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승 우리금융 회장·함영주 하나금융 부회장 직접 소명…'제재 근거 불명확'에 초점
대규모 원금 손실을 낸 해외금리 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관련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가 열린 16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DLF피해자대책위원회 관계자 및 금융정의연대 관계자들이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의 중징계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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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대규모 원금 손실을 낸 해외금리 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와 관련해 은행과 경영진의 징계 수위를 결정하는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가 16일 열렸다. 특히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겸 우리은행장과 함영주 하나금융 부회장 등 경영진에 대한 징계 수위를 두고 치열한 공방전이 진행되고 있다.
제재심은 이날 오전 10시 서울 여의도에 있는 금감원 본원 11층에서 시작됐다. 통상 매월 격주로 2회 가량 개최되는 금감원 제재심은 보통 오후 2시에 시작하는데 이번에는 이례적으로 오전 10시로 앞당겨졌다. 제재심은 금감원 조사부서와 제재 대상자가 함께 나와 각자의 의견을 내는 대심제로 진행됐다.
하나은행이 먼저 심의 대상에 올랐다. 함 부회장은 제재심에 직접 출석해 변론을 폈는데 이날 금감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DLF피해자대책위원회 및 언론들을 의식한 듯 지하층을 이용해 출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후 4시께에는 우리은행을 상대로 한 제재심이 열릴 예정이다. 손 회장도 이 자리에 출석한다. 제재 결과에 따라 우리금융 회장 연임과 차기 하나금융 회장 도전 등에 타격이 불가피 한 만큼 확실한 소명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직접 참석해 소명한다는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제재심의 최대 쟁점은 CEO에 대한 제재 수위다. 금융회사 임직원에 대한 제재는 경징계인 주의, 주의적경고를 비롯해 중징계인 문책경고, 직무정지(정직), 해임권고 등 다섯 단계다. 중징계를 받은 임원은 잔여임기를 수행할 수 있지만 이후 3년 간 금융회사의 임원으로 재직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손 회장은 지난해 연임에 성공했지만 3월 주주총회 전 중징계가 확정될 경우 연임이 불가능해질 수 있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의 후계자 1순위로 꼽혔던 함 부회장은 중징계를 받는다면 차기 회장에 도전할 수 없게 된다. 이의신청을 제기하고 법원에 제재의 효력을 멈춰 달라는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낼 수도 있지만, 금감원과 각을 세우는 것으로 비쳐져 부담이 될 수 있다.
금감원은 이미 경영진인 손 회장과 함 부회장에게 중징계인 '문책경고'를 사전 통보한 상태다. 제재 근거의 핵심은 '내부통제 미비'와 '무리한 경영압박' 등이다. 다만 문제는 제재에 대한 법적 근거가 미흡할 수 있다는 데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DLF 사태와 같은 소비자 피해 재발을 막기 위해 그 책임을 최고경영자 등 경영진이 지도록 하는 근거를 마련하겠다고 밝혔지만 이에 대한 근거 규정이 되는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안'은 현재 정무위원회에 계류돼 있는 상태다.
은행 측은 제재 근거가 불명확하다는 논리를 내세워 경영진에 대한 제재 수위를 낮추는 데 총력전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금융회사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에 '금융회사는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돼 있고 시행령에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고만 적시돼 있지, 이를 갖추지 않을 경우 경영진을 처벌할 수 있다는 조항은 없다는 주장이다. 반면, 금감원은 내부통제 기준의 실효성이 중요하다고 본다. 이 때문에 DLF 분쟁조정에서도 배상비율에 '은행의 내부통제 과실'을 처음으로 반영하기도 했다. 양 측의 주장이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면서 이날 징계 결정이 나지 않을 경우 오는 30일 한 차례 더 제재심이 열린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1~2차례 제재심으로 끝날 것으로 예상하지 않고 있다"면서 "또 이번 사안은 금융기관에 대한 제재도 엮여 있어 금융위의 최종 의결이 필요하기 때문에 징계 수위가 결정되더라도 실제 효력 발생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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