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F 중징계 받은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소송 나설 듯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왼쪽)과 함영주 하나금융 부회장. 자료사진

30일 금융감독원이 대규모 원금 손실을 빚은 파생결합펀드(DLF) 손실사태 관련,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에게 중징계인 ‘문책경고’ 징계를 내리자 해당 은행들은 우려했던 ‘최고경영자(CEO) 리스크’가 현실이 됐다며 충격에 휩싸인 모습이다. 해당 은행들은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지만 내부적으론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이번 최종 제재심을 앞두고 징계 수위 경감에 대한 기대도 내심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간 투자자들에 대한 자율배상과 제재심에서 적극적인 소명을 통해 금융당국의 징계 수위를 낮추기 위해 총력전을 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중징계 확정으로 당장 지배구조가 흔들릴 개연성이 커졌다. 사실상 연임을 확정지은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겸 우리은행장과 함영주 하나금융 부회장은 잔여 임기를 채울 수는 있지만 향후 3년에서 5년간 금융권 취업이 제한된다.

변수는 두 은행의 법적 대응 여부다. 은행권에선 두 은행이 징계 확정을 미루기 위해 재심이나 이의신청, 행정소송 등에 나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우리금융의 경우 금감원의 징계가 효력을 발생하는 시점이 관건이다. 이번 DLF건은 개인과 기관 제재가 한꺼번에 통보되는데, 기관 중징계는 금융위원회 정례회의의 의결이 필요하다.

만약 오는 3월 주총 이전에 금융위 의결이 나온다면 연임이 불가능하다. 주총 이후에 나온다면 연임은 하더라도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업계에서는 우리금융이 이같은 ‘CEO 리스크’를 안고서도 손 회장의 연임을 추진했다고 보고 있다. 법적 대응 등을 통한 ‘시간 끌기’로 연임할 수 있다고 봤다는 것이다. 하지만 ‘손태승 2기’ 체제는 동력을 상실할 가능성이 높다. 은행권 관계자는 “두 금융사 모두 소송의 승패 여부와 무관하게 법적 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며 “손 회장의 경우 연임을 하더라도 CEO가 리더십에 큰 타격을 입은 만큼 향후 경영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함 부회장 역시 법적 대응에 나설 공산이 크다. 함 부회장은 내년 3월 임기 만료인 현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을 이을 차기 회장 후보로 거론돼왔다. 하지만 이번 중징계에 따라 차기 수장 구도는 크게 흔들리게 됐다.

안광호 기자 ahn7874@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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