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재영입위원회 임명장 수여식에 참석하고 있다. / 사진=홍봉진 기자 honggga@ |
"삭발, 단식, 장외투쟁 등 이 많은 분노와 저항의 수단으로도 장기판의 박카스 뚜껑(졸)이 됐다"(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오른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에 이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도 막지 못했다. '4+1'(민주당, 바른미래당 당권파, 정의당, 평화당+대안신당)과 맞선 원내투쟁에서 결국 '패배'한 한국당의 얘기다.
마땅한 대응방안을 찾지 못한 한국당은 의원직 총사퇴를 결의하며 반발했으나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패스트트랙 정국 상황에서 전략 실패 후 결국 장외투쟁으로 눈을 돌려 당내 잡음 불식과 단결을 노리는 패턴이 계속 반복되는 형국이다.
한국당은 오는 1월 3일 서울 광화문에서 '文정권 2대 독재악법, 3대 국정농단 심판! 국민대회'를 연다. 연초에 전국 순회 집회도 계획 중이다. 황교안 대표가 지난 5월 진행한 '국민속으로 민생투쟁 대장정'의 '시즌2'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황 대표는 지난 9월 청와대 앞에서 삭발, 11월 단식 농성을 감행하고 광화문과 여의도 국회 등지에서 대규모 규탄대회를 벌이는 등 강경투쟁을 벌여왔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심재철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공수처법 선거법 날치기 저지 규탄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사진=홍봉진 기자 honggga@ |
당 안팎에서 장외투쟁 회의론이 제기된다. 정부여당의 '한국당 패싱'에 궁여지책으로 장외투쟁을 통한 여론전과 지지층 결집에 주력했지만 지지율 상승 등에 효과가 있냐는 우려다.
오히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지역구를 챙겨야 하는 의원들이 각종 규탄대회와 농성에 동원돼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강성 보수층 등 '집토끼' 결집에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중도층 외연 확장에는 도움이 되지않는 다는 지적이다.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한 한국당 의원은 "내년 총선에서 문재인 정부에 실망한 중도층 민심 등 국민 여론을 한국당 쪽으로 돌리기 위해서는 인재 영입, 정책 개발 등으로 이목을 끌어야 한다"며 "당 지도부에서 장외투쟁이라는 쉬운 결정만 반복하는 현실이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당내에서는 비박(비박근혜)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한국당의 의원직 사퇴 결의를 비판하며 보수 통합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당 지도부가 기득권을 내려놓고 흩어져있는 보수세력을 합치는 길이 내년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지적이다.
한국당 원내대표를 지낸 김성태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예산에서 시작해 연동형 비례제 선거법에 공수처법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지난 4월 패스트트랙 정국에서 충분히 예견하지 않았던가"라며 "삭발, 단식, 장외투쟁 등 이 많은 분노와 저항의 수단으로도 장기판의 박카스 뚜껑(졸)이 됐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모든 기득권을 다 내려놓고 오로지 문재인 정권에 맞서는 '대통합'의 진정성과 실천이다. 이 무지막지한 체제전쟁에서 당한 처참하고도 비참한 패배를 뼈 아프게 인정해야 한다"며 "보수를 뛰어넘는 중도의 길을 향한 그 길에 우선 오욕의 간판을 미련없이 내리자"고 제안했다.
자유한국당 김영우 의원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가 몸 담았던 정당의 대통령 두 분이 모두 법정에 섰다 정치에 입문하는 과정과 정치를 해오는 과정에서 두 전직 대통령에게 크고 작은 도움을 받은 정치인이다 이제라도 책임지겠다"며 21대 총선 불출마 의사를 밝히고 있다. / 사진=홍봉진 기자 honggga@ |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한 김영우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 "의원직 사퇴카드는 카드가 될 수 없다"며 "비호감 1위인 정당소속 의원들의 사퇴는 모두를 행복하게 할 뿐"이라고 일갈했다.
김 의원은 "지금 가장 강한 투쟁은 통합"이라며 "나라가 그렇게 중하고 민주주의가 그렇게 중하면 만나서 통합을 논하라"라고 했다. 이어 "황교안·유승민·안철수 세 사람 등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맘이 진정이라면 더 이상 간만 보는 정치는 집어치워야한다"고 말했다.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의원직 총사퇴서 내지 말고 그럴바엔 내년 총선에 모두 불출마하라"며 "무능, 무기력에 쇼만 하는 야당으로는 총선 치루기가 어렵다. 그러니 정권 심판론이 아닌 야당 심판론이 나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홍 전 대표는 "지도부가 잘못된 결정을 했으면 지도부가 총사퇴 해야지 이제 선거 앞두고 할일도 없는 국회의원들인데 국회의원 총사퇴 카드가 또 무엇을 보여 줄려는 쇼냐"며 "지도부 총사퇴하고 통합 비대위나 구성해 새롭게 출발하라. 그래야 야당이 산다"고 말했다.
강주헌 기자 zo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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