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존슨 총리·프로스트 수석보좌관 팀 이뤄
EU는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바르니에 수석대표 내세워
탈퇴협정과 마찬가지로 양측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 한 치 양보 없는 힘겨루기를 진행할 예정이다.
영국에서는 '브렉시트 완수'에 성공한 보리스 존슨 총리가 진두지휘하는 가운데 데이비드 프로스트 수석보좌관이 든든하게 뒤를 받치게 된다.
상대편에는 지난해 말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의 수장으로 취임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 그동안 브렉시트 협상을 실질적으로 이끌었던 미셸 바르니에 수석대표가 호흡을 맞출 예정이다.
◇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존슨 영국 총리 [AFP=연합뉴스] |
지난해 7월 말 취임한 보리스 존슨(55) 총리는 영국 정치인 중에서도 대표적인 브렉시트 찬성론자다.
정리되지 않은 다소 어수룩한듯한 외모, 직설적이고도 화려한 언변을 지닌 존슨 총리 내정자는 영국 내에서 대중적 인기가 높은 '스타 정치인'이다.
명문 기숙학교인 이튼 칼리지와 옥스퍼드대 출신인 그는 언론인으로 본격적인 사회생활을 시작했다가 이후 정계에 입문했다.
2016년 브렉시트 국민투표에서 EU 탈퇴진영을 이끌었던 그는 취임 직후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총리관저 앞에서 가진 첫 대국민 성명에서 "예외는 없다"(no ifs and buts)며, 무조건 예정대로 10월 31일 EU를 탈퇴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그러나 보수당 의석이 하원 내 과반에 못 미치는 상황에서 존슨 총리는 약속을 실행할만한 정치적 뒷받침이 부재했다.
지난해 10월 31일 브렉시트 예정일을 앞두고 존슨 총리는 극적으로 EU와 브렉시트 재협상 합의에 도달했지만, 의회는 이를 계속 거부했다.
결국 존슨 총리는 자신의 공언과 달리 EU에 브렉시트 추가 연기를 요청하는 굴욕을 맛보기도 했다.
그는 와신상담 끝에 브렉시트 교착상태를 타개하기 위해 조기 총선 승부수를 던졌고, 이것이 성공하면서 브렉시트를 완수한 총리로 영국 역사에 남게 된 셈이다.
존슨 총리는 여세를 몰아 미래관계 협상 역시 직접 진두지휘할 예정이다.
EU 탈퇴협정 법안에 전환기간 연장 불가 조항을 넣으면서 이미 강경한 입장을 예고했다.
존슨 총리가 단순히 브렉시트를 완수하는 데서 나아가 EU와 미래관계 합의마저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을지 주목된다.
◇ 데이비드 프로스트 브렉시트 수석보좌관
프로스트 영국 총리 브렉시트 수석보좌관 [EPA=연합뉴스] |
데이비드 프로스트(55) 영국 총리 브렉시트 수석보좌관은 직업 외교관 출신이다.
테리사 메이 총리 당시 올리 로빈슨 수석보좌관에 이어 보리스 존슨 총리 취임 이후 브렉시트 협상 책임자로 임명됐다.
이후 짧은 시간 동안 EU와의 브렉시트 재협상 합의에 성공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옥스퍼드대에서 프랑스어와 역사를 전공한 뒤 최우등으로 졸업한 그는 1987년 외무부에 합류했다.
1993년에는 EU의 영국 대표부에서 경제 및 재정문제를 감독하기 위해 벨기에 브뤼셀에 파견되는 등 여러 차례 유럽에서 근무했다.
덴마크 주재 영국 대사를 맡는 등 영국 내에서도 유럽 문제에 밝은 인물로 평가된다.
전임자인 로빈슨 수석보좌관이 브렉시트에 부정적인 견해를 갖고 있던 것과 달리 프로스트 수석보좌관은 브렉시트를 지지하는 인물이다.
EU와 여러 차례 일하면서 유럽프로젝트와 관련한 비현실적인 이상주의에 실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영국이 EU에서 빠져나와 독자적인 규제 틀을 갖는 것이 중장기적으로 더 낫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다만 공직에서 나와 2013년 스카치위스키 협회장으로 일할 때에는 EU 단일시장의 혜택을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그는 30∼40명으로 구성될 '태스크포스 유럽'의 책임자로 향후 EU와의 미래관계 협상을 최전선에서 지휘하게 된다.
다만 실제 협상의 모든 결정을 존슨 총리가 직접 내리는 만큼 프로스트 수석보좌관은 단순한 전달자 역할에 그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AP=연합뉴스] |
지난해 12월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 수장으로 취임한 폰데어라이엔(61) 위원장은 브렉시트 여파를 잘 관리해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맡고 있다.
지난해 7월 EU 역사상 첫 여성 집행위원장에 당선된 그는 향후 5년간 집행위를 이끌며 EU와 영국 간 미래관계 협상이라는 난제를 잘 풀어내야 한다.
한편으로 첫 회원국 탈퇴를 맞은 EU를 개혁하고 미래를 설계해야 하는 중책을 떠안게 됐다.
브렉시트는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이 이끄는 집행위가 EU의 이해와 가치, 시민과 기업을 어느 정도까지 보호할 준비가 돼 있는지를 드러낼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그에게 당장 시급한 과제는 영국과의 미래관계 협상이다.
무역을 포함해 안보, 외교정책, 교통 등을 망라하는 미래관계 협상 합의안은 영국 외에 EU에 남아 있는 27개 회원국의 승인이 필요하다. 하지만 각국의 첨예한 이해관계가 걸려있어 합의 도출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게다가 현재로서는 협상 시한이 올해 12월 말까지로 촉박한 상황이다.
실제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올해 말까지 모든 것에 다 합의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불가능"하며,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에게 발탁돼 2005년 가족여성청년부 장관을 맡으며 40대 중반에 화려하게 중앙 정치무대에 데뷔했다.
이후 노동부 장관에 이어 독일의 첫 여성 국방장관으로 유럽 정치무대에 확실하게 이름을 알렸다.
◇ 미셸 바르니에 EU 브렉시트 협상 수석대표
바르니에 EU 브렉시트 협상 수석대표 [AP=연합뉴스] |
지난 3년여간의 브렉시트 협상에서 영국의 협상 파트너가 수차례 바뀌는 와중에도 미셸 바르니에(69) EU 브렉시트 협상 수석대표는 변함없이 자리를 지켰다.
그는 프랑스 외무장관과 농업장관, 유럽의회 의원을 지냈고, EU 집행위에서 내부시장 및 서비스 담당 집행위원을 맡아 유로존의 국가부채 위기를 해결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
브렉시트 협상 과정에서도 EU 회원국과 유럽의회의 탄탄한 지지를 받았다.
그는 2016년 7월 EU 브렉시트 협상 수석대표에 임명돼 그해 10월 공식 취임했다. 영국 협상단을 상대로 각종 쟁점에 대해 철두철미하게, 한 치 물러섬 없이 협상을 진행했다.
그를 협상 대표로 임명한 덕분에 EU가 브렉시트 협상에서 단일 대오를 유지할 수 있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프랑스 출신 정치인인 바르니에 수석대표는 유럽의회 제1당인 중도 우파 성향의 유럽국민당(EPP) 소속이다.
유럽국민당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이끄는 기독민주당이 주도하는 곳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그는 EU의 양대 축인 메르켈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지지를 동시에 받는 인물이다.
이 같은 위상은 각국 정상들이 협상 과정에 중구난방으로 개입하지 않고 한발 뒤로 물러나 있도록 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바르니에 대표는 협상에서 급한 것이 없었던 EU의 입장, 브렉시트를 하는 것 말고는 대안이 별로 없던 영국의 불가피함을 십분 활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EU 탈퇴협정 협상에 이어 곧 본격화할 EU와 영국 간 미래 관계 협상에서도 EU 측 대표선수로 계속 참여할 예정이다.
pdhis9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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