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을 제외한 범여권 연대가 27일 오후 국회 본회의를 열어 공직선거법 수정안을 가결했다. 이 과정에서 한국당은 육탄저지로 문희상 국회의장의 회의 진행을 방해하려했지만, 질서유지권이 발동되며 막지 못했다. /국회=박숙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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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 정치팀과 사진영상기획부는 여의도 정가, 청와대를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TF주간 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 정담은 현장에서 발품을 파는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김재원 "비례민주당·비례더불어민주당 등록하세요"
[더팩트ㅣ정리=허주열 기자]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열차가 종착지를 향해가고 있습니다. 준연동형 비례제로의 선거법 개정안은 27일 '쪼개기 임시국회', '여야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공방', '한국당의 육탄저지' 속 처리됐고,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과 유치원 3법 등 다른 패스트트랙 법안들도 다수결의 힘을 이용한 표결 처리가 임박했습니다.
-이에 자유한국당은 개정된 선거법의 빈틈을 이용한 '비례한국당'(가칭)이라는 비례 득표용 정당 설립을 예고해 새로운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비례민주당'도 만들어질 것이다"는 주장이 한국당 쪽에서 나오기도 했는데요, 더불어민주당 측은 일단 "검토한 바 없다"고 부인했습니다.
-민주당은 1호 인재영입 인사도 이번 주 발표했습니다. 척수 장애를 가진 40대 여성 최혜영 강동대 사회복지행정과 교수가 그 주인공입니다. 청와대에선 한·중·일정상회담이라는 이슈가 있었는데요, 먼저 국회 이야기부터 해볼까요?
지난 23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 주호영 의원이 첫 번째 무제한 토론자로 단상에 오른 가운데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문희상 국회의장에게 항의하고 있다. /국회=남윤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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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법 상정' 본회의장 이색 풍경
-27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한국당 의원들의 표결 불참 속 선거법 개정안이 통과됐습니다. 이 법은 지난 23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선 한국당 의원들의 거센 항의 속에 상정됐고, 곧바로 필리버스터가 진행됐습니다. 한국당 의원들이 단체로 거세게 항의했었는데요, 타당 의원들도 보조를 맞췄다고요?
-네, 맞습니다. 바로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와 이언주 무소속 의원인데요. 각각 '보수의 전사'로 유명한 인물들이죠. 이날 한국당 의원들은 본회의가 개의된 후 회기 결정의 건이 과반수로 통과되자 거세게 반발했습니다.
-이 의원은 다소 거친 표정으로 문 의장에게 무언가를 열심히 말하는 모습이 취재진의 눈에 띄었습니다. 조 대표도 격앙된 표정으로 항의했는데요. 한국당 의원들과 이들이 함께한 모습에선 지지부진한 논의가 이어지던 '보수 대통합'을 이룬 모습이 연상됐습니다(웃음).
-이 밖에도 한국당 의원들은 문 의장을 향해 "사퇴해!"를 구호로 외치기 시작했는데요, 이 틈에 민주당 의원들은 "이주영!"을 외치면서 마치 "이주영! 사퇴해!"로 들리도록 했습니다. 지난 4월 패스트트랙 사태와 비슷한 전술입니다.
-이때 민주당 의원들의 구호를 들은 한국당 의원들은 "왜 불러!"라며 반발하기도 했습니다. 이날 본회의장은 그야말로 고성과 거친 말로 가득 찼습니다.
김재원 자유한국당 정책위의장이 지난 24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연동형 비례대표 선거법 통과 시 '비례한국당'(가칭)을 만들어 내년 총선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허주열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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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례한국당' 말하다 '비례민주당'도 소환된 까닭
-연동형 비례제로의 선거법 개정을 막지 못한 한국당은 비례 득표용 정당인 비례한국당 창당을 예고했습니다. 지난 24일 국회 본회의 무제한 토론에서 권성동 한국당 의원이 관련 발언을 한 직후 김재원 정책위의장이 기자회견을 열고 공식 선언했는데요, 뜬금없이 비례민주당 얘기도 나왔다고요?
-네, 김 의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례 득표용 정당 설립을 선언했습니다. 다만 당명과 관련해 비례한국당이라는 이름을 누군가가 이미 중앙선관위에 설립 등록을 해 둔 상태라 이 쪽과 접촉한 후 당명을 확정해 창당할 방침이라고 했습니다. 이후 기자들과 따로 대화하는 과정에서 "민주당도 비례정당을 만들어야 한다는 내부 보고서를 입수했다"며 "틀림없이 민주당도 (비례정당을) 만들어서 임해야 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민주당에서 비례 정당 설립을 검토하는 건 사실인가요?
-일단 민주당은 부인하고 있습니다. 해당 문건에는 비례한국당 창당 시 내년 총선에서 범보수 진영이 국회 의석수 과반을 확보할 것이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민주당 측은 "당에서 만든 보고서가 아니다"라며 "내부적으로 비례 정당 설립을 검토한 바 없다. 한국당이 (창당을) 검토할진 몰라도 민주당이 검토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강하게 부인했습니다.
-사실 민주당 입장에선 비례 정당을 만들 명분이 없습니다. 군소 정당이 비례대표 의원을 늘리기 쉽게 4+1 협의체에서 어렵게 선거법 개정안을 만들어 한국당을 제외하고 밀어붙였는데요, 선거법의 빈틈을 노려 꼼수로 추가 의석 확보에 나섰다가는 여론과 다른 야당에게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것을 의식한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정치권 일각에선 한국당이 실제로 비례한국당을 창당할 경우 민주당도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지난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인재영입 1호 최혜영 강동대 사회복지행정과 교수(가운데)가 이해찬 대표 등 당 관계자와 함께 기자회견을 위해 입장하고 있다. /남윤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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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의 '인재영입 1호' 모시기 뒷얘기
-발레리나 출신으로 척수 장애를 가진 40대 여성 최혜영 강동대 사회복지행정과 교수가 민주당 인재영입 1호로 발표됐습니다. 기대가 높았던 만큼 기자회견장에서도 관심이 뜨거웠을 것 같은데요.
-맞습니다. 특히 정치권에선 '20대 무명의 남자'가 영입 1호가 될 것이라는 얘기가 떠돌았기 때문에 회견 당시 기자들은 최 교수가 의외의 인물이라는 반응이었습니다. 그래서 '20대 남자'의 존재에 대해 기자들이 여러 차례 물었는데 민주당은 "원래 영입 1호는 정해진 게 아니었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장애를 가진 최 교수에 대한 배려도 돋보였다고요?
-보통 인재영입 1호 기자회견과 같은 큰 행사는 당 대표실에서 가집니다. 지난 20대 총선 전 문재인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표창원 의원을 인재영입 1호로 소개할 때도 당 대표실에서 했었죠. 그런데 이번에는 중앙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것인데요. 이에 대해 김성환 당 대표 비서실장은 "당초 당 대표실에서 할 예정이었는데 최 교수가 신체장애인이라 그 장소가 적절치 않아서 당사에서 했다"고 했습니다.
-회견 발표 때 뒤편에 걸린 시구도 눈에 띄었는데요. 어떤 의미가 담긴 건가요?
지난 26일 오전 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최혜영 교수가 인재영입 1호로 민주당에 입당한 소감을 밝히고 있다. /남윤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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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양희 시인의 시 '바람편지'의 구절 "잠시 눈 감고 바람 소리 들어보렴. 간절한 것들은 다 바람이 되었단다"인데요. 민주당 공보국 관계자에게 물어보니 최 교수 쪽에서 골랐다고 하네요. 지난 2016년 민주당 대표실에는 정현종 시인의 '방문객'의 한 구절이 걸렸었는데요. 민주당이 이번 총선의 열쇠 말로 '희망', '상식'을 거론했듯 이를 상징하는 의미가 담긴 거로 보입니다.
-최 교수 인재영입 때 함께 한 분들을 보니 지난 총선 때 영입된 '더벤져스(더불어민주당+어벤져스) 멤버라는 공통점이 있더군요. 선배 더벤져스가 후배를 마중 나온 건가요?
-그렇습니다. 양향자 전 최고위원이 행사 사회를 맡고, 김정우·김병기·김병관 의원과 오기형 변호사는 기자회견 행사에 참석했습니다.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표 의원은 오지 않았고요. 양 전 최고위원은 최 교수에게 당을 상징하는 파란 목도리를 선물하기도 했습니다.
-최 교수에 대한 기자들의 평가는 어땠나요?
-기자회견장은 정치 신인 최 교수와 정치부 기자들의 상견례 자리였는데요. '솔직하다'는 인상을 받았다는 평가입니다. 특히 최 교수가 '정치에 입문하면서 민주당을 택한 이유'에 대해 "민주당이 국민에게 지탄을 받고 있고, 청년들이 가진 정치 불신을 알고 있다"면서도 "그렇다고 한국당을 선택할 순 없었다"고 답하자 회견장에선 웃음소리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이번 주 한·중·일정상회의가 있었던 만큼 청와대는 25일 크리스마스에도 분주했다. 청와대 전경. /더팩트 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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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했는데…" 청와대는 크리스마스에도 '열일'
-크리스마스는 특정 종교인을 떠나 인류 모두가 가족과 이웃에게 따뜻한 마음을 전하는 세계인의 축제이자, 휴일입니다. 그런데 청와대는 이날도 쉬지 못했다죠?
-전체 직원이 정상 출근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다만 몇몇은 청와대에 나와 기자들과 만나 여러 현안에 대해 대화를 나눴습니다. 한 핵심 관계자는 50여 명의 기자가 출근해 있는 모습을 보고 "몇 분 안 계실 줄 알았다"며 다소 놀란 기색을 보였습니다(웃음).
-기자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웃음). 한 기자는 "설마 크리스마스 때 소통 일정을 잡을 줄은 몰랐다"고 하더라고요. 또 어떤 분은 가족들과 함께 외출했다가 부랴부랴 청와대로 왔다고 했습니다. 별일 없을 것으로 생각했던 크리스마스에 출근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한 거죠.
-청와대 관계자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이유가 있었습니다. 지난 23~24일 중국에서 열린 한·중·일정상회의에서 있었던 정상 간 논의 내용에 대해서 추가로 설명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성탄절을 쉰다면 시의성이 떨어지게 되니까 쉬지 못하고 기자들과 만난 것 같았습니다. 이 관계자는 중국 시진핑 주석이나 리커창 총리의 방한과 관련해서도 언급했습니다.
-또한 북한이 '크리스마스 선물'을 예고했기 때문에 청와대도 마냥 쉴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앞서 북한은 지난 3일 미국을 압박하기 위해 무력 도발을 시사했었는데요, 청와대도 만에 하나 실제 북한이 무력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에 대비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었습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모든 상황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굉장히 면밀하게 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청와대는 휴일이라고 모든 것을 올스톱하는 것은 아니죠. 항상 24시간 움직이고 있습니다. 어찌 됐든 북한이 조용히 성탄절을 보낸 것은 다행입니다(웃음).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팀장, 허주열 기자, 신진환 기자, 박재우 기자, 박숙현 기자, 문혜현 기자, 한건우 인턴기자(이상 정치팀), 장우성 정치사회 에디터, 임영무 기자, 배정한 기자, 이새롬 기자, 남윤호 기자, 임세준 기자, 김세정 기자(이상 사진영상기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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