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오전 7시30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세미나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민병두 국회 정무위원장, 최운열 민주당 제3정책조정위원장, 홍영표 전 민주당 원내대표, 정성호 전 국회 기획재정위원장 등 여당을 대표하는 정책통 의원 20여명이 모였다.
이들은 이근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의 ‘2020 한국 경제 대전망’ 강의를 듣고 토론을 했다. 이 교수는 “문재인 정부가 미래 성장 동력을 창출하고 민간의 경제 활력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했지만 아직 구체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며 우리 경제 현실을 지적했다.
이 교수는 또 “고용과 복지 쪽으로 방향을 튼 새로운 소득주도성장 정책 수단들과 이전지출 증가만으로 민간 소비를 회복으로 이끌긴 쉽지 않다”며 “한국 경제의 근본적 리스크를 대비하는 장기 성장책을 마련하는 게 큰 숙제다. 그 어느 때보다도 도전 정신의 회복이 필요한 한 해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의원들의 눈빛은 날카로웠다. 이 교수의 말 한마디 한마디를 수첩이나 노트에 받아적었다. 50분 강의가 끝나자 질문이 쏟아졌다. 올해 우리 경제 예측을 비롯해 국민들이 체감하기 위한 정책, 지금 한국 경제의 가장 큰 문제점 등 질문도 다양했다.
이날 행사는 민주당 의원들의 경제공부 모임인 ‘경국지모’(경제를 공부하는 국회의원들의 모임)의 시즌1 마지막 강의였다. 문재인 정부 출범 1년이 조금 지난 2018년 하반기에 만들어진 ‘경국지모’는 매주 한차례씩 경제 전문가를 초빙해 강연을 듣고 경제 현안을 토론하는 스터디 모임이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이인영 원내대표,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를 비롯한 참석자들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제21대 총선 2호 공약으로 벤처 4대 강국 실현을 발표한 뒤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 사진=홍봉진 기자 honggga@ |
[the300]많을땐 40명 안팎의 의원들이 참석한다. 민주당 의원의 3분의1이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등 국무위원이 된 의원들도 멤버다. 하지만 이날은 설연휴를 앞두고 지역구 행사 등 때문에 참석자가 줄었다. 최재성 의원, 박광온 의원, 윤관석 의원, 김병관 의원, 김병욱 의원, 서형수 의원, 이철희 의원, 이훈 의원 등이 이날 참석해 공부했다.
‘경국지모’의 강의 주제를 정하고 강사 섭외 등을 하는 간사 역할은 최운열 의원이 맡고 있다.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 출신인 최 의원은 20대 총선에서 민주당이 경제 전문가로 영입한 경제통이다.
최 의원은 “민주당 의원들은 지금까지 50회 넘게 이 모임을 하면서 대한민국의 거의 모든 경제 현안을 공부했다”며 “실물경제의 흐름과 민감한 경제정책 등을 공부하고 배우면서 내공을 쌓았다”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경국지모’에서 강연한 인사들의 면면도 화려하다. ‘제이(J)노믹스’의 설계자인 김광두 전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을 시작으로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강연 당시 공정거래위원장),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 배상근 전국경제인연합회 전무, 진대제 한국블록체인협회 회장 등이 강연자로 나왔다. 특히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경제학자와 기업 관계자 등도 초빙해 쓴소리를 듣는 등 균형잡힌 경제공부를 했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성장률 하락과 고용부진, 부동산 가격 급등 등 민감한 현안을 공부하고 싶어하는 의원들이 많았다”며 “경제를 살려야 이번 총선에서 반드시 승리할 수 있기 때문에 의원들이 열심히 공부했다”고 말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 초반에 민주당은 경제를 모른다는 지적이 많았는데, 지금은 그런 얘기가 안들린다"며 "강남3구를 비롯해 민주당 의원들의 열세 지역 혹은 험지에서도 경제를 아는 의원들은 선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4월 총선이 얼마 남지 않은 탓에 ‘경국지모’도 이날 모임을 끝으로 잠시 휴지기에 들어간다. 설 연휴 이후 지역구 관리 등 의정활동으로 의원들이 모일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요 사안이 있거나 의원들의 요청이 많다면 시즌2 형식으로 다시 모임이 열릴 예정이다.
최 의원은 “경제를 아는 의원과 모르는 의원의 현실 인식 차이는 크다”며 “지난 2년간 ‘경국지모’를 통해 경제 공부를 열심한 의원들은 국민의 삶을 바꿀 수 있는 정책을 설계하고 실행하는 능력이 탁월할 것이라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정진우 기자 econpho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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