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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秋 거부한 '檢 공소장 국회제출', '박근혜 탄핵' 신호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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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유동주 기자] [편집자주] People Politics Law…'국민'이 원하는 건 좋은 '정치'와 바른 '법'일 겁니다. 정치권·법조계에 'PPL'처럼 스며들 이야기를 전합니다.

[the L][유동주의 PP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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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법정에서의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 그리고 변호인단/사진=공동 취재단



최순실에 의한 국정농단이 연이은 언론 보도로 밝혀지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요구가 높아가던 2016년 11월,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맡고 있던 추미애 법무장관은 신중한 자세를 유지하고 있었다.

탄핵 결정까지의 과정이 길어 그 사이에 오히려 역풍이 불 수도 있다고 판단했던 그는 탄핵에 소극적이란 비판까지 받았다. 그런데 그해 11월 20일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하던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그 즉시 공소장이 국회에 제출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당시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들은 공소장에 대통령이 명백한 공범으로 적시돼야 한다며 검찰을 사실상 압박하고 있던 참이다. 그런데 검찰이 제출한 30장짜리 공소장에 실제로 박 전 대통령이 '공동정범' 혹은 '피의자'로 적혀 있자 쾌재를 불렀다. 탄핵 명분이 법적 근거를 얻었다는 판단에서다.

최순실 공소장은 야당 뿐 아니라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의 분열을 가져올 정도로 파괴력이 있었다. 공소장 내용을 읽어 본 비박계 의원들은 대세를 거스를 수 없겠단 판단이었다. 사실상 야3당이 주장하던 하야 혹은 탄핵 주장에 비박계가 동조를 하는 계기가 됐던 게 바로 그 공소장이다. 가히 탄핵의 '신호탄'이자 '방아쇠'였다.

탄핵주장에 신중하다 못해 머뭇거린다는 비판까지 받았던 추 장관은 공소장을 확인한 뒤, 청와대와 여당을 향한 발언에 힘이 들어갔다. 자신감의 근원은 국회에 제출된 검찰의 공소장이었다고 볼 수도 있다.

추 장관은 "박 대통령은 공동정범 또는 주범으로 공소장에 적시돼 있다. 공소장을 다시 읽어보기 바란다"며 "공소장에 따르면 블랙리스트 최초 지시자는 박 대통령이다. 공권력을 이용해 헌법상 보장된 국민 기본권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중대 범죄행위이자 그 자체로 탄핵사유"라고 말하기도 했다.

결과론이지만 검찰이 제출한 최순실 공소장이 법무부를 거쳐 국회에 전달됐기 때문에 탄핵이 이뤄질 수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실제 국회 탄핵소추안 발의시 공소장 내용은 그대로 법리적 근거로 제시됐고 증거로 첨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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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이 20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서 '최순실 게이트'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검찰은 이날 최순실(60)씨와 안종범(57)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호성(47)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을 직권남용·강요미수·사기 미수 등, 정호성 공무상기밀누설 등으로 각각 기소했다. 2016.11.20/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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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그때 검찰 혹은 법무부가 국회의 자료요구를 거부하고 공소장을 제출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국회는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었기 때문에 박 전 대통령의 혐의가 어느 정도인지 탄핵을 시도할 만한 수준인지를 알 수가 없었을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시도가 역풍을 맞았던 점을 잘 기억하고 있던 추 장관은 제1야당 대표 입장에서 쉽게 탄핵에 앞장서기 어려웠을 수도 있다. 특히나 그는 이미 2004년 노 전 대통령을 향했던 탄핵발의때 야당이던 민주당 소속 의원으로 국회 탄핵소추에 찬성표를 던졌다가 17대 총선에서 낙선하는 등 탄핵 트라우마가 있었다. 추 장관이 2016년 또 한번의 탄핵발의에 주도적으로 동참할 수 있었던 건 공소장을 믿었던 덕분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극단적으로 상상해본다면 최순실 공소장이 국회에 제출되지 않았다면 국회는 탄핵 시도를 하지는 않고 자진 하야만을 끝까지 주장했을 수도 있다. 탄핵이 없었다면 박 전 대통령은 끝까지 임기를 다했을 수도 있다. 역사는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법무부는 지난 4일 저녁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 공소장을 비롯해 앞으로 공소장 원본을 공개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때의 '공소장'과 지금의 '공소장'이 어떻게 다른지 '공개'와 '비공개'로 국회 제출여부가 달라져야 할 이유가 있는지 추 장관은 설명할 필요가 있다. 국민 혹은 국회의 알권리보다 피고인 인권이 더 소중하단 점을 이제야 깨달았다거나 그럴듯한 해명이라도 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법을 배워 판사를 거친 법조인으로 법무장관을 맡고 있는 그가 법리나 법을 근거로 한 원칙없이 정치 유불리로만 판단한다는 오명을 얻을 수 있다. 최순실 공소장이 국회에 제출되던 때, 김현웅 전 법무장관은 제지하지 않고 그 다음날 사의를 표했다.

추 장관의 명예를 위해서라도 '공소장 국회 제출'에 대한 그의 견해가 달라진 이유를 스스로 소명하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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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주 기자 lawmake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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