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O 핵심협약 비준 노력 부족…노조법으로 결사의 자유 제한"
국회에 계류 중인 ILO 핵심협약 비준안(CG) |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유럽연합(EU)이 한국의 한-EU 자유무역협정(FTA) 노동 관련 규정 위반 여부를 심의하는 기구에 한국이 규정을 위반했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한국이 결사의 자유를 포함한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과 준수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FTA 규정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27일 노동계에 따르면 EU는 지난 20일 한-EU FTA '무역과 지속가능발전' 장(章)(제13장)의 분쟁 해결 절차에 따라 구성된 전문가 패널에 한국의 FTA 위반 여부에 관한 EU 측 입장을 담은 의견서를 냈다.
전문가 패널은 EU 측 요청으로 구성돼 작년 12월 말 활동에 착수했다. 한국, EU, 제3국 1명씩 모두 3명으로 구성된 전문가 패널은 한국이 ILO 핵심협약 비준과 준수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FTA 규정을 위반했는지 심의하게 된다.
전문가 패널의 활동 기간 당사국인 한국과 EU, 관련 사회단체 등은 한국의 FTA 위반 여부에 관한 의견서를 제출할 수 있다.
EU는 의견서에서 한국의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노력이 불충분하다(inadequate)고 주장했다.
한국은 ILO 가입국이지만, 결사의 자유에 관한 제87호, 제98호, 강제노동 금지에 관한 제29호, 제105호 등 4개 핵심협약을 아직 비준하지 않았다.
정부는 제105호를 제외한 3개 핵심협약의 비준과 이를 반영한 국내 노동관계법 개정을 동시에 추진하기로 하고 작년 10월 비준 동의안과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으나 야당의 반대에 부딪혔다.
ILO 핵심협약 비준 요구하는 노동계 |
EU는 "현 국회에서 비준안의 통과는커녕, 의미 있는 논의가 이뤄질지도 불투명하다"며 현 국회 임기가 종료되면 비준안은 자동 폐기된다고 지적했다.
또 "(FTA 규정 준수의) 의무는 한국 정부뿐 아니라 국회와 국제 규범을 준수해야 할 책임이 있는 모든 기관에 적용된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비준안을 국회에 제출한 것만으로는 비준 노력을 다했다고 볼 수 없다는 얘기다.
EU는 또 한국의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노조법)의 일부 조항이 결사의 자유를 제한해 ILO 핵심협약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특히, 노조법의 근로자 개념이 협소하다며 "해고자와 실업자뿐 아니라 (특수고용직을 포함한) 자영업자 등을 결사의 자유에서 배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밖에도 EU는 '근로자가 아닌 자'가 가입한 노조를 노조법상 노조로 인정하지 않는 조항, 노조 설립 신고 제도에 관한 조항, 노조의 임원을 조합원 중에서만 선출하도록 한 조항 등을 문제로 거론했다.
전문가 패널은 3개월의 활동 기간이 끝날 때 보고서를 채택하게 된다. 보고서에 한국이 FTA를 위반했다는 결론이 담길 경우 한국은 FTA 역사상 최초로 노동 관련 규정을 위반한 '노동권 후진국'의 낙인이 찍힐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ljglor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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