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강나훔 기자]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까지 이제 본회의 표결만 남았다.
지난 3월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의 선거법 개정안 합의안이 도출된 이후부터 본회의 상정까지 9개월여의 시간이 걸렸다.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올려진 개정안 원안은 그 사이 각 정당의 총선 셈법이 뒤섞이면서 각 당 입맛에 맞게 수정됐고 이 때문에 일각에선 '누더기' 개정안이라는 비판까지 나왔다.
한국당은 이 개정안의 본회의 통과를 막겠다며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에 나섰고, 연동형 비례제의 취지를 사실상 무력화 시킬수 있는 위성정당 '비례한국당(이미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된 상태로 명칭 사용은 불가)' 창당 의사까지 밝히는 등 선거법 개정안을 둘러싼 논란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선거법 개정안. 본회의 상정까지 지난한 과정을 되짚어봤다.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와,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심상정 정의당 대표, 유성엽 대안신당 대표가 18일 국회에서 공직선거법 단일안을 놓고 담판을 짓기 위해 회동을 갖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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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5:75→240:60→250:50→253:47
지난 3월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은 지역구 225석, 비례대표 75석에 연동률 50%의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적용하는 선거법 개정안에 합의했다. 범여권에선 이대로만 법안이 통과된다면 '민심 그대로 선거', '거대 양당제 혁파'를 이룰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높았다.
다음달 합의안이 패스트트랙에 올려지려 하자 한국당은 극렬히 저항했다.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 과정을 몸으로 저지하면서 여당과 물리적 충돌을 빚었다. '국회선진화법 위반' 무더기 고발 사태를 부른 이른바 '패스트트랙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패스트트랙에 올랐지만 합의안은 성할 날이 없었다. 지역구가 사라질 위기에 처한 현역 의원들의 반대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지역구·비례 의석 비율은 수정의 제1타깃이 됐다.
결국 4+1협의체(민주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대안신당)의 합의 과정에서 지역구·비례 의석 비율은 240:60, 또 다시 250:50 등으로 후퇴를 거듭했고 지난 23일 현행 비율인 253:47 원점으로 되돌아왔다.
또 비례대표 30석에만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적용하는'캡'이 씌워졌고 당초 합의안에 담겼던 석패율제 조항은 민주당의 반대로 지워졌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이라는 개정안 취지를 제외하면 사실상 현행 그대로인 셈이다.
여기에 한국당이 이 선거제 도입 취지를 무력화하기 위해 위성정당 이른바 '비례한국당'을 창당하겠다고 나서면서 4+1 협의체의 속내는 더욱 복잡해지고 있는 형국이다. 이는 비례대표 의원만 따로 분리해서 뽑는 위성정당을 통해 비례 의석 다수를 챙긴 뒤 합당하는 방식이다.
연동형 비례제를 무력화 시킬수 있는 한국당의 '묘수'라는 평가와 선거 개혁을 가로막는 '꼼수'라는 비판이 동시에 나오고 있는 가운데, 여당을 비롯해 군소 정당들은 이렇다할 대응책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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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시간 11분 '필리버스터'
지난 23일 4+1 협의체의 선거법 개정안이 본회의에 상정되자 한국당은 거세게 반발하면서 즉각 '필리버스터' 카드를 꺼내들었다. 위성정당 창당 방안이 나오기 전까지 필리버스터는 선거법 개정안 통과를 방해할 수 있는 사실상 최후의 수단이었다.
마지막 필리버스터는 민주당이 테러방지법 반대를 외치며 감행했던 2016년 2월이다. 당시 9일간(192시간25분) 토론이 진행된 바 있다. 이후 3년10개월만에 진행된 이번 선거법 필리버스터는 23일 오후 9시 49분부터 25일 자정까지 50시간11분간 진행됐다.
테러방지법 필리버스터보다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한국당 뿐만 아니라 민주당, 바른미래당, 정의당 의원들까지 토론에 참전하면서 과거보다 훨씬 더 격렬했다는 평가다.
여야를 통틀어 이번 필리버스터 최장 기록은 박대출 한국당 의원으로, 5시간 50분 동안 발언했다. 그 다음은 권성동 한국당 의원으로 4시간 55분이다. 선거법 개정안 찬성 쪽에선 김종민 민주당 의원의 4시간 31분이 최장 기록이다.
한국당은 패스트트랙에 올려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등 사법개혁 법안에 대해서도 필리버스터를 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민주당은 필리버스터가 종료된 안건은 다음 회기에 자동표결 할 수 밖에 없다는 점을 노려 회기 기간을 짧게 여러번 반복하는 '쪼개기 임시회'로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즉 시간만 지연될 뿐 법안 통과는 막을 수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강나훔 기자 nah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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