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대북 감시·경계태세 강화 등 北 동향에 촉각 세워
訪中서 北에 우회로 '도발 자제' 메시지…'성탄절은 지나갈 것' 관측도 나와
북한 '성탄선물' (PG) |
(서울=연합뉴스) 박경준 기자 = 청와대는 북한이 예고했던 '크리스마스 선물'의 D데이인 25일 북한의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비핵화 대화의 진전 없이 북미 간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북한의 도발까지 이어진다면 비핵화 시계가 거꾸로 갈 수 있는 만큼 청와대도 긴장감 속에 북한의 움직임에 예민할 수밖에 상황이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지금 모든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굉장히 면밀하게 보고 있다"라고만 말할 뿐 더 이상의 언급은 삼갔다.
실제로 한미 군 당국은 지상의 탄도탄조기경보레이더(그린파인)를 가동하고, 해상에서는 탄도미사일을 탐지할 수 있는 SPY-1D 레이더를 탑재한 이지스 구축함을 출동시키는 등 대북 감시·경계태세를 강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가 합동으로 북한의 동향을 세밀히 살핀 만큼 청와대에서는 국가안보실 차원의 회의 소집 등 별도의 대응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美, 北 '성탄선물' 도발 시사에 정찰기 4대 동시 띄워 |
청와대로서는 실제로 북한이 무력시위를 감행할 경우 비핵화 대화는 물론 문재인 대통령이 공을 들여온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판' 자체가 흔들리는 상황이 우려스럽다.
전쟁위협을 제거하고 한반도 평화를 앞당겨 현 상태까지 비핵화 대화를 끌어온 상황에서 북한이 '레드라인'을 넘는다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인내심에도 한계가 올 가능성이 크다.
비핵화 대화의 교착 상태를 넘어서 북한이 도발을 결단하고 미국이 이에 힘을 과시하는 형태로 대응한다면 문 대통령의 '촉진자역'은 더욱 험난해지게 된다.
문 대통령이 24일에 열리는 한중일 정상회의 참석차 중국 청두(成都)를 방문하기에 앞서 빠듯한 스케줄을 쪼개 하루 전 베이징에 들러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한 것도 북미 간 긴장 수위를 조절하기 위한 것이었다.
문 대통령과 시 주석은 회담에서 북미 간 대화 모멘텀을 유지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이뤘다.
한중일 정상회의에서도 3국은 한반도 평화가 공동의 이익에 부합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비핵화의 실질적 진전에 노력하기로 했다.
이는 D데이를 앞둔 북한에 우회적으로 도발을 자제하라는 메시지를 발신하는 동시에,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한 움직임이라는 게 대체적인 해석이다.
이 때문에 청와대 내에서는 문 대통령의 방중을 계기로 북한의 '크리스마스 도발' 확률은 낮아진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북한의 뒷배를 자처하는 중국까지 나서서 도발을 자제하라고 촉구한 만큼 한 번에 동북아 정세를 격랑으로 몰아넣을 부담을 감수하고 무력시위를 감행하기란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청와대 일각에서는 실제로 북한이 예고했던 '선물' 없이 크리스마스를 보낸다면 이 역시 비핵화 대화 재개 의사를 시사하는 모종의 메시지가 될 것이라는 해석도 제기된다.
미군장병 영상통화 후 취재진에게 말하는 트럼프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24일(현지시간) 기자들을 만나 북한의 '성탄선물'과 관련한 질문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볼 것"이라면서도 "좋은 선물일 수도 있다"고 말해 크리스마스가 조용히 지나가리라는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러나 문 대통령과 청와대에서는 섣불리 긴장을 늦춰서는 안 된다는 기류도 읽힌다.
'선물'의 대상인 미국의 현지시간으로 크리스마스가 지나가기 전까지는 어떤 변수가 발생할지 알 수 없는 탓이다.
결국 한국시간으로 26일 오후까지 북한의 도발이 없다면 이를 토대로 북한의 향후 움직임을 예측하고 이에 따른 정부의 대응도 구체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kj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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