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26 (목)

이슈 청와대와 주요이슈

생일 축하 메시지도 주고받는 트럼프·김정은…한국만 몰랐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생일 축하) 메시지를 문재인 대통령께서 김 위원장에게 꼭 좀 전달해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10일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 방미 후 인천공항에서)

“남조선당국이 숨 가쁘게 흥분에 겨워 온몸을 떨며 대 긴급통지문으로 알려온 미국 대통령의 생일축하 인사라는 것을 우리는 미국 대통령의 친서로 직접 전달받은 상태이다.” (11일 김계관 북한 외무성 고문, 조선중앙통신 담화문)

중앙일보

〈YONHAP PHOTO-1256〉 군사분계선 사이에 두고 악수하는 북미 정상 (판문점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30일 오후 판문점에서 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두고 악수하고 있다. 2019.7.1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No Redistribution] photo@yna.co.kr/2019-07-01 07:35:21/〈저작권자 ⓒ 1980-2019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주말새 벌어진 장면이다. 청와대는 미국 대통령의 메시지를 북한에 전달하는 이른바 ‘촉진자역’을 알렸는데, 북한은 “남조선이 중뿔나게 끼어드는 것은 좀 주제넘은 일”이라고 했다. 정 실장은 전달 수단 등에 대해 함구했지만, 북한은 ‘흥분에 겨워’,‘대 긴급통지문’ 같은 표현으로 망신을 줬다.

중앙일보

한미일 고위급 안보 협의를 위해 백악관을 방문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10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을 통해 귀국 후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청와대는 12일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청와대 입장에서 기분 좋을 거야 있겠나. 하지만 겉으로 보이는 게 전부는 아니다”고 말했다. 청와대 일부에선 “성과가 나오기 전까지 갈등은 고조되는 측면이 있게 마련”이라고도 한다.

하지만 북한의 노골적인 ‘한국 패싱’은 익숙한 장면이 돼버렸다. 한국 정부는 줄곧 북한에 대화하자고 손을 내밀지만, 북한은 그때마다 응답은커녕 조롱하기 일쑤다. 금강산 문제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10월 김 위원장이 “너절한 남측 시설을 싹 들어내도록 하라”고 지시했고, 한국 정부는 이를 북한과의 ‘대면 접촉’ 기회로 보고 “만나자”고 역제안했다. 그러나 양측은 여러 차례 통지문을 주고받았지만 되려 신경전에 가까웠고, 연말 이후엔 그마저도 끊긴 상태다.

김 위원장은 신년사 대신 연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한국을 향한 메시지를 남기지 않았다. “답방 여건 갖춰지도록 노력하자”는 문 대통령의 제안에 대해서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 등 ‘한국 패싱’을 노골화하고 있다. 북한의 이같은 한국 무시는 지난해 2월 베트남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본격화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익명을 요청한 북한 전문가는 “당시 김 위원장은 한국으로부터 ‘미국의 비핵화 요구가 까다롭지 않을 것’이란 얘기를 듣고 하노이에 나갔는데, 의외로 미국이 원칙적인 자세를 고수하는 것을 보고 한국 얘기는 믿을 수 없다는 불신이 생겼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이번에 북ㆍ미 간에 직접 메시지를 주고받았다는 사실을 미국으로부터도 공유 받지 못했다는 점이다. 문재인 정부가 “한ㆍ미 동맹은 튼튼하다”고 주장하지만, “동료를 만날 때마다 한ㆍ미 동맹에 대한 걱정들이 이만저만이 아니다”(전직 고위 외교관)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문 대통령이 신년사를 통해 김 위원장의 답방과 비무장지대 유네스코 세계유산 공동 등재 등을 제안한 7일, 해리 해리스 주한 미 대사는 KBS 인터뷰에서 “언급한 그런 조치들은 미국과의 협의 하에 이뤄져야 한다. 동맹으로서 긴밀하게 함께 일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호 기자 gnomon@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