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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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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위암 가족력 유무, 위 점막 상태 따라 위염 대처법 달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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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물치료는 증상 나타날 때만

고위험군은 매년 내시경 검사를

가벼운 위염은 꼭 안 해도 돼

만성위염 다스리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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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염은 ‘위장이 걸리는 감기’라 불릴 만큼 흔하다. 우리나라 사람 10명 중 1명은 위염을 앓고 있다. 하지만 가볍게만 볼 질환은 아니다. 만성위염의 일부는 암으로 악화한다. 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조유경 교수는 “40세 이상 성인의 위내시경 검사 결과를 보면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대다수는 만성위염이 있다”며 “위염의 진행 정도와 환자의 건강 상태에 따라 적절히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초기 만성위염은 위 점막이 붓고 붉어지는 정도다. 그러다 짜고 매운 음식, 헬리코박터균 감염, 유전적 감수성 등 여러 요인이 오랜 기간 복합적으로 염증에 영향을 미치면 만성위염이 악화한다. 만성위염이 다양한 자극을 받아 진행하면 위산을 분비하는 위벽이 얇아지는 위축성 변화가 생긴다. 위축성 위염이 오래되면 위 점막의 모양이 장 점막처럼 변하는 ‘장상피화생(腸上皮化生)’ 변화가 나타난다. 이게 진행하면 위암이 될 수 있다.

장상피화생 땐 위산 분비가 줄어 위 속 산도의 균형이 깨지면서 위암 발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장상피화생 변화가 있는 환자의 10%가량은 암으로 이어진다. 조 교수는 “만성위염이라고 해서 모두 이런 변화를 거쳐 위암이 발생하는 건 아니다”며 “속도와 진행 양상은 위험 요소를 얼마나 가졌는지에 따라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완치 힘들어 지속적인 추적·관찰 중요



만성위염이 있을 때 약물치료는 증상이 있는 경우에 한해 진행한다. 속 쓰림, 소화불량이 오래된 경우 주증상에 따른 위산 억제제나 위장운동 촉진제와 함께 위염 치료제를 쓴다. 조 교수는 “염증의 진행에는 다양한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므로 항염증제를 쓴다고 해서 반드시 염증이 나아지는 것도 아니다”며 “이런 이유로 약물은 증상이 있을 때만 사용한다”고 말했다. 만성위염 환자는 별다른 증상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에 감염됐다고 모두에게 제균 치료를 권하지는 않는다. 감염된 모든 환자에게 위 관련 질환이 생기는 것이 아니고 항생제 내성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반드시 제균 치료를 해야 하는 경우는 조기 위암으로 내시경 수술을 받았거나 위·십이지장 궤양, 위 말트 림프종이 있을 때다. 제균 치료를 하면 해당 질병을 치유할 수 있고 궤양·위암의 재발 위험을 줄여준다. 필수는 아니지만 제균을 고려할 수 있는 경우는 만성 위축성 위염이 있거나 만성 소화불량이 있을 때다. 조 교수는 “위축성 위염, 장상피화생이 있을 때 제균 치료는 만성위염의 진행 속도를 어느 정도 늦출 수 있다”며 “연령층이 낮을수록 제균에 따른 염증 억제 효과가 크므로 의료진과 상의한 뒤 결정하면 된다”고 말했다.

만성위염은 완치가 힘들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위내시경 검사로 추적·관찰하는 것이 중요하다. 만성위염이 약한 경우에는 정상 점막으로 돌아올 수도 있지만 위염이 진행할수록 회복 가능성은 작아진다. 장상피화생 변화까지 있으면 정상 점막으로 돌아오지 못한다. 이럴 땐 위염 진행을 늦추기 위해 원인 치료를 하면서 위암이 의심되는 종양이 생겼을 때 빨리 발견하는 게 목표가 된다. 조 교수는 “만성위염이 심하고 위암 고위험군이면 정기적으로 내시경 검사를 받으면서 변화를 주의 깊게 봐야 한다”고 말했다.



짜거나 탄 음식 피하고 제때 식사하길



만성위염 환자 중 ▶위암 가족력이 있거나 ▶위축성 위염·장상피화생이 광범위하게 진행한 경우 ▶아스피린이나 소염제 등을 장기 복용해야 하는 환자는 의사와 상의해 내시경 검사를 1년 정도 간격으로 주의 깊게 받는 걸 권한다. 국가 암 검진에서는 증상이 없더라도 만 40세 이상이면 2년마다 내시경 검사를 권하고 있다. 조 교수는 “만성위염 진단을 받았어도 연령에 비해 위염이 심하지 않고, 위암 위험 인자가 없으면 내시경 검사를 매년 받을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만성위염 환자는 건강한 식습관을 유지하도록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 짠 음식과 탄 음식, 과식·폭식을 멀리해야 한다. 적당한 양의 음식을 규칙적으로 먹는 게 좋다. 개인 접시를 쓰는 등 개인 위생을 철저히 해 헬리코박터 감염을 예방하는 위생 습관도 지키는 게 좋다. 조 교수는 “양배추가 좋다거나 식사 전후에 물을 많이 마시면 안 된다는 건 입증된 바 없다”며 “식습관은 장기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요소이므로 1년 이상 꾸준히 노력해야 만성위염이 악화하는 걸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민영 기자 lee.m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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