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새로운보수당 보수재건위원장이 9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신당 추진과 총선 불출마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
'보수 통합과 독자 노선'을 두고 고민을 거듭하던 유승민 새로운보수당 보수재건위원장(4선·대구 동을)이 결국 자유한국당과 합당을 선택했다. 그러면서 본인은 "모든 것을 내려놓겠다"며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한국당과 신설 합당이 이뤄지면 어떠한 지분도 요구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스스로 총선에 나서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지난달 바른미래당에서 나와 당을 새로 만든 지 약 한 달 만에 내린 결단이다.
9일 유 의원의 결단은 '보수 통합' 요구가 높아지는 와중에 더 이상 시간을 끌 수 없다는 당 안팎의 현실 인식을 받아들인 결과로 풀이된다.
일단 범보수·시민단체 혁신통합추진위원회가 통합신당준비위원회를 출범시켜 통합이 실무 차원으로 넘어가는 단계에서 결정이 더 이상 늦어지면 안 된다는 판단이 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유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보수 통합'은 불가피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정치권에선 유 의원이 황교안 한국당 대표에게 '선거 연대'를 제안했지만, 이미 서울 종로 출마로 '희생의 길'에 들어선 황 대표가 '연대 아닌 통합'을 고수하면서 유 의원도 '희생'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통합을 받아들이지만 흡수가 아닌 '신설' 그리고 '개혁 보수'라는 가치를 살려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고, 대신 유 의원 자신이 '희생'을 감행했다는 의미다. 그는 개혁 보수 가치와 함께 줄곧 제시해온 3원칙(탄핵의 강을 건너고, 개혁 보수로 나아가고, 새집을 짓자)만 약속대로 지켜진다면, 총선을 앞둔 합당에서 가장 예민한 부분인 공천권(지분)이나 당직을 요구하지 않겠다고도 말했다. 다만 이날 유 의원이 "'도로 친박(친박근혜)당'이 될지 모른다는 국민 우려를 말끔히 떨쳐버리는 공정한 공천, 감동과 신선한 충격을 줄 수 있는 공천"을 강조한 것은, 자신의 불출마에 따른 반대 급부로 강성 친박들의 공천 배제를 의미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이와 관련해 한국당 지도부 역시 유 의원이 제시한 보수 통합 3원칙을 원론적으로 수용하겠다는 방침을 피력한 바 있다.
이날 유 의원 결단에 대해 박형준 통합신당준비위원회 공동위원장은 매일경제와 통화하면서 "통준위에서 진행되는 방식이 신당 합당 방식"이라며 "한국당과 새보수당, 그리고 시민단체들이 정치적 합의를 해서 신당 합당 수임기구에 넘기고 이후 수임기구에서 (합당을) 의결하는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공동위원장은 이어 "유 의원이 통합을 위해 중대하고도 어려운 결정을 해주셨다. 회견문에서 말하셨듯 대한민국 현실을 직시한 결정이라고 본다"고 평가했다. 박 공동위원장은 "2월 20일 전 통합신당을 출범할 것"이라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유 의원 결정으로 그동안 당적을 같이해온 의원 7명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떠나온 당과 다시 한 배를 탄다. 유 의원으로선 내리 4선을 했던 대구 동을을 15년 만에 떠나게 됐다. 2004년 비례대표(14번)로 의원직을 시작한 그는 이듬해 이 지역에서 보궐선거가 실시되자, 비례대표직을 포기하고 도전해 당시 여권 실세로 불렸던 이강철 열린우리당 후보를 누르고 당선된 바 있다. 이후 유 의원은 '원조 친박'으로 불려왔지만, 2012년께 박 전 대통령(당시 한나라당 비대위원장)과 여러 차례 의견 충돌을 겪으면서 '비박'의 길을 걸었다. 특히 2012년 한나라당이 새누리당으로 당명을 바꾸는 데에 앞장서서 반대했다. 이날 유 의원 결단에 대해 황 대표는 자유우파 대통합을 위한 귀하고도 어려운 결단이라고 평가했다. 보수 야권 내부에서도 그의 결단을 환영하는 평가가 주류를 이뤘다.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인 윤상현 한국당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이번 총선은 보수·진보를 넘어 대한민국을 지키려는 세력과 대한민국을 파괴하려는 세력 간 싸움"이라며 "이 싸움의 선봉에 유 의원이 합류함으로써 우리는 큰 장수를 얻었다"고 밝혔다. 김진태 한국당 의원(재선·강원 춘천)은 문자메시지를 통해 "오랜 시간 애국세력이 바라던 모습이 바로 이것"이라며 "힘든 결단을 내려줘서 고맙다. 보수 통합에 디딤돌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언주 미래를향한전진4.0 대표 역시 페이스북에 "보수 대통합이 절실한 한편 유 의원 등에 대한 내부 비토가 극심해 새보수당이 합류를 안 해도, 합류하고 유 의원이 출마를 고집해도 보수는 분열되는 상황이었다"며 "유 의원 결단을 다시 한번 환영하며 보수 혁신을 위해 함께 노력하자"고 전했다.
[김명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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