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기 수정안', 의사일정 변경에 무력화…"의회 폭거" 규탄
'비례한국당'이 마지막 카드…실제 파괴력은 미지수
선거법, 한국당 항의 속 본회의 상정 |
(서울=연합뉴스) 홍정규 기자 = 자유한국당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올라 23일 임시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에 '필리버스터' 카드를 결국 꺼냈다.
의원들의 무제한 릴레이 토론을 통해 합법적으로 의사진행을 방해하는 수단이다. 주호영 의원을 필두로 권성동·전희경·박대출·정유섭·김태흠 의원 순이다. 바른미래당도 지상욱·유의동 의원이 필리버스터를 신청했다.
그러나 필리버스터 카드는 25일까지만 한시적으로 쓸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대로 지난 11일 시작된 임시회 기간을 25일까지로 하는 '회기 결정의 건'이 이날 본회의에서 통과됐기 때문이다.
특정 안건에 대한 필리버스터는 해당 회기 내에서만 유효하고, 다음 회기가 시작되면 표결에 부쳐진다. 민주당은 26일 임시회 소집을 요구했다.
한국당은 회기 결정의 건에 대해서도 필리버스터를 신청했지만, 문희상 국회의장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한국당은 임시회 회기를 짧게 끊어가는 민주당의 '살라미 전술'을 넘지 못한 채 사흘도 안 되는 기간 '실탄'이 제한된 무기를 쓰게 된 셈이다.
필리버스터가 25일 종결되고 26일 임시회가 다시 소집되면 한국당으로선 선거법 표결을 저지할 수단이 마땅치 않다.
선거법에 앞서 예산 부수법안들에 대해 수백개의 수정안을 무더기로 제출했고, 이에 대한 제안설명과 찬반토론 등으로 시간을 끌겠다는 시도도 해봤지만, 이 역시 무위로 돌아갔다.
문 의장이 예산 부수법안 2개를 처리하고 나서 기습적으로 민주당의 의사일정 변경 요구를 표결에 부친 것이다. 이에 따라 부수법안 뒤로 배치돼 있던 선거법이 앞당겨졌고, 곧바로 상정됐다. 한국당으로선 예상보다 훨씬 일찍 필리버스터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린 것이다.
한국당은 지난 10일 예산안 강행 처리 때와 마찬가지로 문 의장의 의사진행이 민주당에 편파적이라면서 "의회 폭거"·"아들 공천" 등의 표현으로 그의 사퇴를 촉구했지만, 국회의장의 사회권 집행을 가로막지 못한 채 끌려갈 수밖에 없었다.
선거법 처리와 관련해 한국당에 남은 마지막 카드는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이른바 '비례한국당')을 만드는 것이다. 실제로 연동형 비례제가 도입될 경우에 대비해 내부적으로 유력하게 검토돼 온 방안이다.
한국당이 비례대표를 공천하지 않고 일정 규모의 의석을 가진 비례한국당을 창당, '기호 2번' 한국당이 지역구 의석을, 역시 '기호 2번' 비례한국당이 연동형 비례제에 따른 비례 의석을 가져가는 방식이다.
다만 비례한국당 창당은 연동형 비례제 도입에 대한 '사후 대처'일 뿐이다. 제도 도입 자체를 막지는 못한다. 게다가 비례한국당 창당이 의석수를 극대화하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될지 현재로선 미지수라는 지적도 나온다.
필리버스터 시작하는 주호영 |
zhe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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