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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5 총선을 100여일 앞두고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가 2일 정계복귀를 선언하면서 여의도 정가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안 전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이제 돌아가서 어떻게 정치를 바꾸어야 할지, 어떻게 대한민국이 미래로 가야 하는지에 대해 상의 드리겠다"며 정계 복귀 결심을 알렸다.
안 전 대표는 특히 "이념에 찌든 기득권 정치 세력들이 사생결단하며 싸우는 동안 우리의 미래 세대들은 계속 착취당하고 있다"면서 "이대로라면 대한민국은 어떻게 될지 암담하다"고 여·야 정치권 모두를 비판했다.
안 전 대표는 "지난 1년간 제 삶과 정치 활동을 성찰했다"며 "국민들의 과분한 사랑과 기대에 미치지 못해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도 했다.
안 전 대표는 지난 2018년 6·13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한 뒤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 같은 해 9월 독일 유학길에 올랐고 지난해 10월에는 미국으로 건너가 현재 방문학자로 스탠퍼드대에 머물고 있다. 이번 정계 복귀 선언은 유학길에 오른 지 1년 4개월 만이다.
관심은 안 전 대표가 정치를 재개할 경우 과거 김대중 전 대통령처럼 핵돌풍을 일으킬 수 있을지 여부다.
김 전 대통령은 1992년 12월18일 14대 대선에서 김영삼 당시 민자당 후보에게 패배한 후 국회의원직을 사퇴하고 정계를 은퇴, 영국으로 유학을 떠났다가 2년7개월 만인 1995년 7월18일 정계에 복귀했다.
당시 "국민과의 약속을 저버린 것"이라는 은퇴 번복의 시비가 일었으나, 김 전 대통령은 자신을 따르던 국회의원 65명으로 제1야당인 새정치국민회의를 창당, 총재에 취임함으로써 대권 도전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고 결국 1997년 대선에서 승리했다.
안 전 대표의 정계복귀를 놓고 네티즌들은 벌써부터 찬반으로 갈려 뜨거운 논쟁을 벌이고 있다.
안 전 대표를 비판하는 누리꾼들은 "안철수의 새 정치는 철새정치에 불과하다" "정계 복귀하겠다면서 간을 보다가(이곳 저곳 저울질하다가) 이익이 되는 쪽으로 붙겠다는 것"이라고 깎아내렸다.
반면 안 전 대표를 지지하는 누리꾼들은 "누구와 견주어도 뒤처지지 않는 경력·학력을 갖춘 정치인"이라며 반겼다.
한 누리꾼은 "여·야의 끝없는 다툼에 질렸다"면서 "이제는 똑똑한 정치인이 필요한 때"라고 했고, 또다른 누리꾼은 "머리수로 법안을 통과시키는 민주당이나 몸싸움하는 자한당보단 안철수가 낫다"고 추켜세웠다.
실제로 안 전 대표에 대해선 긍정적 이미지와 부정적 이미지가 교차하고 있다.
안 전 대표는 지난 2016년 총선 때 녹색돌풍 주도하며 국민의 당을 의석 38석의 제3당으로 만들었고, 2017년 대선에선 약 700만표(21.4%) 얻어 3위를 차지했다.
그만큼 정치 지도자로서 뛰어난 리더십과 자질을 보여줬고, 국민들도 그런 그의 능력을 인정하고 있다.
반면 안 전 대표는 지난 2017년 대권 도전 당시 TV 토론에서 소극적이고 부정적인 발언으로 일관해 자신의 이미지를 손상시킨 것도 사실이다.
상당수 국민들은 안 전 대표가 당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제가 갑철수입니까, MB(이명박 전 대통령) 아바타입니까"라고 발언한 것을 놓고 "생때 쓰는 정치인 같다" "초등학생 수준의 발언"이라며 실망감을 표시한 바 있다.
또 안 전 대표가 그동안 정치적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모습을 수차례 노출하고, 8년 전 정계에 처음 입문했을 때와 비교해 '참신함'이 떨어진 측면도 안 전 대표로선 부담이다.
최근 한국갤럽의 차기 정치지도자 호감도 조사에서 안 전 대표가 호감도 17%, 비호감도 69%로 조사대상 7명 중 비호감도가 가장 높은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결국 안 전 대표가 정계에 복귀할 경우 자신의 부정적 이미지를 어떻게 극복할 지가 최대 관건이다.
"정치가 국가의 미래를 위한 봉사"라는 안 전 대표의 말처럼, 자신의 기득권보다 나라와 국민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 구체적인 청사진과 비전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헌법 가치를 수호하고, 미래를 내다보는 전면적 국가혁신과 사회통합, 낡은 정치와 기득권에 대한 과감한 청산에 나서는 노력이 필요하다.
마하트마 간디는 "당신에 세상을 바꾸고싶으면 먼저 스스로 변화해야 한다"며 "당신이 세계안에서 보고자 하는 변화가 곧 당신이 되도록 하라"고 했다.
폭주하는 더불어민주당과 무기력한 자유한국당의 행태에 실망해 등을 돌린 무당파와 중도층이 전체 유권자의 30~40%에 이른다. 따라서 안 전 대표가 자신의 열정과 투혼을 마지막으로 불사를 정치적 공간은 아직 충분하다.
다만 안 전 대표가 자신의 책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에 썼듯이, 국민의 신뢰를 얻으려면 유권자들을 자신의 이익에 이용하지 않겠다는 진실한 마음가짐이 선행돼야 한다.
그의 선택이 '찻잔 속 태풍'으로 끝날지, 아니면 '쓰나미급 돌풍'이 될지 지켜볼 일이다.
[박정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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