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버원 공약들을 보면 민주당은 부동층까지 파고드는 다수 체감형 정책으로 승부수를 띄우려는 듯하다. 중장기 검토 사안으로 돌리긴 했지만 잠시나마 모병제 카드를 만지작거린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진짜 야당'은 자당이 유일하다는 인식 아래 한국당은 '정권 또는 정책 심판론'에 직결되는 문제들을 앞세워 표심을 구한다는 생각이다. 양당 틈새에서 정의당은 복지 확대 시리즈로 청년과 진보 유권자들의 마음을 얻으려 하고 있다. 이들 정당은 앞으로도 계속 공약을 발표할 것이고, 다른 소수당들도 앞다퉈 여러 공약을 내놓을 것이다. 선거용 환심 공약(空約)인지 아닌지, 공약 실천에 따르는 예산은 넉넉할지를 가리고 따지는 것은 유권자들 몫이다. 최근 각 당의 인재 영입이 이벤트나 쇼처럼 진행되고 있다는 비판이 따르는데, 공약 제시도 포퓰리즘 경연처럼 되지 말라는 법이 없으니 끝까지 경계할 일이다.
지금 추세가 지속한다면 생활밀착형 공약이 쏟아질 것이다. 득표에 도움이 될 거라 판단해서다. 한국당이 공약 1호를 바꾼 것도 이와 궤를 같이한다. 하지만 이에 더해 과거 전국단위 선거 때처럼 행정수도 건설과 국토 균형발전 같이 사회 근간을 가르는 대형 이슈가 공약으로든, 숙의할 만한 핵심 쟁점으로든 부상하길 바란다. 당장 손에 잡히는 민생 정책만이 표를 가져다줄 거라고 보는 건 잘못이다.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고 평화와 번영의 기반을 다질 묵직한 화두를 제시하고 대안을 함께 궁리하자고 말하는 정당을 유권자들은 외면하지 않을 것이다. 이번 총선에선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돼 소수당의 원내 진출이 확대될 거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른 색깔의 정당이 한 개라도 더 포진하여, 그러잖아도 강조되는 의회 협치의 요구가 더 커진다면 그 기준은 응당 정책이 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라도 각 당의 총선 공약집이 정당 간 대화와 타협, 그리고 협력 여부의 준거가 되는 정책의 보고(寶庫)가 되길 기대한다. 저성장, 양극화 시대를 헤쳐나갈 긴 안목의 대안이 봉쇄된 우리 정치에 유권자들은 절망하고 있다. 다가오는 총선이 공동체의 다양한 과제를 잘 짚고 설득력있는 해결 방안을 들고나와 희망을 주는 정당들의 정책선거 한마당이 되는 것이야말로 우리 정치의 혁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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