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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남북관계와 한반도 정세

美 군사압박 본격화···北떠는 '저승사자' B-1B 폭격기 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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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전역을 들여다볼 수 있는 고고도 무인정찰기(HUAS) RQ-4 글로벌호크 1호기가 23일 한국에 도착했다. 미국 공군은 한반도에 출동할 때마다 북한이 두려워하는 B-1B 랜서 폭격기를 다시 태평양 지역에 배치할 계획이다. 북한이 예고한 크리스마스 도발이 다가오면서 한·미 군 당국도 대북 군사압박을 본격적으로 가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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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도 무인정찰기 RQ-4 글로벌 호크 1호기가 23일 새벽 경남 사천 지역 후방 공군부대에서 도착했다. 공군이 1호기 기체를 인수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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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 등에 따르면 미 본토에서 출발한 글로벌호크 1호기가 이날 오전 5시쯤 경남 사천지역 후방 공군부대 활주로에 착륙했다. 2003년 첫 도입 논의가 시작된 지 16년 만이다.

군 당국이 2003년부터 도입을 논의한 글로벌호크는 2014년 모두 4대 구매를 결정해 들여오기까지 우여곡절을 거쳤다. 당초 목표는 2018년 하반기 1호기를 인도받는 것이었다. 그러나 미국이 해킹 방지 등 사이버 보안 강화가 필요하다고 해 올해로 시기가 늦춰졌다. 올해도 지난 5월 1호기, 7월 2호기, 9월 3·4호기가 도착하는 일정이었지만, 광학·열상(EO·IR) 센서와 레이더 등의 오류 현상으로 연기돼 이제야 1호기가 도착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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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호크 무인정찰기는.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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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당국은 글로벌호크 도입 시기를 더 늦출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군 관계자는 “완벽한 운용을 위해 미 현지에서 철저한 검증을 거치느라 시간이 지체됐다”면서도 “하지만 한반도 정세 등을 고려할 때 1호기 도착이 해를 넘겨선 안 된다는 공감대가 정부 내에 있었다”고 설명했다. 공군은 내년 상반기까지 나머지 3대를 순차적으로 들여올 계획이다.

글로벌호크는 현재 한국군이 보유한 정찰 자산 중 최고 성능을 지닌 것으로 평가받는다. 지상 20㎞의 고도로 비행하면서 38~42시간 동안 공중에서 3000㎞ 반경에서 작전을 펼칠 수 있다. 지상 30㎝ 크기 물체를 식별할 수 있는 위성 못지않은 감시 능력이 핵심이다. 계획대로 총 4대가 배치되면 24시간 한반도 전역을 들여다볼 수 있다. 한국군의 단독 정찰작전 능력에도 크게 기여해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검증 과정에서도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군 당국은 글로벌호크의 존재 자체만으로 대북 압박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북한이 섣불리 핵·미사일 관련 움직임을 보이기 힘들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실제 북한은 지난 8월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담화를 통해 “말끝마다 평화를 부르짖는데 미국으로부터 사들이는 무인기와 전투기들은 농약이나 뿌리고 교예 비행이나 하는 데 쓰자고 사들였다고 변명할 셈인가”라며 글로벌 호크 도입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군 당국이 글로벌호크 도입을 비공개에 부친 것도 이런 북한의 반발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글로벌호크 도착은 취재진의 카메라에 의해 포착됐다. 공군 측은 “전략자산의 도착 상황을 일일이 알리진 않겠다”면서도 “이날 새벽 글로벌호크가 도착한 건 사실”이라고 확인했다.

미국도 한반도 주변에 전력을 차근차근 쌓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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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격을 위해 활주로에서 대기 중인 B-1B. [사진 미 공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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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공군 지구권타격사령부(AFGSC)의 티모시 레이 사령관(공군 대장)은 지난 10일(현지 시간) '에어포스 매거진'과의 인터뷰에서 “가까운 시일 안에(in the near future) B-1B 랜서 부대를 태평양 지역에 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구권타격사령부는 미 공군의 전략 폭격기를 운용하는 부대다. 레이 사령관이 말한 태평양 지역은 괌의 앤더슨 공군기지를 뜻한다. 레이 사령관은 이날 정확한 배치 시점은 밝히진 않았지만, B-1B의 재전개 시점은 내년 초일 가능성이 크다.

B-1B는 미 공군의 폭격기 가운데 유일하게 핵무기 공격 능력이 없다. 적지를 저공으로 침투한 뒤 재래식 정밀타격무기로 폭격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2017년 북한의 핵ㆍ미사일 도발로 위기가 치솟았을 때 한반도로 자주 날아온 전력이 B-1B다. 2017년 3월 한 달에만 5차례 한반도로 전개했다. 북한은 B-1B 한반도 전개 때마다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B-1B는 2017년과 지난해 비상시 탈출용으로 쓰이는 사출좌석의 안전문제 때문에 두 차례나 전체 비행금지 처분을 받았다. 또 상당 수가 미 본토에서 정비를 받거나 개량 작업을 거쳤다. 그래서 B-1B의 공백을 메우러 미 공군의 B-52H 스트래토포트리스가 앤더슨 기지를 지켰다.

미군은 또 해군의 탄도미사일 추적함 ‘하워드 로렌젠’을 지난 11월 말부터 주일미군 일본 나가사키(長崎)현 사세보(佐世保) 기지에 입항시켜 남해 일대를 중심으로 대북 감시에 나섰다. 해당 함정은 2017년 북한의 ICBM 시험 발사 국면에서도 한반도 주변을 정찰한 바 있다. 이밖에 미 공군 정찰기 RC-135W(리벳 조인트)는 22~23일 이틀 연속으로, E-8C 조인트스타즈(JSTARS)는 21일 한반도 상공을 공개 정찰했다. 이들 정찰기 모두 이런 성능 때문에 주로 이동식발사차량(TEL)과 야전군의 움직임을 포착하는 데 활용된다. 북한의 특이 동향을 포착한 미국이 집중 감시에 들어갔다는 해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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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군산 미 공군기지에서 열린 한ㆍ미 특수부대의 연합 훈련에서 미군 특수부대가 북한군 요인(흰옷)으로 추정하는 인물을 생포해 데려가고 있다. [사진 미 공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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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 미 공군기지에서 건물 내부를 소탕하는 훈련 중인 한ㆍ미 특수부대. 가상 적군이 나타나자 총격으로 쓰러뜨리고 있다. [Defense Flash News 유튜브 계정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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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주한미군은 지난 16일 미 국방부 공보 사이트를 통해 지난달 군산 미 공군기지에서 한국군 특수부대와 함께 연합훈련을 벌인 사실을 공개했다. 한ㆍ미는 건물 내부로 침투해 근접전투를 벌인 뒤 요인으로 보이는 인물을 호송하는 작전을 훈련했다. 미군이 북한을 노린 특수부대 훈련을 공개한 것은 이례적이다. 군 소식통은 "본격적인 참수작전 훈련이 아니다"면서도 "미군이 훈련 사진 공개를 통해 대북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철재ㆍ이근평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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