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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글로벌포커스] 미중 무역합의 트럼프 완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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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지난주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류허 부총리가 미·중 1단계 무역합의문에 서명했다. 지식재산권, 기술 이전, 농산물, 금융서비스, 환율, 투명성 등 총 9개 장, 89쪽으로 돼 있는 이번 합의문에 지식재산권 침해 시 형사처벌, 제약 특허 보호 강화, 기술 이전 강요 금지 등을 규정해 미국 기업들의 불만 사항을 개선하겠다는 약속을 중국 측에서 받아냈다. 보조금 문제가 다루어지지 않았다는 비판도 있지만 2단계 협상에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측 약속 위반에 대비해 30일 이내 이행 계획 제출, 분쟁 발생 시 긴급 양자 회담 개최 등 안전장치를 도입한 것도 인상적이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18개월 동안 이어진 무역전쟁에서 미국은 일방적인 대승을 거두었다. 합의문 내용만 보면 명백히 불평등한 협정이다. 중국 측 의무만 규정돼 있고, 미국은 감시할 권한만 주어져 있다. 예컨대 미국이 지난해 2500억달러 규모 중국산 제품에 부과한 25% 관세를 언제 철회할지 협정문에 아무 언급이 없다. 반면 중국 측 추가 구매 의무는 별도 서한으로 작성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굴욕적으로 합의문 본문에 상세히 규정했다. 중국을 환율조작국에서 제외하고, 1200억달러 규모의 다른 중국 제품에 부과해 온 15% 관세를 7.5%로 줄이는 정도로 양국 간 합의가 이루어졌다는 점이 놀라울 뿐이다.

특히 눈에 띄는 대목은 추가 구매해야 할 2000억달러어치에 대한 세부 내용이 정해진 제6장 무역 확장이다. 2017년 대미 수입(1497억달러) 외에 중국은 향후 2년간 미국산 공산품 777억달러, 농축산물 320억달러, 에너지 524억달러, 서비스 379억달러를 추가로 구매해야 한다. 합의문이 서명되자 세계 증시가 오르고 각국은 반기는 분위기지만 농축산물 수출국들은 유탄을 맞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류 부총리가 제3국 피해를 최소화하겠다고 언급했지만 전체 농축산물 중 30%를 중국에 수출하는 호주, 25%를 수출하는 뉴질랜드는 수입처가 미국으로 바뀌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브라질의 한 연구소는 대두 등 자국 농산물 수출이 100억달러 정도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더 큰 문제는 중국 공산품 수입처가 어떻게 전환될지 안갯속이라는 점이다. 2년간 추가 구매해야 하는 공산품 777억달러 중 항공기는 최대 200억달러 규모로 전망된다. 나머지 공산품을 채우는 과정에서 최악에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석유화학 등 우리나라 대중 수출 품목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우리나라의 연간 대중 수출 1600억달러 중 99.93%가 공산품이기 때문이다. 전자부품, 컴퓨터, 통신장비가 대중 수출 중 반을 차지하고 화학제품, 기계·장비, 비금속광물 등도 중요한 품목이다. 영국 바클레이스 은행은 중국 수입처 전환 시 우리 수출 손실 규모가 23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강압에 의한 일방적 합의인 만큼 이번 합의는 오래가지 않을 것 같다. 그렇지만 합의가 깨지기 전까지 중국이 수입처를 전환함으로써 우리 수출이 피해를 보지 않으려면 사전 대비가 필요하다. 우선 미·중 무역전쟁으로 무역 비중이 높은 나라 중 한국이 제일 큰 피해를 보았다는 인식을 확산시켜야 한다. 정부는 중국과 고위급 통상회담을 개최해 이 점을 납득시키고, 우리 대중 수출이 줄지 않도록 전략을 세워야 할 것이다. 기업들은 만약을 대비해 다른 수출처 확보 등 다각적인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선점한 중국 시장을 미국에 빼앗기지 않도록 위기의식을 가지고 민관 합동으로 잘 대처해 주기 바란다.

[우태희 연세대학교 특임교수·전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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