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 요리? 남매끼리 만나기 어려운 점 등 의아"
상황 따라 양가 안찾기도…"다양하게 달라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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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황덕현 기자 = "제 본국에서는 본 적 없는 풍경입니다. 이런 명절 모습은 어떻게 바뀔 수 있을까요?" (네덜란드 사위)
"크리스마스, 추수감사절 같은 큰 명절에는 모이기도 했지만…가족 상황에 맞게 그때마다 달라졌거든요." (미국 사위)
설 명절은 멀리 떨어져 있는 일가 친지가 마주할 수 있는 오랜만의 기회다. 그러나 시댁을 우선 찾고 친정으로 향하거나, 대개 여성이 부엌을 차지하고 제사 등을 챙겨야 하는 남성 중심의 가부장적 명절 문화는 2020년대에도 더디게 변화하고 있다.
이런 모습은 외국인 사위들에게 더 생경하게 다가온다. 한국의 명절을 두루 겪고서야 이들은 자신이 "꽤 여권이 신장된 페미니스트적인 나라에서 온 것 같다"고 설명했다.
네덜란드에서 온 A씨는 지난해 결혼을 해서 올해 첫 설을 맞았다. 2014년 단기 어학연수를 왔다가 한국에 빠진 그는 다년간 연애 끝에 한국의 사위가 됐다.
그러나 A씨는 결혼 전부터 한국명절 문화에 대해 의아한 점이 많았다. 부인(당시 여자친구)이 "삼촌이나 남매지간 등을 명절에 만날 수 없다"고 설명했기 때문이다. 이는 대개 '선 시댁 후 친정' 방문 때문에 연쇄적으로 남매 등이 이동해서 벌어진 일이다. A씨는 "(시댁과 친정을 불문하고) 여성들이 보통 요리를 해야한다는 것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 아내는 이 전통을 좋아하지 않을 뿐더러, 나도 이런 이야기를 듣는 것 자체에 어색하다"고 의아해 했다.
네덜란드에서는 설(음력 설)이 없는 탓에 그는 "한국 명절이 편안한 방향으로 바뀌길 바란다"고 바랐다. 그의 바람대로 신혼 첫 설은 '명절 노동' 없이 보내기로 했다. A씨네는 장인, 장모와 함께 경기 포천 산정호수 인근의 펜션에 묵으며 주변 맛집을 찾아 편안한 게 보내기로 한 것이다. A씨는 "장인, 장모가 이 결정을 매우 반기셨으나 여전히 여성의 음식준비(등 남성중심 명절 문화가)가 끝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2009년 한국에 와서 2012년 외국어 교사 김아름씨와 결혼, 부산에 정착한 '미국 서방' 랜디 커프만씨는 미국과 다른 명절 문화에 대해 의문을 가지다가 자신만의 방법을 체득한 케이스다.
그는 한국인들이 통상 시댁을 찾은 뒤 친정을 찾는 것을 "공평한 문화가 아니다"면서 "많은 한국인들이 자신이 원해서라기보다는 정해진 문화규범 속에서 행사를 치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남성들보다 여성들이 명절에 하는 일이 훨씬 많다는 점을 보면, 많은 젊은이들이 점차 명절 중 여행을 선택하는 게 이해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결혼 뒤 미국과 친정을 번갈아 방문하는 방식을 택했다. 랜디씨는 "처가도 제사를 지내는 집안이다. 처남들이 먼저 제사를 지내고, 다음날 아내가 친정에 가서 가족모임을 가진다"고 설명했다. 올해는 김씨의 출산으로 집에서 조용히 보내기로 한 상황. "대신 한국에 살고 있는 외국인 친구들을 초대해 명절 기분을 낼 것"이라고 덧붙이며 색다른 연휴 기분을 전했다.
ac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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