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사 에임스·사라 버콘/조애리 등 옮김/한울아카데미/4만9000원 |
대중문화는 어떻게 여성을 만들어내는가/멀리사 에임스·사라 버콘/조애리 등 옮김/한울아카데미/4만9000원
2005년은 김삼순의 해였다.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은 최고 50%, 평균 36.9%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신드롬을 일으켰다. 혼기를 훌쩍 넘긴, 걸쭉한 욕설을 입에 달고 사는 뚱뚱한 ‘노처녀’ 김삼순의 우당탕 연애기가 다수의 여성으로부터 공감과 연민을 얻어낸 것이다. 하지만 김삼순의 극중 나이가 불과 서른 살이었단 걸 알게 되면 그 의미가 조금 달리 보인다. 지금으로선 공감하기 어려운 설정이지만 그때만 해도 ‘서른 넘은 미혼여성’은 대개 그런 식으로 소비됐다. 여성들 역시 이를 큰 문제라 생각지 않았다.
‘탈 코르셋’으로 상징되는 최근의 페미니즘 운동은 ‘만들어진’ 여성상의 분쇄에 방점이 찍혀 있다. ‘대중문화는 어떻게 여성을 만들어내는가’는 그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미국의 대중문화, 즉 책과 노래, 영화, TV 등의 콘텐츠를 분석하면서 여성에게 요구되는 역할들이 대부분 미디어에 의해 기획된 것이란 점을 날카롭게 짚어낸다. 여성들이 생애주기마다 대중매체에 그려지는 어떤 여성상을 끊임없이 요구받고 있으며 이를 스스로 내면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책은 그러나 대중문화의 메시지를 그대로 수용하지 않고 저항하거나 대안을 제시하는 여성들의 시도도 함께 보여주고 있다. 여성들이 어떻게 이런 이미지들에 대응했는가를 보여줌으로써 구체적인 지향점을 제시한다. 예컨대 2013년 슈퍼볼 기간 성차별적 광고와 여성혐오 판매전략을 접한 여성들은 ‘#그것을 사지 말자’ 해시태그(#) 캠페인을 벌여 적극 대응했다. 미국이 배경이긴 하나 우리 사회에 적용해도 하등 이상할 것 없는 이야기들이 담겼다.
이창수 기자 winteroc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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