치한 통신사는 KT다. 지난해 말 기준 초고속인터넷 가입자 수는 KT가 896만2390명, SK텔레콤(브로드밴드ㆍ재판매 포함) 561만2220명으로 격차가 크다. 3등 LG유플러스 428만3914명이다. IPTV 가입자 수도 KT가 우위다. 작년 상반기 기준 KT(708만1177명), SK브로드밴드(485만5775명), LG유플러스(411만187명) 순이다.
◆실효성 우려도 = 다만 시스템 도입 과정에 난관이 많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선 이통3사, 케이블TV 등이 인터넷 가입자 이동 정보가 공유되도록 원스톱 서버를 만들어야 하는데 절차가 복잡하다. 가입자 이탈을 방지하기 위해 인터넷 이동을 신청하는 가입자의 전산처리를 고의적으로 지연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해지' 과정에서 과열됐던 출혈마케팅이 '가입자 유치'로 전이되거나 공식적인 '해지방어'는 없더라도 위약금을 고지하는 과정에서 가입자 이탈을 막는 꼼수가 있을 수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위약금 고지를 전달하는 단계에서도 해지 방어가 생길 수 있다. 이 단계마저 없애야 하는지, 사업자간 의견이 부딪히고 있다"고 언급했다. 반면 방송업계 관계자는 "결국 많은 사은품과 혜택을 줄 수 있는 대형사업자가 유리한 시장이 되고, 지역케이블에서 IPTV가입으로 중심화되는 추세도 가팔라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방통위는 사업자 의견을 다양하게 수렴하고 있다. 방통위 관계자는 "과도한 해지방어로 이용자에 의사에 반해 억지로 인터넷 가입을 유지하는 안좋은 관행이 사라질 수 있도록 하는데 초점을 맞춰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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