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에 대한 낙하산 인사는 역대 정권마다 여론의 강한 비판을 받고 있는데도 잘 고쳐지지 않는 고질병이다. 전문성보다는 연줄이나 충성심에 기댄 인사라는 비난이 주류지만 좋게 보면 과정의 공정성을 다소 훼손하더라도 결과의 정의를 이루겠다는 정권의 의지이기도 하다. 정부 정책을 현장에서 집행하는 공공기관에 국정철학을 정확히 인식하는 인물을 배치함으로써 개혁을 효율적으로 이끌겠다는 뜻일 것이다. 따라서 비록 낙하산 기관장이라고 하더라도 임기 동안 조직의 발전을 위해 임직원들과 호흡을 맞추면서 전심전력을 쏟고 이를 통해 성과를 내는 것이 국가와 국민은 물론 자신을 임명한 정권의 신뢰에 보답하는 일일 것이다. 이런 점에서 최근 사퇴한 기관장들의 행태는 매우 바람직하지 않다. 기관 업무와 아무 관련도 없는 정치권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틈만 나면 지역구 행사나 쫓아다니는 사람들이 무슨 정신으로 본업에 집중할 수 있겠는가.
톨게이트 수납원 문제의 장기화를 초래한 책임이 있는 이강래 전 도공 사장은 재임 중 출마 예정 지역인 남원에 236억원이 투입되는 휴게소의 설치를 추진해 의심을 샀다. 사회공헌자금을 자신의 지역구에 후원한 김형근 전 가스안전공사 사장, 지난해 설과 추석에 지역 의원 등에게 선물을 전달한 혐의로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고발당한 이상직 중진공 이사장도 염불보다는 잿밥에 관심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 노후자금을 다루는 국민연금공단의 책임자가 정치권을 오가는 것은 그 자체로 큰 문제이다. 최근 추진되고 있는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강화는 국민 이익의 관점에서 맞는 방향이기는 하나 사기업에 대한 정치적 개입 가능성이라는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와중에 낙하산 이사장이 총선에 나가겠다고 중도사퇴했으니 국민연금의 독립성과 투명성은 일정한 훼손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번 총선에 출사표를 던지는 청와대 출신 인사도 6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수석은 물론 비서관, 행정관들까지 틈만 나면 내심 점찍어둔 지역구에 내려간다는 소문이 있었는데 이게 사실인 모양이다. 청와대 참모들의 선거 출마는 과거 정권에서도 있었다. 크게 흠 될 일도 아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 숫자가 너무 많다. 청와대는 국정을 기획ㆍ총괄하는 브레인 역할을 하는 곳인데 이곳의 구성원들이 그동안 사익을 배제하고 오직 공적 임무에 전념했는지 의심이 든다. 또 이들이 더불어민주당 내 공천 과정에서 소위 '문심(文心)'을 내세울 경우 당·청의 역학 관계에 파란이 일 수도 있다. 민주당은 부적절한 처신으로 국가와 정부에 부담을 안겨준 인사들에 대해 불이익을 주는 등 오직 국가 발전에 대한 기여와 의지를 국민의 눈높이에서 평가해 '혁신공천'을 실천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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