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정의당 대표 (지난 9일) : 청년기초자산제도 공약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만 20세가 되는 모든 청년에게 각 3000만원의 출발 자산을 국가가 제공…]
"무책임한 공약 남발" 비판도
그런데
"집단적 선거유도 매수죄의 사례로 공직선거법 위반"
만 20살 청년 3000만원 지급 공약…매수죄?
[기자]
정의당이 총선 1호 공약으로 만 20살 청년에게 3000만 원씩 지급하는 '청년기초자산제'를 내걸었습니다.
찬성 반대 여러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가운데 "이건 집단적 선거유도 매수죄다", "고발 검토하겠다" 이런 주장이 나왔습니다.
[앵커]
이가혁 기자와 바로 팩트체크해 보겠습니다. '집단적 선거 유도 매수죄' 해당할 수 있는 게 맞습니까?
[기자]
사실이 아닙니다.
우선 '집단적 선거유도 매수죄'라는 게 우리 법률에 이런 죄명이 없습니다.
비슷한 걸 굳이 찾자면, 공직선거법에 '매수 및 이해유도죄'가 있습니다.
선거결과에 영향을 줄 목적으로 유권자 등에게 돈이나 음식 같은 걸 제공하면 안 됩니다.
같은 맥락에서 선거법은 정치인이나 후보자의 기부 행위도 엄격히 제한하고 있습니다.
금권선거를 막겠다는 취지입니다.
[앵커]
그러면 "만 20살 청년한테 3천만 원씩 주겠다, 우리한테 투표해달라" 이런 공약이 아까 말한 그런 선거법에는 저촉이 될 수 있습니까?
[기자]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저촉될 가능성 없습니다.
먼저 매수죄의 가장 흔한 사례, 언론을 통해서 많이 접해 보셨을 겁니다. 이런 겁니다.
소개를 드리면, 지난 20대 총선을 앞두고 한 정치인이 9명의 유권자에게 합계 16만 3000원어치 밥을 샀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또 기억해주십시오"라는 발언도 했습니다.
대법원은 당선될 목적으로 밥을 산 '유권자 매수 행위'라고 판단했습니다.
[앵커]
전형적인 경우죠. 근데 이거는 공약 문제는 아니잖아요. 혹시 공약이 문제된 경우도 있습니까?
[기자]
있습니다. 한 도의원 후보자가 "처음 내가 받는 봉급은 어려운 이웃에게 주겠다" 이런 문구를 홍보물에 적어서 배포해서 법정까지 간 사례가 있었습니다.
또 다른 한 군수 후보자는요, "일가 재산으로 장학재단을 만들어서 시민들이 혜택을 보도록 하겠다" 이렇게 공약해서 역시 법정까지 갔는데요.
대법원은 모두 선거법 위반이 아니라고 봤습니다.
앞서 보신 9명에게 밥을 산 경우와는 달리 이 두 사례에서는 금품이나 혜택이 누구에게 구체적으로 제공됐는지 콕 집어서 따지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수혜자가 광범위하거나 모호하단 겁니다.
다만 애초에 법정까지 갈 정도로 시비가 붙은 이유는 후보자들이 자기 봉급 또는 자기 재산으로 표심을 얻으려 했다는 점 때문입니다.
[앵커]
그러니까 돈이 많은 사람만 선거에 유리한 상황이 되지 않겠다, 이런 취지인 거죠?
[기자]
네, 쉽게 말해서 자기 돈으로 특정 유권자에게만 선심을 베푸는 행위, 그것과 법이 정한 복지 공약으로 국가가 금전적인 혜택을 주겠다는 것은 법적으로 구분하고 있습니다.
특히 정의당 총선 공약 사례는 앞서 보신 사례와는 완전히 다른 경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의당이 총선 후에 만 20세 청년들에게 현금을 주려면 결국 법을 통과시키고 정부나 지자체의 제도, 정책으로 만들어야 하죠.
이렇게 국가기관 또는 지자체가 계획과 예산으로 행하는 것은 공직선거법상 부정한 행위가 아닙니다.
[앵커]
사실 상식적으로만 봐도 만약에 이런 복지공약이 다 매수죄로 문제가 된다면 그동안에 수없이 나왔던 현금성 복지 공약들은 다 법원에 갔어야 되는 건데, 무리한 주장이라고 할 수밖에 없겠죠.
[기자]
네, 그렇습니다. 사실 이렇게 과감한 복지정책 이런 게 나오면 정치권에서는 "포퓰리즘이다", "세금으로 유권자 매수하는 거다"라는 식의 비판이 나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합니다.
이렇게 과거 사례도 있죠.
하지만 이렇게 정책에 대한 찬반을 두고 의견을 내는 것과 아예 '공직선거법 위반이다'라고 호도하는 것은 엄연히 구별해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 팩트체크 이가혁 기자였습니다.
※최종 수정 시각: 2020년 1월 27일 오후 5시 10분
-기자 설명 중 "또 다른 한 시장 후보자는요"를 "또 다른 한 군수 후보자는요"로 바로 잡습니다. '시장'과 '군수' 표현상 차이가 검증 결과에 영향을 주지는 않으나, "일가 재산으로 장학재단을 만들어서 시민들이 혜택을 보도록 하겠다"고 공약해 법정까지 간 실제 사례(대법원 2011도6554 판결)가 군수 후보자이기 때문입니다.
이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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