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CES 2020' 부스. 미래 도심 항공 모빌리티를 보기 위해 관람객이 몰렸다. [사진 현대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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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쇼 무대가 에어쇼 같았다. 7일(현지시간) 개막한 세계최대 가전쇼'CES 2020' 중 글로벌 완성차업체·부품사가 몰려 있는 노스홀, 이른바 '모빌리티 전시관'에 들어선 첫 느낌이다.
비행기가 차를 압도했다. 수직이착륙 전문 항공사 벨과 세계 5위 완성차 업체인 현대차가 전시한 '미래 비행기'가 풍기는 힘 때문이었다. 물론 숫적으로 전기차와 컨셉트카·자율주행 기술을 선보인 곳이 훨씬 많았지만, 비행기라는 아이템이 주는 미래적 상상력과 함께 실물와 같은 모형 크기가 노스홀 분위기를 장악했다. 비행기가 전자쇼에 초청받은 이유는 이들이 '전기 동력으로 하늘을 나는 자율주행'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불과 수년 전 자동차 메이커는 자율주행차를 들고 같은 이유로 CES에 등장했다. 주인공만 바뀐 셈이다.
이날 현대차는 우버와 'UAM 사업 추진을 위한 협력 계약'을 맺었다. 다라 코스로샤히 우버 최고경영자(CEO)는 "현대차의 제조 역량은 우버 엘리베이트에 커다란 진전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했다.
벨 CES 2020 부스. 도심 항공기가 날아다니는 미니어처를 꾸몄다. 김영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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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이 선보인 '넥서스 4E'는 2028년인 현대차보다 앞선 2025년 상용화를 내걸었다. 벨은 틸트 로터(수직 이착륙) 비행기 모형 옆으로 이들이 구현할 미래의 도시를 미니어처로 구현했다. 작은 사이즈의 드론 서너 개가 도심의 병원·학교·오피스 빌딩 사이를 쉼 없이 오가며 사람과 화물을 실어날랐다. 단 비행기가 뜨고 지는 스카이포트가 빌딩 옥상이라는 점이 달랐다.
도요타 e-팔레트. 김영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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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요타는 전날 미디어 콘퍼런스에서 발표한 '우븐 시티' 모형을 전시했다. 도요타는 옛 도요타 공장 터를 개발해 스마트 시티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여기엔 자율주행차 'e-팔레트'를 비롯해 수소 전기차 등 도요타의 기술이 총동원된다.
'도시'와 '스마트 모빌리티'는 2020 CES의 주요 어젠다로 등장했다. 자율주행 차와 도심항공모빌리티(UAM)등이 상용화되기 위해선 각종 정보를 주고받는 V2X(자동차와 사물 연결) 정보망과 인공지능 시스템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CES 세션들도 도시와 모빌리티, 모빌리티 기반 서비스, 인공지능 등을 주제로 담았다.
혁신적인 전시로 화제를 모은 기업도 있는 반면, 예년과 별 변화가 없는 전시도 있었다. 독일 고급 브랜드 벤츠·아우디와 일본 혼다·닛산은 자율주행과 전기 콘셉트 카를 내세웠지만 눈에 띌 만한 기술 진보는 찾기 어려웠다. 벤츠도 지난해 프랑크모터쇼에서 전시한 전기차 EQC와 콘셉트카 EQS를 그대로 옮겨왔다. FCA·닛산 등 규모 있는 완성차 업체의 전시는 모터쇼와 다르지 않았다. 전기차를 소개하는 정도였다. '내 차를 호텔처럼'이란 컨셉트로 'i3 어반 스위트'를 선보인 BMW에겐 오픈 전 '호텔 같은 실내 인테리어' 라는 외신들의 기대감이 넘쳤지만, 막상 뚜껑을 열여보니 '별게 없다'는 평가가 대수다.
CES에서 자율주행은 몇년간 단골 주제였지만 올해 눈에 띄는 기술은 보이지 않았다. 시장에서 레벨3(조건부 자율주행)에 접근했다고 선포할 만한 차가 없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미래 비전만큼 실제 상용화 속도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과 궤를 같이 한다. 여기에 올해는 미·중 무역분쟁으로 중국 측 참여가 현저히 줄었다.
글로벌 가전업체인 소니의 요시다 겐이치로 사장은 전기차 컨셉트카를 발표하면서 "모바일의 뒤를 잇는 메가트렌드는 모빌리티"라며 "소니는 진화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 말처럼 자율주행·전기차 등 미래 모빌리티는 지금 가장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업종이다.
CES는 '판타지를 파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눈 깜짝할 사이에 트렌드가 뜨고 지고, 그에 따라 울고 웃는 업체가 결정나기도 한다. 어제와 오늘 UAM에 쏟아진 스포트라이트도 마찬가지다. 2028년 띄운다고 공언한 UAM도 자율주행의 길을 걷지 않도록 조정간을 꽉 잡아야 한다.
김영주 산업부 기자 |
라스베이거스=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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