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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현 교수의 글로벌 미디어 이해하기]〈2〉OTT, 콘텐츠 경쟁 넘어 기술 경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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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신문

성기현 연세대 겸임교수


2020년도 벌써 한 달이 지났다. 올해 미디어 산업은 많은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인수합병(M&A)으로 미디어업계를 뜨겁게 달군 2018년을 지나 2019년 한 해 동안 국내외에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출시 열풍이 불었다. OTT 경쟁은 올해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국내는 웨이브, 티빙, KT 시즌이 출격했다. 해외에서는 기존의 넷플릭스·아마존·훌루에 이어 디즈니+, 애플 TV+, HBO 맥스, 피콕까지 어마어마한 군단이 몰려오고 있다.

OTT는 전부 치열한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차별화 전략 최우선 조건으로 조 단위의 막대한 투자를 통한 오리지널 콘텐츠 확보를 꼽고 있다. 넷플릭스는 약 1500편의 TV 시리즈와 4000편의 영화, 아마존은 2만편의 타이틀, 디즈니+는 약 7000편의 TV물과 500편의 영화를 각각 확보했다고 한다.

지금까지 OTT 경쟁 초점이 콘텐츠 확보였다면 2020년 경쟁 초점은 시청자의 관심을 끌고 원하는 콘텐츠를 쉽게 찾게 하는 것이 될 것이다. 2017년 조사에 따르면 시청자가 콘텐츠를 찾는 데 하루에 거의 한 시간 가까이 소비했다. 지금은 그때보다 넓고 깊은 콘텐츠 바다에서 시청자가 헤매고 있다.

치열한 OTT 경쟁에서 이기는 열쇠는 시청자 유지와 인공지능(AI)에 달렸다. OTT는 기존의 유료방송과 다르게 약정이 없는 상품이어서 이용자는 해지에 대한 고민이 없다. 변심할 기회를 노리는 이용자를 계속 묶어 두기 위해서는 새로운 콘텐츠의 지속 제공이 필수다. 이로 인해 시청자에게는 콘텐츠 선택 폭이 넓어지고 있다. 문제는 원하는 콘텐츠를 찾는 게 마치 '건초더미에서 바늘을 찾는 것'과 같다는 점이다.

현재 콘텐츠 메타데이터, 시청 이력 등 빅데이터와 AI로 개인화 콘텐츠를 추천하고 있지만 정교하지는 못하다. 한발 더 나아가 개인 시청 습관과 콘텐츠에 대한 지능 및 깊은 이해에 기초한 AI를 통해 더욱 효과 높은 추천 시스템이 필요하다.

CES 2020에서 할리우드의 거물 제프리 캐천버그 드림웍스 최고경영자(CEO)와 미국 정보통신기술(ICT) 거물 멕 휘트먼이 함께 발표한 모바일 OTT 퀴비는 서비스 출시 이전에 막대한 투자를 끌어냈을 뿐만 아니라 광고 선판매까지 기록했다. 퀴비가 모바일 시청자들의 시청 습관과 행태에 맞게 '턴스타일'이라고 불리는 기술로 사용자환경(UI)을 개발할 뿐만 아니라 맞춤형 콘텐츠를 제작한다는 것이 시장에서 매력 요소로 작용했다.

지금처럼 기존 콘텐츠를 스마트폰에 맞게 축소하는 게 아니라 새로운 콘텐츠를 만든다는 게 효과를 발휘했다. OTT와 차별화 전략과 함께 모바일에 맞는 UI 및 콘텐츠로 시청자에게 새로운 사용자경험(UX)을 제공하겠다는 전략이다.

지난해 겨우 첫발을 뗀 국내 OTT 입장에서는 차별화된 콘텐츠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 제작비 등 규모면에서도 글로벌 OTT 사업자와는 경쟁이 안 되는 상황이다. 여기에 시청자에게 AI로 개인화나 추천 시스템을 통한 차별화 서비스를 제공하라는 것은 무리일 수 있다.

그러나 이용자들은 냉정하다. 유튜브나 넷플릭스가 국내에서도 가파르게 상승하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확실히 알아야 한다. 미국 넷플릭스나 컴캐스트, 중국 1위 뉴스 애플리케이션(앱)인 진르터우탸오 등 거대 미디어 기업들이 '우리는 미디어기업이 아니라 기술회사'라고 하는 이유를 늦었지만 이제는 깨달아야 한다.

성기현 연세대 겸임교수 khsung200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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