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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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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턴어라운드 Part Ⅰ5G가 끌고 AI가 밀고 | 연초부터 메모리 현물가 급등… 지나친 낙관 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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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3분기 이후 하락하던 반도체 경기가 최근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5세대(5G) 이동통신과 인공지능(AI) 관련 산업 투자가 전 세계적으로 확대되며 반도체 수요를 넓히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5G가 끌고 AI가 미는 반도체 호황이 향후 2~3년간 꾸준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시장을 중심으로 대두되고 있는 반도체 회복론의 주요 근거는 메모리 반도체 중 D램 현물가의 빠른 회복세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에 주로 사용되는 DDR4 8Gb의 평균 현물거래가격이 올 초 3달러 초반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5일 2.73달러로 최저점을 찍은 이후 상승세를 타더니 한 달여 만에 약 20%나 상승했다. 같은 기간 낸드플래시(3D TLC 256Gb) 가격도 5.3%나 올랐다.

업계에선 1분기 D램 고정거래가격이 5% 오르고 2분기부터 상승폭이 더 커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구글 등 IT 기업의 서버 투자 재개와 삼성전자 등 스마트폰 업체들의 신제품 출시가 수요 증가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5G와 AI에 기인한 장밋빛 기대도 늘고 있다. 5세대 이동통신의 경우 대용량 데이터를 전송하기 때문에 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인공지능을 장착해 새로운 기능을 선보이는 전자제품은 AI 칩이 필수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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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화성캠퍼스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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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램·낸드플래시 반등

5G에 올라탄 메모리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메모리 반도체의 경우 수요가 확실할 때 큰 폭으로 성장했다”며 “올해는 5G가 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메모리 반도체의 경우 PC와 스마트폰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며 호황을 누렸다. 2018년 3분기에 반도체 경기가 정점을 찍었을 땐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페이스북, 아마존 등 IT 기업이 인터넷 데이터센터(IDC)를 구축하며 메모리 반도체의 가격을 이끌었다. 하지만 이후 늘어난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반도체 업계가 증설에 나서며 공급과잉으로 이어져 결과적으로 가격하락을 가져왔다. 업계에선 메모리 반도체의 새로운 수요처로 5G를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메모리 반도체의 세계 1, 2위 기업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차지하고 있다. 증권업계는 올해 삼성전자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약 48% 늘어난 40조166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삼성전자 DS(반도체·부품) 부문 영업이익은 올해 68.8%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SK하이닉스도 전년 대비 약 150% 늘어난 7조3292억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러한 기대에 힘입어 두 기업의 주가도 최근 날개를 달았다. 지난 1월 16일 삼성전자의 종가는 6만700원, SK하이닉스는 10만500원을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액면분할 이후 처음으로 6만원 선을 넘었고, SK하이닉스는 창사 이래 최초로 10만원을 돌파했다. 이러한 기대와 전망의 주요 근거는 중국 기업들이 잇따라 선보일 예정인 5G 스마트폰이다. 중국은 세계 모바일 D램 수요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에선 올 2분기에 D램 가격이 본격적으로 반등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5G를 중심으로 한 수요가 늘고 지난해 반도체 업계가 시작한 반도체 감산효과가 맞물리는 시점이 바로 2분기라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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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M14 공장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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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램과 함께 낸드플래시 시장도 재고 수준이 정상화되며 바닥을 치고 상승하고 있다.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등에 사용되는 낸드플래시 범용제품 128Gb MLC의 지난해 12월 가격은 전달보다 2.55% 오른 평균 4.42달러로 집계됐다. 반도체 업계 일각에선 낸드플래시가 D램보다 회복이 빠르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삼성전자의 낸드플래시 재고가 정상수준을 회복하고 있다는 게 주요 근거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재고 상황이 안정되고 회복세가 뚜렷하다면 낸드플래시 고정거래 가격이 지난해 하반기와 비교해 30% 이상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낸드플래시 분야에서 가장 빠르게 치고 나가는 기업은 삼성전자다. 이 분야 세계 1위인 삼성전자는 지난해 12월 중국 산시(陝西)성 시안(西安) 반도체 공장에 80억달러(약 9조5000억원) 규모의 추가 투자를 공식화했다. 시황이 개선되는 만큼 증설을 통해 사업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시안 공장은 삼성전자의 유일한 해외 메모리 반도체 생산기지로 2공장에선 3차원 구조의 V-낸드플래시가 양산될 예정이다. 반면 일본 낸드 기업인 키옥시아(도시바 반도체)는 지난 1월 초 공장화재로 분기 낸드 생산량의 4%(0.8엑사바이트)를 생산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키옥시아 화재 이후 256Gb 트리플레벨셀(TLC) 3D 낸드 현물가격이 일주일 새 4%가 올랐다. 키옥시아는 지난해 6월 대규모 정전 사태 이후 또다시 악재가 이어지며 업황 개선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는 2020년 반도체 시장을 전망하며 낸드플래시 시장이 19%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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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여건 개선, 설비투자도 증가

반도체 관련 생산설비 투자도 확대될 전망이다. 한국무역협회의 ‘2020년 1분기 수출산업경기전망조사(EBSI)’에 따르면 반도체 산업의 EBSI가 136.1로 나타났다. EBSI는 다음 분기 수출 경기에 대한 국내 수출 기업들의 기대를 나타내는 지표다. 수출 여건이 전분기보다 좋을 것으로 기대되면 지수가 100보다 크고, 전분기에 비해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면 100보다 작은 값을 가진다. 항목별로 반도체 수출단가(EBSI 74.2)는 전분기 대비 경기 둔화가 예상되지만, 설비가동률(150.6)과 수입규제·통상마찰(140.8), 국제수급(137.8), 수출계약(138.7) 등은 호황일 것으로 예상됐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도 “2020년 반도체 설비투자 규모가 580억달러(약 68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돼 전년 대비 2%가량 소폭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SEMI는 반도체 설비투자 규모 반등 요인으로 ‘3D 낸드플래시’와 ‘파운드리’ 투자 규모 확대를 꼽았다. 앞서 삼성전자가 중국 시안공장에 추가 투자를 밝혔고, 중국 칭화유니그룹 산하 낸드 제조사 YMTC가 지난해 9월 64단 3D 낸드 양산을 공표한 바 있다.

미국의 인텔과 대만의 TSMC가 이끌고 있는 로직·파운드리 부문 설비투자도 26%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소니가 주도하고 있는 이미지센서 설비투자도 2020년 상반기에만 20%, 하반기에는 92%가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IC인사이츠는 “2020년 반도체 생산 증가량이 1790만 장(200㎜ 웨이퍼 기준)을 기록하며 전년보다 약 1.5배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단기적으로는 5G가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의 회복세를 이끌어갈 것”이라며 “장기적으로는 AI와 스마트시티, 자율주행 등 4차 산업혁명의 주요 호재가 이어져 수요가 꾸준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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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심리에 지나친 낙관 우려

물론 기대심리가 반영된 지나친 낙관은 삼가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반도체 가격 상승이 구체적으로 현실화되지 않은 상황에 예기치 않은 변수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미중 무역 갈등과 일본의 수출규제 등 불확실한 상황이 여전하다는 것도 이러한 의견을 뒷받침하고 있다. 여기에 일각에선 “반도체 기업들의 화재 등 사고가 D램과 낸드플래시의 가격에 반영돼 상승을 이끌었다”는 시각도 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연말에서 연초에 발생한 삼성전자의 정전과 키옥시아 화재 사고로 D램과 낸드의 현물 가격 상승 추세가 지속되고 있다”며 “공급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져 일단 메모리 현물가격 상승세가 힘을 받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안재형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13호 (2020년 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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