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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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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호남부터 찾아 반성문 쓴 안철수, 문제는 비전과 실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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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안철수 전 의원이 20일 정치 재개 후 처음 찾은 지역은 호남의 심장부 광주였다. 이곳은 20대 총선에서 그가 이끈 옛 국민의당에 가장 큰 지지를 보낸 지역이다. 빚을 져도 크게 진 곳이니 그의 선택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당시 많은 호남 유권자들은 새로운 희망을 품으며 더불어민주당에서 국민의당으로 지지 정당을 바꿨다. 국민의당은 그러나, 호남 민심을 충족하지 못한 채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쪼개져 일부가 바른정당과 제휴해 바른미래당을 창당했고 그 당은 오는 4월 치르는 21대 총선을 앞두고 당 잔류 세력과 새로운보수당 진영으로 또 갈라섰다. 국민의당과 함께한 세력은 대안신당과 민주평화당으로도 나뉘어 사분오열됐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다. 이날 안 전 의원이 국민의당 지지자들의 마음을 못 헤아렸다며 고개를 숙인 것은 이런 일련의 과거사에 대한 회한과 성찰이 담긴 것으로 생각된다.

안철수의 재등장과 호남행에 정치권은 설왕설래했다. 호남 구애가 절박한 이른바 범여권 정당들은 한결같이 더는 안풍(安風) 같은 것은 없다며 그의 파괴력을 깎아내렸다. 정의당은 특히 제3의 돌풍은 자당이 주도할 거라고도 했다. 일부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이런 전망은 단순한 폄훼로만 치부하기 어렵다. 지난 17일 발표된 한국갤럽의 차기 정치지도자 선호도 조사(1월 14∼16일 전국 만 18세 이상 1천명을 대상으로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에 따르면 광주·전라 지역에서 안 전 의원의 선호도는 고작 1%였다. 이 수치는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2%)보다 못한 것이다. 안 전 의원이 호남부터 찾아 사실상 사과하고 나선 데에는 다 그럴만한 배경이 있었다고 봐야 한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반성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호남 민심을 되돌릴 대안을 다듬어 세우고 실행하는 것임을 안 전 의원은 잘 알아야 할 것이다.

전날 안 전 의원은 귀국 일성으로 실용적 중도정치를 들고나왔다. 일견 민주당과 한국당을 양극의 진영정치 세력으로 몰아세워 확장된 중간에서 표를 얻겠다는 공학으로 이해된다. 현 정부의 '폭주'를 비판하면서도 속칭 보수통합 논의에는 "관심 없다"고 잘라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중간 지대가 과거보다 넓어졌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을뿐더러, 그 공간을 진하게 물들일 중도정치의 색깔이 뭔지도 모르겠다는 이들이 많은 것은 새삼스럽지 않다. 선명한 정책 비전 없이 양 진영을 비난하며 양비, 양시만 되뇌는 것으로는 득표가 어렵다는 것도 자명하다. 대개 중도통합의 정치는 나약한 기회주의의 정치 또는 허망한 구호의 정치로 인식되어 크게 성공하지 못했음을 지난 선거사는 증명하고 있다. 무엇보다 안 전 의원은 이미 네 차례 창당과 당적 변경을 거치며 제3의 길을 개척할 기회가 많았지만 이를 제대로 알리지도, 살리지도 못했다는 평가가 있다. 결국 안 전 의원의 이번 재도전은 제3의 길을 따르는 그의 대안 제시와 신진 세력 규합의 양상이 얼마만큼 국민들에게 설득력 있게 다가가느냐에 따라 초반 양상이 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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