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의 재등장과 호남행에 정치권은 설왕설래했다. 호남 구애가 절박한 이른바 범여권 정당들은 한결같이 더는 안풍(安風) 같은 것은 없다며 그의 파괴력을 깎아내렸다. 정의당은 특히 제3의 돌풍은 자당이 주도할 거라고도 했다. 일부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이런 전망은 단순한 폄훼로만 치부하기 어렵다. 지난 17일 발표된 한국갤럽의 차기 정치지도자 선호도 조사(1월 14∼16일 전국 만 18세 이상 1천명을 대상으로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에 따르면 광주·전라 지역에서 안 전 의원의 선호도는 고작 1%였다. 이 수치는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2%)보다 못한 것이다. 안 전 의원이 호남부터 찾아 사실상 사과하고 나선 데에는 다 그럴만한 배경이 있었다고 봐야 한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반성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호남 민심을 되돌릴 대안을 다듬어 세우고 실행하는 것임을 안 전 의원은 잘 알아야 할 것이다.
전날 안 전 의원은 귀국 일성으로 실용적 중도정치를 들고나왔다. 일견 민주당과 한국당을 양극의 진영정치 세력으로 몰아세워 확장된 중간에서 표를 얻겠다는 공학으로 이해된다. 현 정부의 '폭주'를 비판하면서도 속칭 보수통합 논의에는 "관심 없다"고 잘라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중간 지대가 과거보다 넓어졌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을뿐더러, 그 공간을 진하게 물들일 중도정치의 색깔이 뭔지도 모르겠다는 이들이 많은 것은 새삼스럽지 않다. 선명한 정책 비전 없이 양 진영을 비난하며 양비, 양시만 되뇌는 것으로는 득표가 어렵다는 것도 자명하다. 대개 중도통합의 정치는 나약한 기회주의의 정치 또는 허망한 구호의 정치로 인식되어 크게 성공하지 못했음을 지난 선거사는 증명하고 있다. 무엇보다 안 전 의원은 이미 네 차례 창당과 당적 변경을 거치며 제3의 길을 개척할 기회가 많았지만 이를 제대로 알리지도, 살리지도 못했다는 평가가 있다. 결국 안 전 의원의 이번 재도전은 제3의 길을 따르는 그의 대안 제시와 신진 세력 규합의 양상이 얼마만큼 국민들에게 설득력 있게 다가가느냐에 따라 초반 양상이 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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