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스타트업 등 혁신기업에 대한 벤처투자가 4조원을 넘어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문재인정부 들어 강화된 벤처기업 육성 정책이 효과를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부 주도의 벤처투자가 여전해 순수 민간 투자를 더 활성화시켜야 한다는 설명도 나온다.
29일 중소벤처기업부, 한국벤처캐피탈협회, 한국엔젤투자협회가 발표한 '2019년 벤처투자 및 2018년 엔젤투자 실적'에 따르면 지난해 벤처투자는 4조2777억원으로 2018년 대비 25% 증가해 역대 최초로 4조원을 훌쩍 넘었다. 2017년 2조3803억원, 2018년 3조4249억원에서 빠르게 늘고 있다.
개인의 소액 벤처투자를 뜻하는 엔젤투자도 2018년 5538억원을 기록하며 지난 18년간 깨지지 않았던 제1 벤처붐 시절의 엔젤투자액(2000년 5493억원)을 돌파했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벤처투자가 증가하면서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벤처투자 비중이 0.22%까지 상승해 미국, 이스라엘, 중국에 이어 4위권에 진입했다고 설명했다.
벤처투자를 받은 기업은 1608개로 전년 대비 15% 증가했고 기업당 평균 투자 규모도 26억6026만원으로 2억원 이상 늘어났다. 특히 100억원 이상 대형 투자를 유치한 기업이 68개, 이 중 200억원 이상 투자를 유치한 기업도 22개에 달했다. 파킨슨병 치료제 연구 기업인 디앤디파마텍은 지난 한 해에만 830억원의 투자를 유치해 지난해 가장 큰 규모의 벤처투자를 유치한 기업이 됐다.
중기부는 올해 모태펀드에 역대 최대 예산인 8000억원을 투입해 벤처투자를 더 활성화시킨다는 계획이다. 회수재원을 합쳐 총 9000억원을 출자해 이를 기반으로 1조9000억원 규모 펀드를 결성한다는 것이다.
전체 출자재원 중 5200억원은 창업초기기업에 투자하고, 3800억원은 이미 창업한 기업이 유니콘(기업가치가 1조원 이상인 비상장 기업) 등 큰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약(점프업)펀드를 만들어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창업 초기를 벗어나 성장 단계에 진입하는 스타트업을 지원하기 위해 7000억원, 유니콘으로 도약하는 기업을 위해 2500억원 규모 점프업펀드를 각각 조성한다.
이처럼 전체 벤처투자 규모가 늘고 있지만 정부 주도의 유동성 공급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우리나라 벤처투자는 정부 자금과 민간 자금이 매칭 방식으로 투자되는 모태펀드가 전체 벤처투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편이다.
보통 정부 투자 자금 4배 정도의 벤처투자가 이뤄지는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가 1000만원을 투자하면 민간에서 3000만원이 함께 투자되는 식이다. 모태펀드 출자액이 늘어나면 자연스럽게 전체 벤처투자액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2019년에는 2017년 대규모 추경으로 조성된 모태펀드에서 투자된 금액이 전체 투자 중 21%를 차지했다.
미국 실리콘밸리 등 선진국처럼 정부 자금이 들어가 있지 않은 순수 벤처캐피털 자금이 훨씬 더 늘어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 자금이 덜 들어가야 한다는 것뿐만 아니라 모태펀드의 투자를 받은 벤처캐피털(VC)은 투자에 대한 리스크를 덜 감수하게 된다는 주장이다.
한 VC업계 관계자는 "본엔젤스벤처파트너스나 알토스벤처스처럼 모태펀드에서 투자를 받지 않는 VC가 투자수익률이 높고 유니콘 기업을 많이 키워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있다"고 설명했다.
전체 벤처투자 중 모태펀드에서 투자를 받지 않는 순수 민간 펀드투자 비중은 꾸준히 늘고 있으나 아직 30%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15년 21.4%에서 2019년 34.5%까지 늘어났다. 중기부에 따르면 올해 국내 벤처캐피털들은 4조6000억원 수준의 벤처투자를 계획해 지난해보다 전체 투자금액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벤처투자에서 헬스케어, 인공지능 등 4차 산업혁명 분야 기업에 대한 투자가 크게 늘어났다. 전년 대비 27% 증가한 1조7060억원을 기록했다.
[이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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